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떠난 글
책이나 신문에 실을 글을 써서 보낼 적에는 숱하게 되읽으면서 손질한다. 입으로 소리를 내어 읽으면서 글결이 글결로만 그치지 않고, 말결로 부드러이 흐르는가를 살피면서 가다듬는다. 잘 썼구나 싶어도 하루나 이틀쯤 묵힌다. 마감이 넉넉하다면 이레나 보름을 묵히기도 하고, 때로는 달포를 묵히기도 하며, 어느 때에는 한두 해를 묵혀 본다. 이러고서 다시 읽을 적에 토씨 하나 안 고쳐도 되는구나 싶으면 ‘내가 쓴 글이 이렇게 아름답구나!’ 하고 여기면서 즐거이 내 손에서 떠나 보낸다. ‘내가 쓴 글이 맞나? 이 글을 그냥 보내도 되나?’ 싶을 적에는, 둘레에서 이 글을 읽으며 ‘어디가 안 좋은지 모르겠는데? 좋기만 한데?’ 하고 말하더라도 내 마음에 덜 차면 보내기 싫다. 그런데 이런 내 느낌이 맞는지 틀리는지 종잡지 못한다. ‘아직 책이나 신문에 안 실었어도, 다 써 놓은 글’이라면 벌써 내 손을 떠났다고 여긴다. 이러다 보니 며칠 묵히고 내 글을 되읽을 적마다 잘 썼구나 싶은 글도 좀 손질해야겠구나 싶은 글도 ‘내 글인지 아닌지’ 모르기 일쑤이다. 참말 그렇다. 책이나 신문에 실릴 때뿐 아니라, 아직 실리기 앞서도 내 손을 떠난 글이 아닐까? 스스로 손질하든 편집부에서 손질하든 이때에도 ‘내 손을 떠난 글’이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