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19.8.12.


《낱말 먹는 고래》

 조이아 마르케자니 글·그림/주효숙 옮김, 주니어김영사, 2014.10.27.



시원한 처마밑에 앉아서 그림책 《낱말 먹는 고래》를 느긋이 편다. 바다밑에서 이런 일이 참말 벌어지기도 하겠구나 하고 생각하다가도, 어린이 눈높이에 안 맞는 옮김말이 잇달아, 연필로 죽죽 그어서 고친다. 이탈리아말을 바로 한국말로 옮겨 준 대목은 고맙지만, 이탈리아말만 잘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으면 좋겠다. 한국말도 잘 다루어 주기를 빈다. 그렇잖은가. 말을 옮긴다고 할 적에 ‘저쪽 말은 잘 들었’는데 ‘이쪽에 이야기를 들려줄 적에 어떤 말을 가리거나 고르거나 헤아려서 쓰는’가를 생각해 볼 노릇이라고 느낀다. 똑같은 낱말을 놓고도 바다밑에서 고래가 새롭게 이야기를 짓듯이, 또 고래하고 동무가 되는 온갖 바다벗이 새삼스레 이야기를 짓듯이, 우리는 ‘똑같은 낱말’을 코앞에 놓고서 저마다 다르게 이야기를 빚는다. 우리가 쓰는 말은 어디나 매한가지이다. 이 매한가지인 낱말을 실로 엮기도 하고, 그물로 짜기도 하고, 풀로 붙이기도 하고, 종이에 얹기도 하고, 바람에 실어 날리기도 하면서 모두 싱그러운 꽃이 된다. 아무튼 “이올레를 위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기 시작해요” 같은 글월은 “이올레한테 새롭게 이야기를 엮어서 들려줘요”쯤으로 손질할 수 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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