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조와 박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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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선변호사로 명망이 높던 시라이시가 사체로 발견되자 그 주변 인물들을 조사해보지만 별다른 용의자를

발견하지 못하던 가운데 시라이시의 법률사무소로 전화를 걸어 조사했던 구라키라는 남자의 미심쩍은

부분을 추가로 조사해나가자 구라키는 자신이 시라이시를 살해했고 30여년 전에 일어났던 히가시오가

자키역 앞 금융업자 살해사건도 자신의 범행이라고 자백하는데...


일본 미스터리계의 최고 베스트셀러 작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히가시노 게이고가 작가 데뷔 35주년을

기념해 내놓은 이 책은 히가시노 게이고가 왜 최고의 이야기꾼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현재 발생한

변호사 살인사건과 33년 전 일어났던 금융업자 살해사건의 진범이라고 자수한 구라키와 그의 아들,

그 사건들로 인해 고통을 겪는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얘기를 입체적으로 촘촘히 엮어내며 과연 사건의

진실이 무엇이고 왜 그런 일들이 벌어진 것인지를 추적해나간다. 33년 전 접촉사고 이후 자신을 계속

괴롭히던 하이타니를 얼떨결에 살해한 구라키는 엉뚱한 사람이 자신 대신 체포된 후 구치소에서 

자살하자 죄책감을 갖고 있다가 누명을 쓰고 자살한 남자의 가족들이 어떻게 사는지 보러 그 가족들이 

운영하는 식당에 간다. 그들과 친해진 후 그들에게 자신의 유산이나마 물려주려고 시라이시 변호사와 

상담했다가 시라이시 변호사가 죄를 고백하고 용서를 빌라고 하자 그를 살해하게 되었다고 얘기하는 

구라키를 아들인 가즈마도 도저히 이해를 못하지만 피해자인 시라이시의 딸인 미레이도 구라키가 

얘기하는 사건의 경위에 그려진 아버지의 모습이 자기가 알던 모습이 아니었다. 구라키의 자백과 큰

그림에서 특별히 이상한 점이 없다는 이유로 더 자세한 사정은 제대로 수사하지 않은 채 기소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되지만 담당 형사인 고다이도 뭔가 명쾌하지 않은 부분들에 찝찝해하는데...


얘기의 초점은 구라키가 숨기는 진실이 과연 무엇인가였다. 확실한 물증은 없는 상태에서 구라키의

진술에 의존하다 보니 사소하지만 이해가 잘 안 되는 부분들이 조금씩 등장한다. 의문을 가진 가해자와

피해자의 자녀들과 담당 형사가 포기하지 않고 계속 진실을 추적해나가면서 하나씩 모순점을 찾아내고

구라키를 점점 압박해나간다. 보통 가해자와 피해자의 가족이 합심해서 진실을 찾으려 하긴 현실에선

거의 불가능한데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꼬리표를 떼고 오로지 이해가 되지 않은 부모들의 진정한 모습을

찾으려 노력한 결과 정말 놀라운 진실이 드러난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대표작 중 하나인 '용의자 X의

헌신'과도 비슷한 느낌을 주는 작품이었는데 선의로 한 행동이 결국 끔찍한 비극의 악순환을 낳아서

결국 결자해지를 하려 했으나 인과응보의 법칙을 막을 수는 없었다.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의 능수능란한

솜씨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 작품이었는데 끝없이 수작들을 쏟아내는 그의 마르지 않는 창작열에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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