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곤소곤 6 - silent voice
후지타니 요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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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만화책/숲노래 푸른책

- 돌·모래도 소곤소곤 말을 걸지



《소곤소곤 6》

 후지타니 요코

 장혜영 옮김

 대원씨아이

 2019.5.15.



  돌이나 모래나 쇠한테 마음이 없다고 여기는 분이 꽤 많습니다. 이렇게 여기는 분을 볼 때면 ‘참말로 볼 줄 모르네’ 하고 느끼지만 이런 분이 엉뚱하거나 뜬금없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아직 스스로 마음눈을 틔우지 않을 뿐이거든요.


  거꾸로 생각해 볼까요. 돌이나 모래나 쇠한테 마음이 있는 줄 알아채고는 소곤소곤 말을 섞는 사람을 엉뚱하거나 뜬금없는 눈으로 바라보는 분이 있겠지요. 이때에 ‘돌마음을 읽지 못하는 분’은 ‘돌마음을 읽는 이’를 ‘어떤 눈’으로 쳐다볼까요?



‘이상하게 담담한 기분이야. 능력이 다시 돌아오길 바라지도 않고. 그렇다고 후련하지도 않아.’ (11쪽)



  돌이며 모래이며 쇠한테 마음이 있다면 플라스틱한테는 마음이 있을까요 없을까요. 플라스틱한테 마음이 있다면 폭탄이나 미사일이나 총알한테는 마음이 있을까요 없을까요. 폭탄·미사일·총알에 마음이 있다면 칼·창·방패를 비롯해 전투기·군함·탱크한테는 마음이 있을까요 없을까요.


  우리가 손에 쥐는 종이책이나 붓에는, 우리가 손에 쥐는 수저나 밥그릇에는, 우리가 손에 쥐는 호미나 낫에는, 또 우리가 타고다니는 자동차에는 어떤 마음이 흐를까요?



‘엄마랑 비슷해. 40대는 훨씬 더 어른이고, 완전히 다른 존재인 줄 알았는데.’ (21쪽)



  마음읽기를 하는 두 사람이 나오는 《소곤소곤 6》(후지타니 요코/장혜영 옮김, 대원씨아이, 2019)입니다. 여섯걸음에서 이야기를 마무리짓습니다. 마음읽기를 하는 둘 가운데 한쪽은 고등학생이요, 한쪽은 어린이집에서 초등학교로 접어드는 아이입니다.


  둘은 어린이하고 푸름이인 셈인데, 나이가 좀 벌어졌어도 마음으로 마음을 읽는 동무로 지냅니다. 아니, 그 어느 동무보다도 포근하면서 살가운 사이요, 그 누구하고도 제대로 속내를 털어놓지 못하고 사는 하루를 밝히는 반가운 사이라 할 만합니다.



“남자랑 여자니까 앞으로 많은 게 변해 갈지도 모르지만, 가족인 건 변함없잖아. 지금만 잠깐 여자애랑 같이 있기가 창치해진 것뿐이야.” “바보 같아. 찌질해.” “맞아. 좀만 더 크면 여자애랑 같이 못 있어서 안달일걸.” (48쪽)



  나이가 같거나 비슷한 또래여야 동무가 되지 않습니다. 나이가 열 살이나 서른 살 즈음 벌어졌어도 ‘마음이 맞을’ 적에 동무가 됩니다. 나이가 쉰 살이 벌어진다고 하더라도 ‘마음이 만날’ 적에 동무가 되어요.


  또래이더라도 따돌림질이나 괴롭힘질이 그치지 않아요. 왜 따돌리거나 괴롭힐까요. 둘 사이에 마음이 안 흐르거든요. 이쪽에서 아무리 마음을 보내거나 읽어도, 저쪽에서 어떤 마음도 안 보내거나 안 읽는다면, 그만 따돌림질이나 괴롭힘질이 불거집니다.


  모든 다툼이며 따돌림을 풀어내는 길은 매우 쉽습니다. 마음을 읽는 길을 밝히면 되어요. 서로 마음을 읽도록 자리를 마련하면 되어요. 같이 마음을 읽으면서 스스럼없는 사이로 거듭나도록 이끌면 되어요. 나란히 마음을 읽고, 차근차근 마음을 새기며, 천천히 마음을 빛내면 됩니다.



“어떤 핸드폰이었어요? 그 아이는.” “밝고 명랑했어. 장난꾸러기랄까.” “물건에도 성품이 있나 봐요.” “응.” “금방 고칠 수 있을 거예요.” (96∼97쪽)



  이웃이며 동무를 마음으로 아끼는 사람이라면 어떤 살림이나 세간도 함부로 다루지 않아요. 사람한테뿐 아니라 모든 살림살이에도 마음이 있는 줄 느끼고 아니까요. 느끼고 알기에 살가이 다가가요. 느끼며 아니까 쓰담쓰담 보살펴요.


  사람·살림을 아낄 줄 알기에 풀이며 꽃이며 나무를 고이 아낍니다. 풀꽃나무를 고이 아끼니 뭇숨결을 두루 아껴요.


  아낄 줄 아는 눈빛이라면 섣불리 삽질을 안 하고, 서둘러 다니지 않습니다. 아낄 줄 아는 손빛이라면 함부로 굴지 않으며, 윽박지르거나 마구마구 해대지 않습니다.


  우리는 무엇을 보고 이야기할 적에 아름다울까요. 우리는 어떻게 만나고 어깨동무할 적에 즐거울까요. 우리는 오늘 하루를 어떻게 지을 적에 사랑이 될까요.



“어른이 된다는 건 다른 존재가 되는 게 아니라, 이어져 가는 거야. 그대로 쭉. 무섭지 않아. 넌 능력이 없는 나랑은 이제 놀기 싫어? 그리고 지금 넌 사물의 목소리를 못 듣는 사람하고도 친구가 될 수 있잖아.” (124쪽)



  마음읽기를 하는 눈빛을 잃어버릴 수 있습니다. 마음읽기를 하는 눈빛이 찾아올 수 있습니다. 어떠한 모습이어도 우리한테는 반가우면서 고맙습니다. 돌마음을 읽기에 대단하지는 않아요. 돌마음을 못 읽기에 바보이지 않아요. 마음을 읽으면서도 등돌리기도 하는걸요. 마음을 못 읽지는 따스히 다가서기도 하는걸요.


  책을 읽기에 글쓴이 마음을 읽나요? 책을 읽지만 글쓴이 마음은 안 읽지 않나요? 책은 많이 읽되 글쓴이 넋이며 숨결이 아닌 줄거리만 붙잡지 않나요? 책은 안 읽어도 온누리를 고루 품으면서 사랑어린 숨소리를 지피려는 넋을 알아차리면 어떨까요?



‘동물과 사물의 목소리를 전해주는 메신저! 능력에 대해 아는 사람이 아니면 안 되겠지만, 안 될까?’ (154쪽)



  우리는 서로 징검다리입니다. 나는 네가 거듭나도록 돕는 징검다리예요. 너는 내가 허물벗기를 하도록 북돋우는 징검다리입니다. 나는 네가 꽃처럼 눈부시도록 일어나도록 이끄는 징검다리이지요. 너는 내가 하늘처럼 파랗게 싱그러운 하루를 살도록 톡톡 찾아와서 동동 춤추도록 손을 잡는 징검다리입니다.


  눈을 감고 모래알을 손바닥에 얹어요. 눈을 뜨고 물 한 모금에 깃든 숨결을 읽어요. 눈을 감고 서로 손을 맞잡아요. 눈을 뜨고 머리카락을 바람에 날리면서 달려요. 이렇게 하면 모두 피어납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한국말사전을 쓰고 “사전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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