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6.17.


《다자이 오사무 내 마음의 문장들》

 다자이 오사무 글/박성민 옮김, 시와서, 2020.2.20.



여름이 되니 마을 윗샘이며 아랫샘을 치우느라 부산하다. 치워 놓고서 언제 치웠더라 하고 헷갈리고, 마을 앞을 지나 들여다보면 어느새 물이끼가 소복하다. 여름이니 물이끼가 자주 낀다고 할 만하면서도, 여름이니 빨래터하고 더 사귀라는 뜻이라고도 느낀다. 늘 물이 흐르는 이곳은 숲이 베푼 물놀이터이기도 하니까. 빨래터 담벼락에 앉아서, 또 읍내를 다녀오는 길에, 또 집안일을 하다가 쉬며 《다자이 오사무 내 마음의 문장들》을 읽었다. 나는 이이 소설책을 아직 읽은 적은 없는데, 이렇게 소설에서 몇 마디씩 갈래에 따라 가려뽑은 글자락은 꽤 재미나구나 싶다. 한국에서는 일본에서처럼 ‘인간 실격’이란 한자말을 그냥 따라쓰지만, ‘사람이 아니야’라든지 ‘못됐다’라든지 ‘엉터리’라든지 ‘머저리’라든지 ‘바보’라든지 ‘얼간이’로 그때그때 바꾸어 볼 만하다. 왜냐하면 번역이니까. 모든 말은 옮긴다. 모든 말은 삶을 옮긴다. 우리가 저마다 달리 살아가는 하루를 말이라는 생각씨앗으로 옮기니 서로 이야기를 한다. 일본말만 한국말로 옮기지 않는다. 삶을 마음에 옮기고, 이 마음에서 생각으로 옮기다가, 이 생각을 다시 말로 옮긴다. ‘이 한국말’을 ‘저 한국말’로 옮긴다. 서울스러운 말씨를 숲다운 말씨로 옮겨 본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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