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숲

누가 묻더라. “다른 사람도 아닌 최종규 씨라면 도서관을 ‘도서관’이라 하면 안 되지요. 한국말로 새롭게 풀어내어 써야 하지 않습니까?“ 좀 어처구니없고 뜬금없다고 여겼다. 도서관에 새 이름을 붙이기를 바란다면, 그분 스스로 생각할 노릇 아닌가. 나는 도서관을 ‘도서관’이라 쓰면 되리라 여기니 그냥 쓸 뿐인걸. 그렇지만 이웃님 말씀이 틀리지는 않은 터라 새로 가리킬 만한 이름을 헤아리기로 했고, 이레쯤 뒤에 ‘책숲집’이란 낱말을 지었다. 책이란 숲이고, 숲이란 책이다. 그래서 ‘책숲’이라 하면 똑같은 숨결을 맞붙인 얼개인데, 둘이 똑같은 숨결이라 하더라도 이 땅에서 선보이는 빛은 다르다. 그래서 책은 책대로 숲은 숲대로 우리 삶을 이루는 슬기하고 바람을 제대로 바라보자는 뜻으로 ‘책숲 + 집’이란 얼개로 낱말을 지었다. 이렇게 하고 보니 박물관은 ‘살림숲집’이라 할 만하고, 전시관은 ‘그림숲집’이라 할 만하겠더라. 이러다가 요새는 ‘집’이란 낱말을 덜어 ‘책숲’이라고만 쓴다. “책숲 = 도서관”, “도서관 = 책숲”이지 싶다. 숲이라는 터가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갈 만한 집이자 보금터 노릇을 할 만할 테니, ‘집’이라고 붙이기보다는 ‘책숲’이라고만 해도 참 어울리겠구나 싶다. 2019.3.2.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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