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8.4.27.
《제주도의 흙이 된다는 것》
김창생 글/양순주 옮김, 전망, 2018.4.3.
어제 마을 할머니가 빨래터 물이끼를 살짝 걷어내셨지 싶은데 빨래터 바닥은 긁지 않으셨다. 겉으로 보기에 물이끼만 걷으면 안 지저분해 보이니 이렇게 하셨구나 싶다. 이러면서 빨래터에 돋은 풀꽃을 모조리 뽑으셨네. 수세미로 바닥을 박박 문지르고 물갈이를 한다. 오늘은 이만큼 해 놓고 이튿날 아이들 신을 챙겨서 빨자고 생각한다. 발을 말리려고 담벼락에 타고 앉아 볕바라기를 하며 《제주도의 흙이 된다는 것》을 읽는다. 발이 다 마른 뒤 집으로 돌아와서 평상에 모로 누워 더 읽는다. 마당에 이불을 널었기에, 책을 읽는 틈틈이 뒤집어 준다. 요즈막에는 유채꽃가루가 잔뜩 날린다. 솔꽃가루도 함께 날린다지. 바깥에서 조금만 일하거나 움직여도 팔뚝이 노랗다. 우리가 마시는 바람에 이 꽃가루가 듬뿍 묻어나리라. 봄이란 꽃가루를 마시면서 새롭게 피어나는 철이라고 할 수 있다. 곰곰이 돌아보면 오늘날 서울에서는 매캐한 먼지가루를 마시며 몸이 닳는 셈이다. 숨을 쉰다고 할 적에는 바람뿐 아니라 바람에 실리는 모든 기운을 받아들이지 싶다. 일본 오사카에서 살아가다가 제주로 터전을 옮겨 삶 막바지를 갈무리한다는 김창생 님은 이녁 뿌리를 되읽고 되새기며 되돌아본다고 한다. 어느덧 4월이 저문다. 5월도 6월도 아름답기를. ㅅㄴㄹ
(숲노래/최종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