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9.6.7.


《텅텅 가벼웠던 어떤 꿈 얘기》

 오상룡 글, 최측의농간, 2019.5.30.



길을 나설 적에는 늘 밤샘을 하다시피 한다. 짐도 짐이지만 마실길에 못 쓸 글을 어느 만큼 쓴다. 보름 뒤에는 마칠 ‘손질말 꾸러미’도 제법 추스르고 책상맡에 쌓은 책도 다독이다가 다섯 시 반에 씻는다. 한 시 반에 하루를 열고 일곱 시에 마을 앞에서 시골버스를 타고 고흥읍으로 가서 순천 거쳐 서울로 가는 시외버스. 슬슬 졸립다. 시외버스는 전북을 거쳐 충남을 가로지르고 경기로 접어든다. 기지개를 켠다. 시집 《텅텅 가벼웠던 어떤 꿈 얘기》를 읽으며 잠을 쫓는다. 푸르지만 더 푸르게 피어나려다가 푸른 채 숨을 거둔 노랫사위는 스무 해쯤 지난 이야기인지, 아니면 오늘 이야기인지 되새긴다. 마지막으로 적바림한 때가 스무 해 앞서라면 스무 해 묵은 이야기일 테지만, 오늘 옷을 입고 책으로 태어나면 오늘 새로운 이야기이리라. 문학상이나 등단을 거치지 않고도, 또 살아서 시집을 내놓지 않고도, 얼마든지 시인이요 글벗이며 노래님이다. 날개란 누구한테나 있다. 눈으로 볼 수 있는 날개는 웬만한 사람한테는 없다시피 한데, 마음으로 알아챌 날개를 알아보는 눈도 웬만해서는 없을까? 텅텅 가볍게, 통통 가뿐하게, 톡톡 홀가분히, 토로로롱 살며시 간다. 새벽에 마을 할매가 “비가 보시락보시락 내리니 ……” 하고 노래하셨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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