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8.7.13.


《맹산식당 옻순비빔밥》

박기영 글, 모악, 2016.7.29.



어제는 마을 큰청소를 하고, 마을에서 함께 이웃 면소재지에 가서 밥을 먹는다는 자리에 함께 다녀오고, 우리 집 뒷간을 치우고, 국가인권위원회 일꾼하고 말씨름을 해야 했고, 낮나절에 고흥군청 공무원을 책숲집 손님으로 맞이했다. 하루가 참 길구나. 새벽 세 시부터 몰아치며 낮잠으로 살짝 쉴 틈이 없이 저녁이 저무네. 며칠 동안 말린 쑥이랑 담쟁이덩굴이랑 모싯대랑 소리쟁잇대랑 후박가랑잎을 그러모아서 태운다. 모깃불이 활활 오른다. 뒷간 한쪽에도 모깃불을 태우니 뒷간 지붕으로 모락모락 연기가 나온다. 작은아이가 이 모습을 보더니 “뒷간에서 밥을 해?” 하면서 까르르 웃는다. 참말로 모깃불은 모깃불인지, 덜 마른 쑥대를 함께 태워 연기를 내면 모기가 감쪽같이 달아난다. 재미나다. 집안 led전구를 하나하나 백열전구로 바꾼다. 백열전구로 바꾸니 눈이며 머리가 안 아프다. 햇볕 같은 불빛을 받으며 《맹산식당 옻순비빔밥》을 읽는다. 글쓴이 아버지를 알뜰히 기리고 그리는 마음이 가득한 노래가 흐른다. 때로는 쳇바퀴 같은 말이 감돌고, 때로는 새로 딛는 걸음 같은 말이 솟는다. 흐르는 삶을 흐르는 말로 담아냈을 테지. 어버이가 물려준 사랑을 글로 옮기고, 스스로 어른으로 자라며 지은 살림을 글로 다시 옮긴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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