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TV방송은 틀림없이



  좋은 TV방송을 보면 좋은 마음이 된다는 이웃님 말을 듣다가 불쑥 한마디를 하고야 맙니다. “그런데 선배는 늘 좋은 TV방송을 보기만 할 뿐, 몸으로는 안 움직이지 않나요? 좋은 TV방송은 이제 그만 봐도 되지 않나요?” 이 말을 하고서 깊이 뉘우칩니다. 이 말은 고스란히 나한테 돌아올밖에 없습니다. ‘좋거나 훌륭하거나 사랑스럽다고 하는 책은 이제 그만 읽어도 되지 않나?’ 하고 물을 만하니까요. 좋은 책도, 훌륭한 책도, 사랑스러운 책도 참말 꾸준히 새로 나옵니다. 좋거나 훌륭하거나 사랑스러운 책을 그때그때 장만해서 보기만 해도 한삶을 다 보낼 만합니다. 이제 책은 그만 읽어도 될 만합니다. 이러다가 다시 생각해 봅니다. 자질구레한 일을 줄여서 아름다운 책을 읽으며 날마다 마음을 정갈히 돌보는 길을 걸어도 될 노릇 아닌가 하고요. 아침저녁으로 푸르게 하늘숨을 마시고 아이들하고 기쁨을 노래하다가 아름다운 책을 몇 줄씩 읽고 고개를 끄덕이며 마음을 다스리면 될 노릇 아닌가 하고요. 좋은 TV방송은 틀림없이 있습니다. 이러한 TV방송도 얼마든지 즐길 만합니다. 그런데 TV방송하고 책은 큰 얼거리에서 달라요. TV방송은 화면을 켜고 전기를 써야 합니다. 책은 숲에서 왔고, 해가 뜬 날 가만히 펴서 언제라도 누릴 수 있습니다. 책이 더 좋다거나 아름답다는 뜻이 아닙니다. 저는 전자책을 굳이 읽을 뜻이 없습니다. 전기를 안 먹고도 삶을 새롭고 아름답게 밝히는 길동무가 책이라 한다면, 이 책 몇 가지를 살뜰히 건사하면 좋겠다고 여길 뿐입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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