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책숲말 2019.12.27. 샘물


혀짤배기로 태어나기는 했습니다만, 어릴 적부터 둘레 어른이란 분이 중국 옛글에 나온 말마디라며 한자를 엮은 네글씨말을 읊을 적마다 골이 아팠습니다. 글을 좀 안다는 둘레 어른은 짐짓 우쭐대며 한자말을 읊고는 이내 풀이를 달지요. 어린 마음에도 ‘저 할아버지는 왜 저렇게 글자랑을 하지?’ 하며 지겨웠습니다. ‘저 샘님은 왜 말을 길게 늘어뜨리면서 뻐기지?’하면서 싫고요. 온누리를 지었으면 ‘온누리를 지었다’고 하면 되지, 구태여 ‘천지창조’나 ‘우주창조’라 해야 하나 아리송했어요. 처음으로 지었으면 ‘처음으로 짓는다’라 해도 될 테고요. 물은 언제나 흐르는 물을 마시는 줄 알다가 플라스틱병에 담은 ‘생수’를 처음 만나며 ‘물을 돈을 치러서 사다 마신다고?’ 하며 놀랐습니다. 무엇보다 ‘생수’란 말이 낯설더군요. 물이면 물이고, 냇물이거나 샘물이면 냇물이나 샘물이라 하지, 어른들은 무슨 말을 저리 쓰나 알쏭했어요. 어느덧 무럭무럭 자라 어른 자리에 서며 아이들을 돌보는 살림을 지으며 생각합니다. 어른끼리 아는 말이 아닌 아이랑 어깨동무하는 말을 써야겠다고, 깨알글을 적어도 아이가 읽을 만한 말로 엮자고. ㅅㄴㄹ


누리짓기·처음짓기·온누리를 짓다·온누리가 태어나다 ← 우주창생, 우주창조, 천지창조

먹는샘물·샘물·냇물 ← 생수

깨알글(깨알글씨) ← 세필(細筆), 세자(細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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