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8.9.14.
《뼛속까지 자유롭고 치맛속까지 정치적인》
목수정 글, 레디앙, 2008.8.11.
비가 신나게 온다. 웃통을 벗고 마당에 서서 신나게 비를 맞는다. 비가 오는 날이면 빨래가 마르기 어렵지만, 빗물로 머리를 감고 몸을 씻을 수 있어 반갑다. 풀하고 나무도 비를 반긴다. 국민학교란 이름을 쓰던 1980년대 어릴 적을 떠올리면, 그즈음에는 산성비라서 비를 맞으면 머리카락이 빠지고 몸이 아프다고 가르쳤다. ‘비를 맞으면 머리카락이 빠진다’니, 얼마나 무서운 말인가? 그런데 예전에 사회에서는 우리를 속였다. 산성비가 아닌 1986년에 체르노빌이 터져서 내리던 ‘방사능비’였다. 어릴 적에는 감쪽같이 속았지만, 이제는 스스로 이모저모 배워서 참길을 안다. 그리고 빗물이 숲을 적시고 나무하고 풀을 살리듯, 사람도 빗물을 몸으로 받아들여야 튼튼할 수 있더라. 《뼛속까지 자유롭고 치맛속까지 정치적인》을 읽는다. 이 책은 어느새 열 해가 묵었네. 글쓴이는 고흥이란 작은 시골에서 태어나 서울을 거쳐 프랑스로 갔다. 이녁이 생각하며 걸어가는 길은 틀에 박히지 않으려는 삶이지 싶다. 스스로 홀가분하려 하고, 스스로 꿈꾸려 한다. 이러면서 우리한테 외친다. 다 같이 홀가분하게 살자고, 다 같이 새로운 삶을 꿈꾸자고. 삶을 아름답게 가꾸면 나라도 지구별도 아름답게 가꿀 수 있으리라. ㅅㄴㄹ
(숲노래/최종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