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3.1.
《파워북》
클레어 손더스와 네 사람 글·조엘 아벨리노·데이비드 브로드벤트 그림/노지양 옮김, 천개의바람, 2020.1.28.
영어를 쓴다고 해서 나쁘다고 여기지 않으나, 어린이하고 읽을 책에 영어를 섣불리 쓰면 손이 안 간다. 《파워북》이란 책에 붙은 ‘파워 + 북’은 쉽고 흔한 영어라 하지만, 쉽고 흔할수록 더 섣불리 안 쓸 노릇이라고 본다. 쉽고 흔한 한국말 ‘힘 + 책’을 쓰면 된다. “힘내는 책”이라든지 “힘찬 책”이라든지 “힘이 되는 책”이라든지 “힘있는 책”처럼 말멋을 살려 보아도 된다. 책겉을 보면 ‘누가, 왜, 어떻게 힘을 가졌을까?’ 하고 한 줄이 붙는데, ‘힘을 가지다’는 번역 말씨이다. 한국말은 ‘힘이 있다’이다. 영어 ‘have·get’을 제발 ‘가지다’로 함부로 옮기지 말자. 그 영어는 그 말씨로 옮기지 않는다. 이 책 《파워북》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나쁘다고 느끼지 않는다. 그러나 꽤 어수선하다. 좀 차분하게, 무엇보다도 이만 한 이야기는 외국사람 손을 빌리지 않고 한국사람 손으로 찬찬하게 새로 쓰면 좋겠다. 이름나고 훌륭하다는 이런저런 사람들 목소리를 그러모은 ‘현대 시사상식’ 같은 책이 아니라, 마을에서 집에서 곁에서 차분히 돌아볼 만한 이야기를 여미면 좋겠다. ‘인권·정의·사회’ 같은 일본 한자말을 어른들은 그냥그냥 쓰지만, 이런 말씨를 훨씬 쉽고 부드러이 풀어내어 이야기를 여밀 수는 없을까?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