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로 보고 눈으로 듣는 영화 이야기 딴지영진공 - 촌철살인한 영화.시사 코드와 전문 OST 분석
차양현 외 지음, 서용남 그림 / 성안북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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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더불어 여가활동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영화에 대해선 나름 왠만한 작품은 거의 다 봤다고

자부하는데 대중예술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영화보는 사람에 따라 해석이 천차만별이어서

내가 본 영화들을 다른 사람은 어떻게 봤을까 궁금할 때가 많다.

가끔씩 TV 영화 프로그램이나 포털 사이트의 영화 정보 등을 통해 영화에 관한 다양한 해석을

접할 때가 있는데 이 책은 인기 영화 팟캐스트 딴지 영진공의 방송 내용을 정리한 책으로

특유의 삐딱한(?) 시선으로 영화를 통해 세상을 바라본다.


이 책에선 크게 슈퍼 히어로, 거장, SF, 애니메이션, 방화, 로코, 호러,

번외편의 여덟 부분으로 나눠 흥미로운 얘기들을 들려준다.

먼저 슈퍼 히어로는 영화가 즐겨 애용하는 단골 주인공들인데

영화 속에서 막강한 힘을 발휘하지만 여러 가지 정신적인 문제를 안고 있었다.

슈퍼맨 등 A급 히어로뿐만 아니라 거액의 제작비를 들이고도 실패한 B급 히어로들도

적지 않았는데 성공한 영화들에만 주목하지 않고 망한 영화들도 살펴보는 점에서

이 책의 독특한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두 번째 테마인 거장편에선 정말 의외의 거장 서세원과 심형래를 소개한다.

두 사람 모두 한국 최고의 코메디언이었다가 영화계로 진출한 공통점이 있는데

한편으론 결국 어설픈 영화로 재산을 탕진하고

사생활에서도 구설수에 오르는 등 한심한 행보를 보인 점도 닮은 꼴이다.

문제는 두 거장이 전형적인 사기꾼 스타일이라는 점인데 여전히 허세에 젖어

또 다른 명작(?)으로 재기를 꿈꾸고 있기에 과연 두 거장의 다음 행보가 어떨지 주목된다.

SF와 관련해선 시리즈물로 우리에게 친숙한 에이리언, 트랜스포머,

혹성탈출을 재밌게 분석하고 있는데 각 작품에 담긴 숨겨진 의미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내가 즐겨 보는 애니메이션에선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의 '바람이 분다'에 얽힌 논란을 다루고 있다.

반전주의자이자 밀리터리 마니아라는 모순된 성향에 기인한 작품이란 변명을 해주고 있지만

우경화로 치닫고 있는 일본의 군국주의를 미화했다는 비판에선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을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도 천만 관객을 달성한 '겨울왕국'을 통해선 주인공 엘사와 같은 은둔형 외톨이를

얘기하는데 일베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엘사와 동일시하는 걸 풍자한다.

작년 한 해 한국 영화의 역사를 새로 쓴 명량을 필두로 여러 작품들이 사랑을 받았는데

이 책에선 방화란 테마로 '관상'과 '변호인', '괴물' 등 정치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영화들을 다룬다.

한편으론 뜬금없이 총기 고증의 베스트와 워스트 영화들을 선정하는데

베스트론 '의형제'가, 워스트론 '쉬리'가 꼽혔다.

그리고 특유의 풍자정신으로 약을 빨고 썼다는 방화 걸작선(?)은 이렇게 망한 영화도 있음을 

잘 보여주었다.

로코(로맨틱 코메디)는 주로 여자들이 좋아하는 장르라 할 수 있는데 이 책에선 4대 퀸을 선정했다.

바로 맥 라이언, 산드라 블록, 줄리아 로버츠, 앤디 맥도웰인데 개인적으론

산드라 블록과 앤디 맥도웰을 로코의 퀸이라 하기엔 대표작들이 좀 빈약한 게 아닌가 싶다.

차라리 카메론 디아즈나 드류 배리모어가 좀 더 가깝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호러 장르로는 컨저링을 비롯한 다양한 유형의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고,

번외편으로 병맛 무비와 귀로 보는 영화, 눈감고 봐도 좋은 영화까지 거의 영화의 모든 장르들을

섭렵하는 구색을 갖췄다. 전체적으로 볼 때 팟캐스트 방송을 들어보지 않아 잘은 모르겠지만

딴지일보 특유의 컨셉이 전편에 걸쳐 느껴졌다.

그다지 딴지일보식의 블랙유머를 즐기는 편이 아니어서 전부 공감하는 건 아니었지만

가려운 데를 긁어주는 느낌이 드는 부분도 있고, 공중파에선 쉽게 언급하거나 다루지 못하는

적나라한 표현 등이 속 시원할 때도 있었다. 암튼 내가 좋아하는 영화를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었고, 이미 봤던 영화도 놓쳤던 부분들을 새롭게 인식하고

몰랐던 영화들에 대한 정보들도 얻을 수 있어 나름 수확이 있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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