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경제대기획 부국의 조건 - 국가의 운명과 국민의 행복을 결정하는 제도의 힘
KBS <부국의 조건> 제작팀 지음 / 가나출판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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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국이 되는 건 모든 국가와 국민들의 희망이지만 극소수의 나라들만 여기에 해당한다.

우리도 한때 선진국 진입을 눈앞에 둔 것처럼 호들갑을 떨던 때가 있었지만

지금은 만성 경기침체와 불황에 허덕이며 부국은커녕 '헬조선'이란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대한민국 사회는 극도의 불안과 고통 속에 허덕이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과연 부국은 우리와 뭐가 다르기에 그런 여유와 행복을 누리고 있는지 궁금했는데, 2014년에 KBS에서 경제대기획 3부작으로 방영한 프로그램 '부국의 조건'을 한 권의 책으로 정리한 내용을 보니 부국들과 빈국들 사이에는 확실히 뭔가 다른 게 있었다.

 

이 책은 빈국과 부국의 사례를 번갈아가면서 보여주면서

빈국이 실패한 이유와 부국이 성공한 이유를 절묘하게 대조시킨다.

먼저 멕시코와 미국의 국경도시인 노갈레스의 사례를 제시하는데 두 나라의 국경으로 분단된 도시인

노갈레스는 멕시코 지역과 미국 지역이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극명한 모습을 보여준다.

엄청난 자원을 보유해서 부유한 나라에 속하는 멕시코는 극심한 양극화의 전형을 보여주는데

부정부패가 만연하고 소수의 재벌이 부를 독식하다 보니 국민들은 자연스레 가난에 허덕이게 되었다.

마약 범죄 조직과 정치권이 결탁한 상황이다 보니 정치나 경제 개혁을 주장하는 정치인이나

사회운동가들이 등장해도 암살당하거나 목숨을 위협받는 등 현재의 끔찍한 상황이 바뀔 조짐이 전혀 안 보이는 상황이었다. 지리적으로도 인근 지역에 있던 멕시코와 미국 사이에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렇게 완전히 다른 운명의 길을 가게 되었을까 궁금증이 생기는데 이 책에선

그 이유로 두 나라를 식민지배했던 나라가 스페인과 영국으로 각각 달랐던 점에 주목한다.

스페인이 멕시코 지역을 식민지배하면서 문명 파괴와 약탈에만 여념이 없으면서 소수의 특권층에

의한 지배체제를 유지했던 반면 영국은 미국 지역에 정착하면서 원주민인 인디언들이 밀집해 살지

않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스스로 개척자들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토지를 균등하게 나누어

주는 등 포용적인 정책을 실시하고 정치적 자유나 평등을 부여하는 문화가 형성되었는데 이렇게

대조적인 제도가 두 나라의 운명을 완전히 바꾸어놓게 되었다.

한때 세계를 주름잡던 나라들이 몰락하게 된 원인도 결국 소수의 탐욕과 권력의 독점이라 할 수

있는데, 이 책에선 로마의 몰락도 공화정이 황제정으로 바뀌면서 독재권력의 탐욕으로 인해 창의력과

도전정신이 무너졌기 때문으로 본다. 중세에 중개무역으로 번영했던 베네치아도 계층 간 이동이

가능한 자유로운 사회였다가 폐쇄적인 사회가 되면서 좌초하게 되었고, 세계 최강 무적함대를

거느렸던 스페인도 식민지에서 착취한 부를 왕실이 독점하면서 전쟁과 허영으로 탕진하여 결국 이류 국가로 전락하고 만다. 최초의 공산국가 소련도 결국 평등하지 않은 분배로 침몰했고,

자원부국 베네수엘라도 정경유착으로 추락한 것처럼 실패한 나라들은 모두 공통된 원인이 있었다.

 

전에 읽은 '강대국의 경제학'이란 책을 통해서 어렴풋이 알게 되었지만 

부국으로 성공된 나라들에게는 뭐가 특별한 게 있는가 궁금했는데,

복지국가의 대명사 스웨덴은 정부, 기업, 노조의 상생정책이 돋보였다.

연대임금 정책으로 동종 업계의 노동자들은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동일한 수준의 임금을 받고,

노사가 상생하는 고용제도와 갑질 안 하는 대기업 등 노사정이 완벽한 호흡을 자랑했다.

무엇보다 부러운 것은 특권 없이 국민과 소통하는 정치인들이었는데

스웨덴에서 정치인들을 수입해오면 정말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부정부패에 엄격한 싱가포르나 파트타임제 고용을 활성화해 모든 국민이 행복한 고용제도를

운영한 네덜란드, 독점을 막아 작은 기업을 보호하는 독일까지 부국들에는 국민 모두에게 

공정한 기회와 공평한 분배를 제공하는 제도를 갖췄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지금처럼 점점 심해지는 양극화와 대기업과 성장 위주의 경제정책,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불안한

고용형태를 유지하다간 장기 불황의 늪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는 일본의 전철을 그대로 따라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소수만 행복하고 다수는 불행한 현재의 구조적 문제를 타파하지 않으면 

절대 부국이 될 수 없음을 깨닫게 해준 책이었는데, 결국 고착된 구조적, 제도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면

앞으로 다가올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올바른 선택을 해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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