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서 본 글
꿈에서 또다른 나를 본다. 이른바 평행세계라 하는 나란나라에서 살아가는 내가 이곳에 있는 나한테 말을 건다. “어이. 이봐. 잘 보이지? 네가 이곳에서 본 이야기를 소설로 써 봐.” 나는 대뜸 대꾸한다. 여태 꿈을 구경하다가 내 목소리를 낸다. “뭐? 소설을? 난 소설 싫어하는데.” “싫어하든 말든 써 봐. 재미있어.” “아, 소설도 쓰라고? 난 동화를 쓰고 싶은데.” “동화를 쓰든 말든 써 봐. 네가 이곳에서 본 이야기를 잘 떠올려서 쓰면 돼.” “그런가? 그러면 너희도 설마?” “응. 우리도 이쪽 나라에서 글을 쓸 적에 너희 나라 이야기를 꿈에서 보고서 써.” “그렇구나. 헨델이란 사람이 꿈에서 들은 노래를 이승에서 옮겨서 풀어냈다고 하더니, 노래뿐 아니라 글도 그렇구나.” “그래. 넌 몰랐구나.” 이야기를 마치고 꿈자리에서 일어난다. 꿈인지 꿈이 아닌지 헷갈린다. 다만 한 가지는 또렷하다. 내가 글을 쓸 적에는 이곳에 있다는 생각을 까무룩 잊는다. 오직 글쓰기만 생각하는데, 아니 글을 쓴다는 생각조차 없이, 아무 소리도 느낌도 배고픔도 추위도 더위도 고단함도 졸림도 안 느끼면서 그저 마음에서 흐르는 모든 목소리랑 노래랑 춤을 고스란히 풀어낼 뿐이다. 내가 그동안 쓴 모든 글은, 어쩌면 나 스스로 모르게 저쪽 꿈나라에서 보고 듣고 겪은 이야기를 낱낱이 옮겼을는지 모른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