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나무다운 : 나무다운 나무를 보지도 심지도 사랑하지도, 또 나무한테 말을 섞지도 걸지도 않았다면, 나무가 무엇인지 뭘 알까? 지식·자료·정보·논문·인문책으로 나무를 이야기할 수 있을까? 지식·자료·정보·논문·인문책으로 사람이나 사랑이나 삶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길이 아닌 아스팔트 자동차가 넘치는 곳에서 태어나, 시멘트로 높이 올려세운 아파트에서 지내고, 아스팔트하고 아파트가 둘러싼 학교랑 학원만 다니는 몸인 채, 나무다운 나무를 사귀지 못하고 자란 어린이라면, 어떤 어른으로 자랄까? 흙이 있어야 나무가 자랄 텐데, 흙이 없는 곳에서 나무다운 나무를 모르는 채 살아가는 길에서는 사람이 어떤 숨결이 될까? 나무다운 나무를 모른다면, 책다운 책이며 글다운 글이며 눈빛다운 눈빛을 하나도 모르는 오늘이 되지 않을까? 1996.7.18.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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