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기원 엘러리 퀸 컬렉션 Ellery Queen Collection
엘러리 퀸 지음, 이가형 옮김 / 검은숲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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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 앞에 놓인 죽은 개의 시체와 편지를 본 아버지가 충격을 받고 사망하자

그의 딸인 로렐 힐이 아버지를 죽인 범인을 잡아달라고 엘러리 퀸을 찾아온다.

로렐 힐의 아버지인 리앤더 힐은 로저 프라이엄과 동업으로 보석 도매상을 하여 큰 돈을 벌었는데 

뭔가를 숨기고 있는 듯한 두 사람은 자신들에게 배달되어 온 괴상한 물건과 편지를 보고

심장이 약한 리앤더 힐은 죽고 말지만 로저 프라이엄은

이어 계속되는 이상한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버텨낸다. 

로저 프라이엄이 숨기고 있는 비밀과 그를 괴롭히는 자의 정체가 오리무중인 가운데

엘러리 퀸은 조금씩 엄청난 음모의 진실에 다가가는데...

 

엘러리 퀸의 3기 작품인 이 책은 계속되는 범인의 기이한 경고가 흥미를 자극했다.

죽은 개를 시작으로 비소가 든 참치, 죽은 개구리와 두꺼비, 녹색 악어가죽 지갑,

아리스토 파네스가 쓴 고대 그리스 희극 '새들', 망한 회사의 주권까지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쉽게 파악하기 어려운 일련의 경고를 통해

범인의 노림수가 과연 무엇인지, 죽은 리앤더 힐과 로저 프라이엄은 무슨 끔찍한 비밀을 숨기고 있기에

이런 황당한 협박을 받으면서도 침묵으로 일관하는지 궁금증을 자아냈다.

하반신이 마비되어 휠체어 생활을 하면서도 독재자로 군림하고 있는 로저 프라이엄은

일련의 사태에도 굴하지 않고 해볼 테면 해보라는 식으로 당당한 모습이고,

뛰어난 미모의 소유자이지만 뭔지 모를 불안함을 안고 있는 그의 아내 딜리아 프라이엄과

그녀가 로저 프라이엄과 결혼 전에 낳은 아들 크로 맥고언은 통나무 위에 집을 짓고 나체로 생활하는 등

사건과 관련된 주변 인물들이 모두 정상적이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가운데 로렐 힐과 딜리아 프라이엄 등 여러 사람으로부터 사건 의뢰를 받은 엘러리 퀸은

키츠 경위의 도움을 받아 전혀 짐작이 되지 않았던 범인이 그린 큰 그림을 밝혀낸다.

솔직히 뜬구름 잡는 듯한 범인의 복수극이 좀 어이가 없는 면도 있었지만

나름 진화론에 기반하여 상징과 은유를 적절히 활용한 정밀한 계획이 돋보였다.

진화론 하면 대부분 다윈만 기억하는데 앨프리드 월리스라는 잊혀진 진화론의 대가를 다시 떠올리게

한 점에서도 이 책에서 범인이 사용한 기발한 경고와 트릭은 충분히 의미가 있었다.

제목에서도 다윈의 '종의 기원'을 차용한 냄새가 물씬 풍겼지만

거창한 제목이 의미하는 그런 태초의 악으로부터 연대기를 기대한다면 살짝 실망할 수도 있다.

이 작품이 출간된 시점이 1951년이라 그런지 한국전쟁과 한국에 관련된 얘기들이 간혹 나오는데 당시 미국인들이 먼 아시아의 변방에서 벌어진 전쟁과 한국이란 나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는지를 보면(한국은 소문처럼 냄새가 고약한 나라인가요?) 조금은 씁쓸한 기분도 들었다.

뉴욕과 가상의 도시 라이츠빌에서 활약하던 엘러리 퀸이 LA를 무대로 활동해서

새로운 느낌도 물씬 풍겼는데 조만간 나올 3기의 후속작품들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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