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8.9.24.


《일곱 봉지 속의 지혜》

 앤서니 드 멜로 글/진우기 옮김, 양문, 2000.1.25.



두 달 앞서 마실길에 큰아이가 문득 본 책을 우리 책숲집에서 챙겨 주기로 하고서 내내 잊었다. 두 달이 지나고서야 떠올린 뒤에 《일 분 지혜》하고 《일곱 봉지 속의 지혜》를 챙겨 준다. 가끔 새로 나오는 앤서니 드 멜로 님 책이 있지만, 판이 끊어진 책이 더 많다. 이녁 책은 천주교라는 종교 울타리를 넘어서 삶을 짓는 슬기로운 사랑으로 서로 어우러지는 이야기를 찬찬히 담는다고 느낀다. 종교가 되면 울타리에 갇히지만, 이야기가 되면 날개를 달고 홀가분하지 싶다. 교육이 되면 이때에도 울타리에 갇힐 텐데, 이야기가 되면 환하게 피어나서 즐거웁지 싶다. 따로 어떤 이름으로 굳혀야 하지 않는다. 사이좋게 주고받으면서 새롭게 지피는 길을 갈 노릇이지 싶다. 그러니 슬기롭지 않은 길이라면 어리석은 길이 되겠지. 어리석고 싶지 않다면 슬기로워야겠지. 사랑스럽지 않은 길이라면 미움이나 짜증이 가득하겠지. 미움이나 짜증을 바라지 않는다면 사랑스레 걸어야겠지. 이쪽이냐 저쪽이냐 하는 금긋기가 아니다. 생각해 보라. ‘슬기로움하고 어리석음 사이에 있는 몸짓’을 누가 ‘중용’이라 하겠는가? 둘 사이란 있을 수 없다. 슬기롭거나 어리석거나 가운데 하나이다. 사랑하고 미움 가운데 하나요, 삶하고 죽음 가운데 하나이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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