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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소반다듬이
권오운 지음 / 문학수첩 / 2011년 10월
평점 :
품절
인문책시렁 26
《우리말 소반다듬이》
권오운 글
문학수첩
2011.10.20.
다만 ‘학교에서 사투리를 가르치고 사투리를 공용어에 적극 편입시키는 방안을 강구하라’는 다소 어처구니없는 요구(?)로도 한 나라의 어문정책을 흔들어 볼 수 있구나 하는 한심함이 못내 아쉬워 꺼낸 소리다. (113쪽)
‘길고양이’는 순전히 만든 말에 지나지 않는다. 길에 돌아다닌다고 ‘길고양이’인가? 그런 말은 처음 들어 본다. (142쪽)
‘물 냄새’가 허무맹랑한 소리다. 다 아는 것처럼 본디 물에는 냄새가 없다. 사전에도 ‘빛깔, 냄새, 맛이 없고 투명하다’고 되어 있다. 공기 역시 마찬가지다. 다만 물에서 냄새가 나는 것은 물 속에 녹아 있는 어떤 성분에 의한 것일 뿐이다. (241쪽)
‘짜리몽땅하다’는 일상생활에서 널리 쓰이는 말이지만 바른말은 아니다. 하다못해 방언이나 속어로도 사전에 올라 있지 않은 말이다. (249쪽)
글만 쓸 적에는 글을 좀 알는지 모르나, 글에 담을 삶은 잘 모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글을 쓰려는 꿈이 있다면, 글쓰기에 마음을 덜 쓰더라도 삶을 가꾸고 살림을 짓는 길에 마음을 더 쓸 수 있어야지 싶습니다. 스스로 가꾸는 삶이 고스란히 글이 되고, 스스로 짓는 살림이 하나하나 글이 됩니다.
정치에서도 이와 같습니다. 정치하는 솜씨가 좋다고 해서 정치가 훌륭할 수 없습니다. 사람으로서 살아가는 길을 알고, 사람답게 살림을 하는 손길이 몸에 배어야 비로소 참하거나 착한 정치가 될 만하지 싶어요.
《우리말 소반다듬이》(권오운, 문학수첩, 2011)는 한국에서 소설을 쓰는 분들이 글손질에 얼마나 마음을 못 쓰는가를 낱낱이 짚습니다. 매우 날카롭거나 따갑다고 할 수 있는 책입니다. 소설지기가 줄거리를 엮고 글멋을 부리느라 바쁜 나머지 글결을 놓치거나 글길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호되게 나무랍니다.
한국 소설이 워낙 글솜씨가 엉성하거나 엉망이라서 호되게 나무랄 수도 있구나 싶습니다. 다만, 나무라는 대목은 나쁘지 않으나 너무 틀에 매인 나무람질이 보이기도 합니다. 사투리를 학교에서 못 쓰게 하는 얼거리가 시골살림을 얼마나 뒤트는가를 글쓴이는 잘 모르는 듯합니다. ‘길고양이’는 글쓴이 말마따나 사람들이 새로 지은 낱말입니다. 고양이한테 ‘도둑-’이라고 붙이는 이름이 걸맞지 않다고 여겨 새말을 지었어요. 물은 어디에 흐르는가에 따라 맛이 달라요. 물에 녹은 어느 성분 때문에 맛이 달라진다지만, 이는 밥이나 풀도 같겠지요. 그런데 성분을 넘어 우리 마음에 따라 물맛이 달라지기도 해요. 《물은 답을 알고 있다》 같은 책을 좀 보셔야지 싶습니다. 그리고 한국말은 결하고 맛을 살려 얼마든지 새로 가지를 칩니다. ‘짜리몽땅하다’뿐 아니라 ‘짜리몽툭하다’처럼 써도 됩니다.
이밖에 글쓴이는 “만져지는 감촉(75쪽)”, “살갑고 정겨운(114쪽)”, “더 심하면 심했지(235쪽)”, “직접 체험해(255쪽)”, “거의 매 쪽마다(265쪽)” 같은 겹말을 쓰기도 합니다. “하고 있다” 꼴도 모두 겹말입니다. 다만 이런 잘잘못을 떠나, 사전을 곁에 두고 글을 쓰기도 해야겠으나, 사전에서도 틀린 곳이 많으니, 우리는 삶을 가꾸고 살림을 지으면서 몸으로 느끼고 익히며 글을 써야지 싶습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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