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241


《標音 露和辭典》

 岩澤丙吉 엮음

 白水社

 1936



  서울 용산 〈뿌리서점〉은 둘도 없는 아름책집입니다. 이곳에서 아름책을 숱하게 만나기도 했고, 이곳을 드나드는 숱한 책손한테서 밝은 눈썰미를 익히기도 했으며, 이곳 책집지기한테서 책을 돌보는 손길을 배우기도 했습니다. 서울 용산 언저리에는 이웃나라 사람이 많이 드나들기에 이웃나라 책도 무척 자주 들어왔어요. 일제강점기에 일본을 오가며 배운 분이 저승으로 떠나면 그 집에 있던 묵은 책이 으레 이곳으로 들어왔지요. 이런 날은 〈뿌리〉 책집지기님이 비손을 올립니다. “오늘은 고사를 지내야지” 하시면서 ‘새 임자를 만날 묵은 헌책’한테 절을 하셨어요. 이런 책을 제가 집어서 사려 하면 “자네도 그냥 가져가지 말아. 자네도 절을 해야지.” 하셨어요. 《標音 露和辭典》은 책자취가 뜯겼으나 안쪽에 “1948.5.4. at Tokyo 有樂町”라고 적혔습니다. 일본 도쿄 유라쿠초에서 ‘러일사전’을 장만한 분은 두 가지 말을 아셨겠지요? 얼마나 살뜰히 본 사전인지 곱게 닳았습니다. 러시아사전을 엮은이는 ‘이와세와 헤이키치(1863∼1943)’라 합니다. 신학교를 마치고 러시아말-일본말 다리를 놓은 배움빛입니다. 사전은 이웃을 알도록 다리를 놓는 책입니다. 이웃하고 마음을 나누고 싶기에 서로 다가서려는 첫걸음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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