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19.8.16.


《아들이 사람을 죽였습니다》

 아베 교코 글/이경림 옮김, 이너북스, 2019.7.20.



때린이는 끝까지 때린이 자리에 서려고 할 수 있다. 때리고서 두려우니까. 저한테서 맞은 사람이 언제 저를 두들겨패려고 달려들지 모르니, 처음 때린 날부터 이녁이 숨을 거두는 날까지 하루도 마음을 못 놓은 채 때리는 길을 가곤 한다. 맞은이는 어떨까? 맞았다는 생각에 머물면서 스스로 나아갈 길을 자꾸 놓친다면, 이러면서 때린이를 언제쯤 짓찧을 수 있으려나 하고 칼을 간다면, 그만 맞은이 자리에서 때린이 자리로 넘어간다. 앙갚음을 하는 이들은 슬픈 고리에 얽매인다. 스스로 때린이하고 맞은이 사이를 오가면서 좀처럼 못 빠져나온다. 《아들이 사람을 죽였습니다》는 아이나 곁님이나 집안 사람 가운데 하나가 누구를 죽이거나 괴롭힌 뒤에 ‘집에 남은 다른 사람들’이 얼마나 가시밭 삶으로 하루를 보내야 하는가를 다룬다. 언론에 드러나는 이야기는 뭘까? 언론은 어떤 구실을 할까? 때린이를 다스린다고 하면서, 막상 이이하고는 얽히지 않은 엉뚱한 사람을 두들겨패는 흐름은 없는가? 누가 먼저 했느냐를 따지기 앞서, 처음부터 때린이도 맞은이도 없기를 빈다. 처음부터 어깨동무가 있기를 빈다. 처음부터 손을 맞잡고서 같이 놀고 일하고 웃고 노래하는 즐거운 마을이요 보금자리가 되기를 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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