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8.5.25.


《거리를 바꾸는 작은 가게》

호리에 아쓰시 글/정문주 옮김, 민음사, 2018.2.2.



마을 이장님이 마늘밭 일을 거들어 달라고 말씀한다. 그렇다고 마늘뽑기를 거들라고 하시지는 않고, 짐차에 싣는 일을 거들어 달라고 하신다. 마늘을 뽑아서 쇠끈으로 묶기까지는 이녁이 하실 만하지만, 마늘꾸러미를 들어서 짐차에 올리기란 허리가 결려 힘들다고 하신다. 2012년부터 어느덧 일곱 해째 이 일을 거드네. 이제는 마늘밭 흐름을 조금은 보았으니, 어떻게 캐고 묶으며 나르고 쟁이는가를 살짝 안다. 지난해보다 훨씬 가볍고 쉽게 일을 거들고 집으로 돌아온다. 대구 마을책집을 다녀오며 장만한 《거리를 바꾸는 작은 가게》를 한 달 넘게 조금조금 읽는다. 줄거리는 볼 만한데, 옮김 말씨가 영 엉성해서 조금조금 읽는다. 영어를 한국말로 옮기면 미국 말씨가, 일본말을 한국말로 옮기면 일본 말씨가 가득한 한국. 이쁜 책을 애써 옮기는데, 줄거리만이 아니라 말에도 좀 마음을 쓰면 얼마나 좋을까. 작은 출판사에서는 돈이 없어 글손질이 힘들다 한다면, 큰 출판사는 돈이 있을 텐데 글손질에 마음도 돈도 품도 들여서 ‘책 하나를 오래오래 건사하며 아끼는 길’을 여미면 참 좋으리라. 작은 가게가 마을(골목마을)을 바꾸듯이, 작은 손길은 마을(책마을)을 바꿀 수 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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