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세계사 - 9개 테마로 읽는 인류 문명의 역사
표학렬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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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가 워낙 방대하다 보니 한 권의 책으로 세계사를 정리한다는 건 어떻게 보면 어불성설이라 

할 수 있다. 그래도 한 권 분량 정도로 정리해놓은 책을 읽으면 거시적인 관점에서 세계사의 큰 흐름을

알 수 있어 좋은 면이 있는데 아무래도 이런 책들은 특정 주제에 대한 상세한 얘기를 만나기는 어려운

단점이 있다. 그래서 분야별 세계사 책들도 또다른 매력을 선보이는데 이 책은 총 9가지 테마에 걸쳐

세계사를 새로운 시각에서 살펴보는 걸 시도한다. 알고 보니 저자의 책 '카페에서 읽는 조선사'를 예전에

읽었는데 그 책에서도 9가지 키워드로 조금은 낯선 조선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시도했었다. 

9란 숫자에 특별한 의미 부여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에선 신화, 종교와 정치, 선동 정치, 전쟁,

이슬람, 일본, 실패한 이상주의자, 여성 지도자, 대도시의 9가지 주제로 친숙한 듯 하면서도 색다른

세계사 얘기를 들려준다.


신화로는 우리에게 친숙한 그리스 신화를 필두로 중국, 북유럽, 티베트, 아메리카 신화를 다룬다. 특히 

티베트 신화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것 같은데 관음보살이 석가모니의 부탁을 받아 원숭이로 

변해 바위의 정령과 결합해 낳은 여섯 아이의 자손들이 티베트인이라고 한다. 아메리카 신화도 옥수수로

사람을 만들었다는 등 지역적 특성이 반영되었다. 종교와 정치는 세계사에서 늘 서로 공생하는 관계

였다고 할 수 있는데, 그리스가 페르시아를 물리친 살라미스 해전도 신탁이 바탕이 되었다거나 인도에

불교를 전파한 아소카왕이 피와 학살의 군주였다가 독실한 불교신자가 되면서 오히려 나라가 망했다는

아이러니한 얘기를 만날 수 있었다. 선동의 정치편에선 동양사와 서양사의 가장 큰 차이점으로 동양은

문인이 지배자이고, 서양은 무신이 지배자라는 점을 든다. 좀 의문이 드는 주장이긴 했는데 대표적인

선동의 사례로는 혁명의 희생양이 되었던 마리 앙투아네트와 선동의 대명사 괴벨스 등이 다뤄진다.


인류의 역사는 한 마디로 전쟁의 역사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책에선 알렉산드로스 원정부터 십자군전쟁,

몽골의 정복 전쟁, 제1차 세계대전, 중국의 국공 내전과 베트남전쟁까지 인류 역사에서 큰 이정표가 

된 전쟁들을 재조명한다. 한때 최고의 문명이었던 이슬람 세계가 요즘은 악동(?)으로 전락해버린 느낌을

주는데 이 책에선 이슬람의 역사를 압축해 소개하고, 여전히 가깝지만 먼 나라 일본의 정체성에 대해

상세히 살펴본다. 실패한 이상주의자로는 참주 정치를 만든 페이시스트라토스를 시작으로 왕안석,

알렉산드르 2세, 우드로 윌슨을 거쳐 혁명가의 전설이 되어 버린 체 게바라까지 다룬다. 여성 지도자

편에선 유스티니아누스 황제의 아내였던 테오도라, 표트르 3세의 아내였던 예카테리나 2세, 조금은

낯선 인도의 토후국 잔시의 여왕이었던 락슈미바이,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최초로 나섰던

셜리 치점과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될 뻔했던 힐러리 클린턴을 다룬다. 마지막 대도시에선 과거 대제국의

수도였던 콘스탄티노플, 장안, 앙코르톰, 테노치티틀란을 소개하는데 마지막 게르마니아는 히틀러의

독일의 새로운 수도가 될 뻔했다. 이렇게 9가지 테마로 세계사를 살펴보면서 저자는 다원적 가치가 

공존하는 상대적 가치관에 입각해 이 책을 썼고 다원적 민주주의를 꿈꾸는 걸로 마무리한다. 여전히 

역사는 다수의 힘에 의해 굴러가고 있는 듯 하지만 저자의 바람대로 다양한 가치가 존중받으면서 공존

할 수 있는 세상이 올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그런 관점에서 세계사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도록 

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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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인이 기도할 때
고바야시 유카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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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데 어떻게 보면 일본은 이 분야의 종주국(?)이라 할 수 있다.

소년범죄라는 이유로 거의 면죄부를 남발하다 보니 소년범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가지만 여전히 지지부지한 상태다. 물론 처벌이 능사는 아니지만 '될 성 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라는 속담이 있듯 어릴 때부터 강력범죄를 저지른 자가 개과천선해서 정상적인 사람으로 

살아가기를 기대하는 건 기적을 바라는 거나 다름없다. 결국 최대한 사전예방과 강력한 처벌과 격리가

그나마의 방법이라 생각하는데 이 책에서도 그런 괴물들에게 당하는 사람들이 피 맺힌 절규가 들려

온다.


'11월 6일의 저주'가 떠도는 한 도시의 얘기로 시작하는데 학교폭력을 견디다 못해 11월 6일에 자살한

남학생과 아들의 죽음의 진실을 파헤치려다 결국 다음 해 같은 날 자살한 학생의 엄마, 그리고 다시

일년 후 자살한 남학생을 괴롭혔다는 고백을 남기고 자살한 또 다른 남학생의 꼬리를 무는 연쇄자살이

괴담을 낳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괴롭힘을 당하며 극한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 남학생 도키타와 앞의

저주의 주인공 남학생의 아버지 가자미의 얘기가 번갈아가며 진행된다. 도키타는 극단적인 선택에 

앞서 자신을 괴롭히는 악질들을 죽일 계획을 세우다 자신을 구해준 피에로 페니에게 함께 범행을 해줄

것을 부탁한다. 한편 가자미는 하나뿐인 아들이 죽어가며 자신을 괴롭힌 인간들의 이름을 남겼지만

자살할 때 튄 피로 한 글자씩만 보여 누가 아들을 이렇게 만들었는지 찾아내기 위해 혈안이 되었던

아내마저 잃고 망연자실한 상태에서 어떻게든 아들과 아내를 죽음으로 내몬 인간들을 찾아내려 노력

한다.


이 책을 보고 있으면 계속 답답한 상황이 펼쳐진다. 뻔뻔하게 악행을 계속 저지르고 다니는 인간들과

자기도 피해자가 될까봐 모른척 하는 방조자들 앞에 피해자와 그 가족들은 외로운 싸움을 계속해야 

했다. 도키타는 피에로 페니와 악질들을 처치하기로 약속하지만 그 이전에 연이어 악마들이 살해당하고

페니의 정체가 금방 드러난다. 이후 페니의 재판과 그가 조금이라도 감형을 받도록 하려는 도키타 등의

노력이 펼쳐지는데 '왜 이런 지경에 이를 수밖에 없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책을 보면 학교는

거의 약육강식의 정글이나 다름없는데 아무 역할을 못하는 학교나 교사는 왜 있는지 모르겠고 요즘도

뭔 일이 생기면 덮으려고만 하는 어른들의 무책임한 태도와 자기만 괜찮으면 된다는 식으로 방관자

역할을 하는 아이들이 악마들이 더 활개치게 해주는 게 아닌가 싶다.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건 알지만 차라리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수업을 받는 게 더 나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니 답답한

마음만 들 뿐인데 이 책도 학교폭력의 피해자와 그 가족의 힘겨운 상황을 여실히 보여주었지만 결국

사회의 악은 직접 제거해버릴 수밖에 없음을 보여줘 씁쓸한 여운을 남겨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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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코리아 2022 -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의 2022 전망
김난도 외 지음 / 미래의창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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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코리아' 시리즈는 매년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준비하기 위해 반드시 읽는 통과의례가 

되고 있는데 보통 연말이나 그 다음 해 초에 책을 읽곤 했지만 올해는 비교적 이른 시점에 책을 읽게

되었다. 2022년은 임인년으로 호랑이띠인데 2010년 경인년에 나온 책이 내건 그 해의 키워드는 '타이거

로믹스'였다. 매년 그 해의 동물을 가지고 10개의 트렌드 첫 머리 글자를 딴 키워드를 제시하는데 내년

호랑이해엔 호랑이를 가지고 어떤 말장난(?)을 칠까 궁금했다. 2022년의 키워드는 'TIGER or CAT'

으로 그야말로 호랑이가 되냐 고양이가 되냐의 갈림길에 선 중요한 해임을 상징했다. '위드 코로나'

시대로 접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코로나는 기승을 부리고 있고 코로나 이전으로 완전히 복귀하는 건

아직 멀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중차대한 시점에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를 앞두고 제대로 된 선택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가운데 이 책에선 과연 2022년을 어떻게 내다보고 있을지 궁금했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먼저 2021년을 회고하는 부분이 나오는데 기존 책들과는 달리 전년의 키워드에

집착하지 않고(2021년 키워드는 '카우보이 히어로'였다) 좀 더 자유로운 서술 방식을 택했다. 2021년

10대 트렌드 상품으로는 백신, 중고거래 플랫폼, 전기자동차, 공모주 청약, K-푸드, 역주행 콘텐츠, 

디자인 가전, 수제맥주, 여행·숙박 앱, 이색 농산물이 선정되었다. 아무래도 팬데믹이란 특수한 상황

이면서도 조금씩 적응 내지 극복해나가는 과정을 대표하는 아이템들이라 할 수 있었는데 '반전의 서막',

'일상력의 회복', '나를 찾아가는 시간', '혁신하기 가장 좋은 때', '부쩍 다가온 신시장'이란 5가지 소

제목으로 2021년 한 해를 정리했다.


2022년 10대 키워드의 중심 키워드는 '나노사회'였다. 이전에도 점점 세상이 개인화가 되고 있었지만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는 원자화 단계로 치닫게 만들었고 각자도생의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선

더 돈을 벌어야 하기에 돈을 찾아 '머니러시'가 일어날 것으로 보았다. 그렇다고 돈만으로 모든 게 

해결되는 건 아니어서 갖고 싶은 걸 갖기 위한 '득템력'이 부상하고, 치열한 경쟁으로 점철된 답답한 

도시에서 잠시라도 벗어나는 '러스틱 라이프'가 각광을 받을 것으로 전망한다. 가장 중요한 건강문제는

노년의 문제만이 아닌 젊은 세대도 관심을 가지면서 즐겁게 실천할 수 있는 '헬시플레저'가 주목을 

받고, 이제 40대가 된 X세대가 새로운 부모 세대인 '엑스틴'으로 돌아왔다.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철저한 자기관리를 하는 '바른생활 루틴이'들이 대세로 떠오르며, 시공간의 한계를 극복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실재감테크'가 부각될 것으로 보았다. 소비자들의 선호를 기반으로 한 '라이크

커머스', 마지막으로 자신만의 얘기를 들려줄 수 있는 힘 '내러티브 자본'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

질 것으로 보았다. 이 책을 보면 늘 내가 전혀 모르고 있던 트렌드를 새롭게 알게 되어 시대의 흐름을 

따라갈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가지게 되는데 여전히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코로나라는 긴 터널 

속에서 조금씩 빠져나와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게 될 2022년을 준비하기에는 딱 제격인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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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신
아시자와 요 지음, 김은모 옮김 / 하빌리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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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면 종교적인 얘기인가 하는 오해를 할 수도 있겠지만 신이라 불리는 초등학생 명탐정과 그의

조수 역할을 하는 아이가 봄, 여름, 가을, 겨울 네 계절을 보내며 겪는 미스터리한 얘기들을 다룬 책

이었다. 친구들의 고민을 해결해주고 사소한 힌트만으로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맞춰서 친구 사이에

신으로 불리는 미즈타니와 미즈타니가 거의 유일한 친구인 '나' 사토하라가 겪는 일들은 어떻게 보면

어린 아이들에게 벌어지는 일이라고 보기엔 좀 난이도가 있었는데 먼저 사토하라가 돌아가신 할머니가

할아버지에게 남겨놓은 벚꽃절임 병을 엎지른 것을 수습하려다가 더 큰 사고를 칠 뻔한 얘기를 다룬다.


할아버지가 아끼는 걸 쏟아버려 사실대로 말하지도 못한 사토하라는 미즈타니에게 도움을 요청하는데

할머니가 만들 때 옆에서 봤던 방법으로 벚꽃절임을 똑같이 만들어 완전범죄를 시도하지만 할아버지가

먹고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켜 결국 진실을 고백하게 되지만 완전범죄가 실패한 것에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이유가 있었다. 고흐의 그림으로 봤던 바로 그게(?) 실패의 주범이었다. 여름으로 넘어가선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가와카미라는 여자애와 얽힌 사연이 등장하는데 가와카미가 숨기고 있는 비밀은

충격적이었다. 파친코를 들락거리는 아빠를 막기 위해 미즈타니와 함께 꾸민 작전이 엉뚱하게 성공을

거둔 후 오히려 불안해하는 가와카미를 미즈타니와 사토하라가 도와주려 하지만 애매한 마무리를 하고

이후 더 충격적인 얘기가 들려온다.


가을에는 운동회때 기마전에서 승리하는 작전을 미즈타니가 제공해 대승을 거두는데 미즈타니는 또다른

목적도 가지고 있었다. 겨울로 넘어와선 가와카미에 관한 흉흉한 소문이 떠돌면서 학교에 괴담이 

퍼지는데 저주의 책을 둘러싼 진실을 미즈타니가 밝혀낸다. 다시 돌아온 봄방학에 이사간 친구의 

실종(?)된 동생을 찾아준 후 마지막으로 미즈타니와 사토하라 사이의 미묘한 간극을 낳았던 가와카미의

진실이 밝혀진다. 어린 나이에도 신과 같은 역할을 수행했던 미즈타니가 누군가의 수수께끼에 도전해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은 그 사람의 인생을 짊어진다는 뜻으로 그 사람의 인생에 관여한 만큼 결과에도

책임을 졌음을 사토하라가 깨닫는 걸로 얘기를 마무리한다. 초등학생들이 등장하는 얘기임에도 단순히

애들 얘기라 치부하기엔 무게감이 있는 미스터리였는데 아시자와 요라는 유망한 작가를 새롭게 알게 

해줘 나름의 소득이 있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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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조와 박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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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선변호사로 명망이 높던 시라이시가 사체로 발견되자 그 주변 인물들을 조사해보지만 별다른 용의자를

발견하지 못하던 가운데 시라이시의 법률사무소로 전화를 걸어 조사했던 구라키라는 남자의 미심쩍은

부분을 추가로 조사해나가자 구라키는 자신이 시라이시를 살해했고 30여년 전에 일어났던 히가시오가

자키역 앞 금융업자 살해사건도 자신의 범행이라고 자백하는데...


일본 미스터리계의 최고 베스트셀러 작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히가시노 게이고가 작가 데뷔 35주년을

기념해 내놓은 이 책은 히가시노 게이고가 왜 최고의 이야기꾼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현재 발생한

변호사 살인사건과 33년 전 일어났던 금융업자 살해사건의 진범이라고 자수한 구라키와 그의 아들,

그 사건들로 인해 고통을 겪는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얘기를 입체적으로 촘촘히 엮어내며 과연 사건의

진실이 무엇이고 왜 그런 일들이 벌어진 것인지를 추적해나간다. 33년 전 접촉사고 이후 자신을 계속

괴롭히던 하이타니를 얼떨결에 살해한 구라키는 엉뚱한 사람이 자신 대신 체포된 후 구치소에서 

자살하자 죄책감을 갖고 있다가 누명을 쓰고 자살한 남자의 가족들이 어떻게 사는지 보러 그 가족들이 

운영하는 식당에 간다. 그들과 친해진 후 그들에게 자신의 유산이나마 물려주려고 시라이시 변호사와 

상담했다가 시라이시 변호사가 죄를 고백하고 용서를 빌라고 하자 그를 살해하게 되었다고 얘기하는 

구라키를 아들인 가즈마도 도저히 이해를 못하지만 피해자인 시라이시의 딸인 미레이도 구라키가 

얘기하는 사건의 경위에 그려진 아버지의 모습이 자기가 알던 모습이 아니었다. 구라키의 자백과 큰

그림에서 특별히 이상한 점이 없다는 이유로 더 자세한 사정은 제대로 수사하지 않은 채 기소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되지만 담당 형사인 고다이도 뭔가 명쾌하지 않은 부분들에 찝찝해하는데...


얘기의 초점은 구라키가 숨기는 진실이 과연 무엇인가였다. 확실한 물증은 없는 상태에서 구라키의

진술에 의존하다 보니 사소하지만 이해가 잘 안 되는 부분들이 조금씩 등장한다. 의문을 가진 가해자와

피해자의 자녀들과 담당 형사가 포기하지 않고 계속 진실을 추적해나가면서 하나씩 모순점을 찾아내고

구라키를 점점 압박해나간다. 보통 가해자와 피해자의 가족이 합심해서 진실을 찾으려 하긴 현실에선

거의 불가능한데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꼬리표를 떼고 오로지 이해가 되지 않은 부모들의 진정한 모습을

찾으려 노력한 결과 정말 놀라운 진실이 드러난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대표작 중 하나인 '용의자 X의

헌신'과도 비슷한 느낌을 주는 작품이었는데 선의로 한 행동이 결국 끔찍한 비극의 악순환을 낳아서

결국 결자해지를 하려 했으나 인과응보의 법칙을 막을 수는 없었다.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의 능수능란한

솜씨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 작품이었는데 끝없이 수작들을 쏟아내는 그의 마르지 않는 창작열에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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