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로 쓰되 그냥 쓰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 쓰되, 그냥그냥 쓰지는 않는다. 있는 대로 쓰되, 섣불리 끌어들여서 쓰지 않는다. 어렴풋하다면 쓰면 안 된다. 어렴풋한 것을 환하게 살피고 나서야 쓸 노릇이다. 나도 모르게 그냥그냥 하던 몸짓은 이제 멈추어야 한다. 튀어나오는 대로 말하거나 글을 쓴다면, ‘아무 글’이 되고 만다. ‘왜·어떻게·그처럼’ 하는가를 낱낱이 듣고 보고 배우고서야 비로소 말을 하거나 글을 쓸 노릇이다. 이제껏 어지럽게 흩어졌던 것을 차곡차곡 갈무리해서 가지런히 풀어내도록 말을 하거나 글을 쓰면 된다. 있는 그대로. 가진 그대로. 배운 그대로. 사는 그대로. 깨달아 온몸으로 받아들인 그대로. 2018.7.2.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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