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레드 다이아몬드의 나와 세계 - 인류의 내일에 관한 중대한 질문
재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강주헌 옮김 / 김영사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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퓰리처상 수상작인 '총, 균, 쇠'로 유럽의 백인들이 오늘날의 세상을 지배하는 세력이 된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했던 세계적인 석학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신간이 나와서

이번에는 과연 어떤 내용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여러 문제들을 설명해줄지 기대가 되었다.

사실 그의 책은 '총, 균, 쇠' 외에 '문명의 붕괴'도 소장하고 있지만 엄청난 분량에 엄두를 못 내고 있는

상황인데 이 책은 가벼운 분량이라 부담없이 도전할 수 있었다.

 

총 7개의 주제를 간략하게 다루고 있는 이 책은 먼저 왜 어떤 나라는 부유하고

어떤 국가는 가난한가 하는 민감한 문제에 대한 명쾌한 대답을 제시한다.

전에 읽었던 '부국의 조건'에서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나름의 이유를 알게 되었지만

재러드 다이아몬드는 크게 지리적 요인과 제도적 요인으로 접근한다.

주로 온대국가인 부국들에 비해 열대국가가 가난한 이유로는 낮은 농업 생산성과

열악한 공중 보건이 대표적인데, 천연자원이 많다는 게 오히려 저주로 작용하기도 한다.

천연자원이 골고루 분포되어 있지 않고 부패와 비리를 조장하기 때문이었는데

'부국의 조건'에서 멕시코와 같은 자원부국이 선진국이 되지 못한 이유로 든 것과 동일했다.

제도적 요인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이 책에선 경제학자들이 좋은 제도라고 언급하는

12가지 제도를 짤막하게 소개한다. 부패가 없고, 개인의 재산권이 안전하게 보호받으며,

법치가 확립되어 있고 정부의 효율성이 높은 등 여러 가지 제도적 여건을 갖추고 있는 나라들이

그렇지 못한 나라들에 비해 부국이 될 수 있음을 잘 보여주었다.

미국과 양강체제를 구축한 것을 넘어 독보적인 초강대국이 될 지도 모르는 중국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측면에서 유럽과 비교를 하는데, 지리적으로 중국은 유럽과 달리 산맥과 강으로 나눠져

있지 않아 통일이 쉬웠기 때문에 중국의 역사가 급격하게 흔들리고 변하기 쉬운 요동의 역사였던

반면 유럽의 역사는 수십개로 나라가 분할되어 있어 다양한 실험이 가능했다고 진단한다.

향후 중국의 행보와 관련해선 조만간 세계 최강대국이 된다는 게 대세인 듯 한데 

저자는 독재 정부를 가진 중국이 민주 정부인 미국이나 유럽연합을 따라잡지 못할 것으로 예측한다.

개인과 국가의 위기와 관련한 부분에선 미국 민주주의의 네 가지 위기의 징조를 얘기한다.

정치적 타협의 반복되는 결렬, 낮은 투표율과 상대 정당에 투표하는 걸 방해하기 위해 유권자 등록을

방해하는 것과 점점 심화되는 사회경제적인 불평등 현상, 미국 정부가 공공 목적을 위해 투자하는

돈이 상대적으로 적음을 거론하는데,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후보로 사실상 결정된 상황을 보면

미국 사회가 얼마나 위험한 상황임을 누구나 직감할 수 있을 듯하다.

세계적으로 볼 때도 국가 간의 불평등 심화, 환경자원 부족 및 환경훼손 심화로 자원 공급의 감소,

기후변화 등 당장 직면한 세 가지 주요 문제를 언급한다.

개인과 세계가 처한 위험에 대해 각각 그 원인을 분석하고 해법을 제시하는데,

개인의 위기는 위험에 대한 제대로 된 판단이 우선 중요한 것으로 보였다.

언론에 나오는 테러나 유전자 조작식품 등의 위험은 과대평가하면서 정작 일상에서 쉽게 겪을 수

있는 낙상 등은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는데 주변에서 있을 수 있는 위험에 조심스럽게 대하는 '건설적 편집증'이 필요함을 역설한다. 안전 불감증이 만연한 우리에겐 꼭 필요할 듯 했는데,

건강한 삶을 오래 유지하는데 영향을 주는 서구식 생활방식의 문제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려주었다.

마지막으로 앞에서 언급된 세계가 직면한 3대 문제인 기후변화, 불평등, 환경자원의 관리에 대해

저자 나름의 원인 분석과 대책을 제시한다. 이 세 가지 문제는 지금 당장 전 세계가 협력해서

대처해야 할 심각한 문제들임에도 대부분 그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남탓만 하는 상황인데

자기 문제로 인식하고 적극 대처하는 게 필요함을 역설한다. 테러나 이민 등 불평등에 기인한

문제들도 우리는 무관하다 생각할 수 없으므로 해외 원조 프로그램이나 사회개혁 프로그램 개선

등을 통해 궁극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이 필요함을 깨닫게 되었다.

이 책은 재레드 다이아몬드가 로마 루이스 대학교에서 강연한 내용을 정리한 것인데

개인과 국가, 세계의 여러 문제들의 원인과 해법을 핵심만 잘 요약한 느낌이 들었다.

물론 전에 읽은 '총, 균, 쇠'처럼 여러 문제들에 대한 다양한 내용들을 자세하게 담아낼 수 있는

분량이 되진 않았지만 한국도 예로 여러 차례 등장하는 등 인류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세계적인

석학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생각을 엿볼 수 있어서 세상을 보는 안목을 좀 더 키워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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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타의 일기 밀리언셀러 클럽 146
척 드리스켈 지음, 이효경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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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비밀 특수부대 요원인 게이지 하트라인은 프랑스 정보부의 의뢰를 받아 임무를 수행하던 중

2차대전 중 홀로코스트 피해자로 보이는 유대인의 일기장을 발견한다.

일기장에 히틀러와 관계된 충격적인 내용이 담겨 있는 걸 알게 된 게이지 하트라인은

막 연인사이가 된 모니카 브링크에게 자신이 발견한 특별한 책 얘기를 하게 되고

모니카와 게이지는 서점을 운영하는 사촌오빠 미셸을 찾아가 그 일기장을 어떻게 할지 상의를 하는데...

 

인류 역사가 지속되는 한 영원히 회자될 끔찍한 전쟁범죄이자 인종범죄인 홀로코스트는

워낙 잔인하고 충격적이어서 수많은 예술작품들의 단골 소재가 되어 왔다.

그래서 홀로코스트란 말만 들어가도 왠지 뻔한 내용이 전개될 듯한 선입견이 들 정도로 익숙한 소재인데

이 책에서는 그동안 만나본 적 없는 파격적인 설정으로 독자들을 유혹하는 데 성공한다.

제목 그대로 게이지가 찾아낸 그레타의 일기장을 둘러싼 죽고 죽이는 살벌한 사건들이 벌어지는데

그만큼 그레타의 일기장에는 우리의 상상력을 벗어난 충격적인 사실이 담겨 있었다.

그건 바로 히틀러의 사생아에 대한 얘기였는데 단순히 사상아가 존재한다는 정도였다면

역사상 권력자들의 행태로 볼 때 충분히 예측가능한 얘기지만

그 아이의 엄마가 유대인이라면 전혀 얘기가 달라질 것이다.

수백만의 유대인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유대인이라면 치를 떨면서 인종말살을 시도했던 히틀러가

정작 유대인 여자와 관계를 가지고 아이까지 낳게 만들었다면 이게 도대체 말이 되는 일인가 하는

황당함을 느낄 것 같다. 아무리 히틀러가 사이코패스라 해도 다중인격자도 아니고

유대인을 끔찍히 싫어하면서 유대인 여자와 관계를 가진다니 완전 코메디라 할 수 있지만

히틀러는 그레타가 유대인인지 모르고 그랬다면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다.

암튼 너무 파격적인 내용을 담은 일기장인지라 그 가치가 어마어마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해서 

이 일기장으로 빚 독촉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모니카의 사촌오빠 미셸은 모니카와 게이지와 상의도

하지 않고 대형 출판사들을 끌어들이고 자신을 괴롭히던 깡패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면서

이후 일기장을 차지하기 위한 살인과 추격적이 벌어지게 만든다.

게이지가 뭔가 중요한 걸 가졌음을 안 프랑스 정보부의 장도 일기장 쟁탈전에 참가하면서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게 되는데 모니카와 함께 달아나던 게이지는 모니카가 실수로 휴대전화를

사용해 위치가 드러나면서 쫓아온 깡패들에게 끔찍하게 살해당하자 분노의 복수극을 다짐한다.   

사랑하는 모니카를 잃은 게이지의 복수극은 그레타의 일기장에 담겨 있는 내용의 폭발력에 못지 않았다.

모니카를 죽인 깡패 형제들을 처치하면서 그들에게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안겨주는 장면은

정말 잔인하면서 소름끼쳤지만 충분히 공감이 되면서 오히려 속 시원한 느낌도 들었다.

그리고 조직의 보스이자 짐승만도 못한 괴물 니키를 개미들의 장난감으로 주는 장면도

후련하고 상쾌한 사이다 맛이었다. 마지막 남은 한 명을 깔끔하게 처리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긴

했지만 여러 사람들의 도움으로 게이지는 모니카의 복수와 자신을 괴롭히던 크레타 사건에서 벗어나

새출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이 게이지 하트라인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이라고 하는데

주인공이나 스토리 모두 매력적이어서 괜찮은 작가와 작품을 만난 것 같다.

앞으로 나올 후속 작품들에서도 게이지 하트라인의 시크한 활약을 충분히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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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 스님의 행복 - 행복해지고 싶지만 길을 몰라 헤매는 당신에게
법륜 지음, 최승미 그림 / 나무의마음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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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출근길', '인생수업', '지금 여기 깨어있기'를 통해 법륜 스님이 대중들과 나누려는 얘기들을 만나봤었는데 모두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얘기들이 담겨 있었다.

이번에는 누구나 삶에서 가장 원하는 '행복'을 주제로 여러 가지 얘기들을 들려주고 있는데

사실 행복만큼 정해진 정답이 없고 쉬운 듯 하면서도 어려운 게 없을 듯 하다. 

여러 사람들에게 행복하냐고 물으면 행복하다고 대답하는 사람이 별로 없는데 법륜스님은 

우리가 행복하지 못한 원인 가운데 많은 부분이 내려놓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다고 진단한다.

온전한 행복의 길로 들어서기 위해서는 자신의 삶의 주인이자 이 세상의 주인으로서 내 행복은

누가 가져다주는 게 아니라 내가 만든다는 생각으로 살아야한다고 조언한다.

 

먼저 왜 내 삶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을까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늘 하는 고민과 관련해선

처음에 세웠던 목표는 접어두고 현실에 맞춰 살거나, 목표에서 벗어났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

그 자리에서 바로 멈추고 본래 자리로 돌아가라고 얘기한다. 흔히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고들 말하지만

우리가 이럴까 저럴까 망설이는 것은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지기 싫기 때문인데,

선택과 그에 대한 책임을 기꺼이 받아들인다면 괴로워하거나 원망할 일이 없을 것이다.

자기 자신에게 불만을 갖는 것은 스스로에 대한 기대가 너무 높기 때문인데

이런 허상에서 벗어나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남을 의식 안 하고 편하게 살 수 있다.

행복의 기준을 미리 정해놓고 그 길만 고집하다 보니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는데

집착을 내려놓고 욕심을 버리면 좀 더 행복에 가까워질 수 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느끼는 여러 감정은 자신의 카르마, 즉 업식에서 일어난다고 하는데

이런 감정에 얽매이지 않아야 자유로울 수 있다고 얘기한다.

후회는 지나간 실수에 매달리는 데서, 불안한 감정은 미래에 대한 집착에서 오는데, 감정이 본래

일어나고 사라지는 것임을 알고 마음의 변화에 구애받지 않는 데 바로 행복의 비결이 있음을 알려준다.

다른 사람과 어떤 관계를 맺느냐는 인생에서 상당히 중요한 부분인데

대부분의 관계는 이기심에서 비롯된다. 이기심을 갖는 것 자체가 나쁜 건 아닌데

다른 사람도 다 이기심을 갖고 인간관계를 맺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러나 이기심에 바탕한 '기브 앤 테이크'로 이뤄지는 인간관계는 거래지 진정한 관계가 아니다. 상대에게 내가 준 만큼 받을 기대를 하다가 그렇지 못해 서운해하는 건 인지상정이라 할 수 있지만

그렇게 이해득실을 따지는 관계는 결코 건강하고 오래갈 수 있는 관계가 아님을 깨닫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성공도 결국은 남의 불행 위에 쌓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면

굳이 무리수를 써가며 성공하기 위해 발버둥치지는 않을 것인데

우리 사회가 너무 경쟁만을 강조하다 보니 함께 행복해지는 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불평등함은 인정하면서 조금씩이나마 평등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해나가는 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인데 문제는 다들 자기 삶에 치여 여유가 없다 보니

내가 아닌 다른 사람과 사회를 위해 뭔가를 하는데 그리 적극적이지 않다는 점에 있는 것 같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우리가 진정 중요한 게 뭔지를 잊고 세상이 만들어낸 허황된 것들에 집착하고 연연해하며 진정한 자신을 잃고 살아간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게 된다.

전에 읽었던 '어떻게 행복해질 수 있을까' 등 행복과 관련된 여러 책도 떠올랐지만

법륜 스님의 이 책은 행복이 어떤 순간이라도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임을 알려준다.

물론 각자가 처한 상황에서 행복해지는 선택을 하기가 쉽지 않을 때가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행복해지는 건 사람으로 태어나 살아가는 우리의 권리이자 의무임을

누구나 맞닥뜨릴 수 있는 다양한 상황에 대한 법률 스님 특유의 화법으로 잘 가르쳐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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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기원 엘러리 퀸 컬렉션 Ellery Queen Collection
엘러리 퀸 지음, 이가형 옮김 / 검은숲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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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 앞에 놓인 죽은 개의 시체와 편지를 본 아버지가 충격을 받고 사망하자

그의 딸인 로렐 힐이 아버지를 죽인 범인을 잡아달라고 엘러리 퀸을 찾아온다.

로렐 힐의 아버지인 리앤더 힐은 로저 프라이엄과 동업으로 보석 도매상을 하여 큰 돈을 벌었는데 

뭔가를 숨기고 있는 듯한 두 사람은 자신들에게 배달되어 온 괴상한 물건과 편지를 보고

심장이 약한 리앤더 힐은 죽고 말지만 로저 프라이엄은

이어 계속되는 이상한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버텨낸다. 

로저 프라이엄이 숨기고 있는 비밀과 그를 괴롭히는 자의 정체가 오리무중인 가운데

엘러리 퀸은 조금씩 엄청난 음모의 진실에 다가가는데...

 

엘러리 퀸의 3기 작품인 이 책은 계속되는 범인의 기이한 경고가 흥미를 자극했다.

죽은 개를 시작으로 비소가 든 참치, 죽은 개구리와 두꺼비, 녹색 악어가죽 지갑,

아리스토 파네스가 쓴 고대 그리스 희극 '새들', 망한 회사의 주권까지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쉽게 파악하기 어려운 일련의 경고를 통해

범인의 노림수가 과연 무엇인지, 죽은 리앤더 힐과 로저 프라이엄은 무슨 끔찍한 비밀을 숨기고 있기에

이런 황당한 협박을 받으면서도 침묵으로 일관하는지 궁금증을 자아냈다.

하반신이 마비되어 휠체어 생활을 하면서도 독재자로 군림하고 있는 로저 프라이엄은

일련의 사태에도 굴하지 않고 해볼 테면 해보라는 식으로 당당한 모습이고,

뛰어난 미모의 소유자이지만 뭔지 모를 불안함을 안고 있는 그의 아내 딜리아 프라이엄과

그녀가 로저 프라이엄과 결혼 전에 낳은 아들 크로 맥고언은 통나무 위에 집을 짓고 나체로 생활하는 등

사건과 관련된 주변 인물들이 모두 정상적이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가운데 로렐 힐과 딜리아 프라이엄 등 여러 사람으로부터 사건 의뢰를 받은 엘러리 퀸은

키츠 경위의 도움을 받아 전혀 짐작이 되지 않았던 범인이 그린 큰 그림을 밝혀낸다.

솔직히 뜬구름 잡는 듯한 범인의 복수극이 좀 어이가 없는 면도 있었지만

나름 진화론에 기반하여 상징과 은유를 적절히 활용한 정밀한 계획이 돋보였다.

진화론 하면 대부분 다윈만 기억하는데 앨프리드 월리스라는 잊혀진 진화론의 대가를 다시 떠올리게

한 점에서도 이 책에서 범인이 사용한 기발한 경고와 트릭은 충분히 의미가 있었다.

제목에서도 다윈의 '종의 기원'을 차용한 냄새가 물씬 풍겼지만

거창한 제목이 의미하는 그런 태초의 악으로부터 연대기를 기대한다면 살짝 실망할 수도 있다.

이 작품이 출간된 시점이 1951년이라 그런지 한국전쟁과 한국에 관련된 얘기들이 간혹 나오는데 당시 미국인들이 먼 아시아의 변방에서 벌어진 전쟁과 한국이란 나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는지를 보면(한국은 소문처럼 냄새가 고약한 나라인가요?) 조금은 씁쓸한 기분도 들었다.

뉴욕과 가상의 도시 라이츠빌에서 활약하던 엘러리 퀸이 LA를 무대로 활동해서

새로운 느낌도 물씬 풍겼는데 조만간 나올 3기의 후속작품들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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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드 온 스노우 Oslo 1970 Series 1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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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네스뵈의 작품은 해리 홀레 시리즈가 워낙 강렬하다 보니 스탠드 얼론들도 충분히 기대가 되었다. 해리 홀레 시리즈 외에 스탠드 얼론으로 '헤드 헌터''아들' 두 작품을 읽어봤는데

해리 홀레 시리즈와는 또 다른 매력을 맛볼 수 있어서 이번에 나온 이 책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영화로 만들어진다고 하니 과연 어떤 흥미로운 얘기를 담고 있을지 궁금했다. 

 

주인공인 올라브는 도주 차량 운전하기, 은행털이, 마약사업, 매매춘의 네 분야에서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독특한 스타일의 킬러다. 호프만이라는 남자 밑에서

청부살인을 하고 있는 올라브는 호프만으로부터 바람난 자기 아내를 죽여달라는 부탁을 받게 된다. 

평소 보수의 다섯 배를 줄테니 강도사건으로 위장하라는 지시에 호프만의 아내 코리나를 지켜보던

올라브는 정부에게 학대받던 코리나가 안쓰러워 코리나의 정부를 죽이고 마는데 알고 보니 

코리나의 정부는 바로 호프만의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었다(이런 막장스런...ㅋ).

의뢰받은 목표물을 처치하기는커녕 의뢰인의 아들을 죽이고만 올라브는 코리나와 사랑에 빠지고

자신과 코리나에게 복수를 벼르는 호프만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상대 조직의 보스 뱃사람을 찾아간다.

사실 올라브라는 캐릭터가 여러 모로 이례적인 스타일이라서 좀 낯선 면이 없지 않았다.

킬러라고 하기엔 냉정하지 못하고 뭔가 어설픈 느낌이 물씬 나면서도 사랑에 올인하는 순정남인

올라브는 코리나를 선택하면서 호프만과 자신의 목숨을 건 전쟁을 벌이게 된다.

무모한 싸움이라 할 수도 있었지만 나름의 전략으로 올라브는 위험에서 벗어나는 듯했지만

역시나 세상 일이 그렇기 자기가 원하는 대로 술술 풀릴 턱이 없었다.

어떻게 보면 킬러들의 숙명이라고도 할 수 있는 배신과 마지막의 비장감 어린 최후를 맞게 되는데  

요 네스뵈는 이 작품을 미국에서 도쿄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12시간만에 완성했다고 하니

그가 얼마나 대단한 작가인지를 다시 한 번 실감나게 해주었다.

분량이 채 200페이지가 되지 않을 정도로 그동안 내가 읽었던 요 네스뵈의 작품들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 들었는데, 톰 요한센이라는 이름으로 출간하려던 작품이라 그런지 요 네스뵈의 새로운

면모를 담고 있었다. 요 네스뵈의 기존 작품들에 길들여진 독자들에게는 뭔가 심심한 느낌도

없지 않았는데 순정남 킬러의 로맨스가 제목처럼 뽀얀 눈 위에 새빨간 핏자국을 남긴 듯한

가슴을 멍하게 하는 진한 여운이 남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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