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동백숲 작은 집 - 햇빛과 샘물, 화덕으로 빚은 에코라이프
하얼과 페달 지음 / 열매하나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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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책시렁 67


《안녕, 동백숲 작은 집》

 하얼과 페달

 열매하나

 2018.11.29.



나무일을 하다 보면 나무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때가 있다. 오랫동안 한 자리를 지키던 나무가 우리 집 아궁이에서 하룻밤 만에 태워지는 과정을 그려 본다. 씨앗으로 땅 위에 떨어져 여린 뿌리를 땅 속에 내릴 때, 높고 큰 나무들 사이로 어린 가지를 뻗어 햇빛을 받으려 했을 때, 어둡고 깊은 밤 고요한 정적 속에서 조용히 산짐승들의 휴식처가 되었을 때…… (52쪽)


화덕 요리는 언제나 사랑하는 사람처럼 대해야 한다. 그래도 장작불이 있으니 늘 요리가 즐거울 수밖에 없는데 이 매력에 한번 빠지면 가스나 전기로 요리하는 게 오히려 밋밋하고 심심하다. (138쪽)


예전에 나주 사시는 어르신께 대나무 짜는 걸 배우러 오갔던 적이 있다. 어르신은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대나무 바구니가 다시 빛을 발할 날이 오리라 믿고 기다리신다고 하셨다. (270쪽)



  자동차를 모는 사람은 처음에는 이것저것 낯설 테지만, 어느새 자동차를 둘러싼 여러 가지를 배워서 하나하나 익숙하게 다루기 마련입니다. 스스로 모는 자동차를 웬만큼 알 무렵에는 다른 사람이 모는 자동차도 곁눈으로 알아볼 테고요.


  나무를 심고 돌보는 사람은 처음에는 아직 모를 테지만, 한 해 두 해 흐르는 사이에 손수 심어서 돌보는 나무를 찬찬히 헤아리기 마련입니다. 나무 하나를 어느 만큼 알 즈음, 다른 나무를 알아보기 마련이요, 해가 흐르고 흐르는 동안 온갖 나무를 고이 사랑하면서 아끼는 손길로 거듭납니다.


  《안녕, 동백숲 작은 집》(하얼과 페달, 열매하나, 2018)은 숲에 깃들어 새롭게 살고프던, 그렇지만 영 서툴거나 엉성해서 늘 부딪혀 넘어져야 했던 젊은 가시버시가 남긴 이야기입니다. 책이름처럼 젊은 가시버시는 이녁이 깃든 숲을 떠납니다. 스스로 숲을 그릴 수 있다면 어디이든 숲이 될 터이니, 알뜰살뜰 가꾸던 동백숲도 숲일 테고, 아이하고 새롭게 디디는 자리도 숲이 되어요.


  하나도 모르기에 서툴기 마련입니다만, 하나도 모르기에 무엇이든 새로 지으면서 즐길 만합니다. 영 엉성하다 보니 이래도 망가지고 저래도 넘어집니다만, 영 엉성하기에 무엇이든 새로 배우면서 누릴 만해요.


  처음부터 자동차를 잘 다루는 사람은 없어요. 처음부터 손전화를 빈틈없이 다루는 사람은 없지요. 처음부터 시골살림을 잘 가꾸는 사람도, 처음부터 숲살이를 환하게 보듬는 사람도 없을 만합니다. 생각해 봐요. 요새는 모두 도시라는 고장에서 나고 자라는데다가, 일찌감치 어린이집에 맡긴 몸이 되고,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곧장 입시지옥이라는 굴레에 허덕입니다. 이런 판에 어떻게 숲살림이나 숲바람을 헤아릴 수 있겠어요.


  낯설기에 더욱 새롭게 마주하면서 나무하고 속삭입니다. 모르기에 더욱 씩씩하게 만나면서 바람을 마십니다. 처음이기에 더욱 반갑게 골짝물에 풍덩 뛰어들고 시원하면서 달디단 물맛을 보고는, 이제야말로 삶다운 삶을 여는구나 하고 깨닫습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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