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8.4.9.


《뿌리 요정들의 세상 나들이》

시빌 폰 올페즈 글·그림/신현승 옮김, 책찌, 2017.3.20.



  봄날에 봄밥을 먹는다. 쑥을 뜯어 부침개를 하고, 이 쑥을 말려서 차로 덖으려 한다. 우리 집 뒤꼍에 슬쩍 들어와서 쑥을 캐려는 마을 할머니한테 이제 그러시면 안 된다고 이르고, 한 그루에 꽃을 거의 서른 송이 매다는 흰민들레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씨앗이 널리 퍼지기를 빈다. 바로 이맘때는 그림책 《뿌리 요정들의 세상 나들이》를 읽기에 좋은 날. 아이들하고 낮꿈을 꾸려고 자리에 누워서 그림책을 편다. 작은아이하고 나란히 누워서 읽는 동안 큰아이는 스스로 즐거운 놀이를 찾아서 누리다가 자꾸 기웃기웃한다. 그렇게 보고 싶으면 너도 슬그머니 옆에 끼렴. 겨우내 늘어지게 자던 뿌리 요정은 저마다 옷을 한 벌씩 아롱다롱 지어서 입고는, 저마다 사랑하는 풀포기를 하나씩 그리며 바깥으로 나온단다. 이 풀을 돋우고 저 꽃을 피우려 한단다. 뿌리 요정은 봄부터 가을까지 온누리 풀꽃한테 새 기운을 북돋우면서 신나게 놀이살림을 편단다. 이러고는 겨울을 앞두고 다시 땅속으로 깃든다고 하네. 참말 이와 같을 수 있으리라 여긴다. 우리는 뿌리 요정도 나비 요정도 못 알아채기 일쑤이지만, 온누리 모든 풀꽃이며 나무에 어여쁜 숨결이 깃들면서 아름다이 피어나고 우리 삶터도 환하리라.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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