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남녀 - 그림과 영화의 달콤쌉싸름한 만남 12
이혜정.한기일 지음 / 생각정원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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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자주 보는 편이지만 영화와 그림을 연결시키는 건 그렇게 싶지 않다.

물론 화가들을 다룬 영화들은 그림들을 많이 소개하지만

일반 영화들에서는 그림은 그냥 배경에 지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팟캐스트 방송으로 영화를 통해 그림을 소개했던 프로그램의 내용을 담고 있다.


총 12편의 영화와 영화 속에 등장했던 그림을 다루고 있는데 거의 다 내가 봤던 영화였다.

그런데 그 영화 속에 나왔다고 하는 그림들은 전혀 생각이 나지 않으니

이 책을 통해 영화의 재발견을 할 수 있었다.

먼저 '노팅힐'에서는 샤갈의 '신부'가 나왔다고 하는데 샤갈의 그림이 안나(줄리아 로버츠)와

윌리엄(휴 그랜트)을 연결해주는 촉매제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물랑 루즈'에서는 불편한 몸으로 평생 힘들었던 로트렉을 다루는데, 전에 '로트레크 저택 살인사건'

통해 그의 작품을 좀 만나봐서인지 그리 낯선 느낌은 들지 않았다.

운명적인 만남을 기대하게 하는 '비포 선라이즈'에는 조르주 쇠라의 드로잉이 나왔음을

이제야 알게 되었는데, 점묘법으로 생의 한 순간을 점 하나로 영원히 캔버스에 담아낸

그의 작품을 새롭게 발견하는 기회가 되었다.

배트맨 시리즈의 최고 악당 조커가 유일하게 온전하게 남겨두었던

프랜시스 베이컨의 '고깃덩어리와 인물'은 책을 통해 처음 접했는데

그로테스크한 스타일이 딱 조커의 취향에 맞아서 살아남은 것 같았다.

레오 까락스 감독의 '퐁네프의 연인들'에선 실명하기 전에 미셸(줄리엣 비노쉬)이

간절히 보고 싶어했던 렘브란트의 그림에 대해서 다뤄지고 있고,

우디 앨런의 깜찍한 판타지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에선 1920년대 파리로 돌아가

인상파의 대표 화가 중 한 명인 클로드 모네의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은 댄 브라운의 베스트셀러인 '다빈치 코드'의 소재가 되면서

전세계의 관심을 집중시켰는데, 이 책에선 '다빈치 코드'의 설정이 그야말로 픽션이라고 얘기한다.

책에서 유일하게 다루는 한국 영화이자 한국 그림은 '위험한 관계'를 조선 스타일로

완전히 재해석한 '스캔들'과 조선 후기의 대표화가인 신윤복의 그림들인데,

신윤복이 남자라는 등 각종 루머가 있지만 이 책에선 남자라고 단언한다.

빅토르 위고의 명작을 뮤지컬 영화로 만든 '레미제라블'은 프랑스대혁명을 대표하는

외젠 들라크루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했는데,

그동안 이 그림을 1789년의 프랑스대혁명을 표현한 것으로 잘못 알고 있었지만

알고 보니 1830년의 7월 혁명을 소재로 한 그림이었다.

탐 크루즈 주연의 '오블리비언'은 조금은 낯선 미국의 국민화가라 하는 앤드루 와이어스의 작품을

다뤄 새로운 화가를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고, 제임스 카메론의 대작 '타이타닉'에서

로즈(케이트 윈슬렛)가 잭(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에게 취한 포즈는

딱 티치아노의 '우리비노의 비너스'와 똑같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냉정과 열정 사이'에선 고미술 복원사였던 준세이가 복원작업을 했던

치골리의 작품을 보여주는데 영화를 볼 땐 전혀 몰랐던 부분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전반적으로 이 책에 소개된 영화들을 거의 다 봤음에도 그림이 소개된 장면들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는데 이 책을 통해 그런 장면들이 있었음을 확인하면서

영화와 그림의 의미를 다시 되새겨보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역시 아는 만큼 보인다고 영화를 볼 때는 전혀 몰랐던 그림들을 이 책을 통해 감상하면서

영화와 그림의 시너지 효과를 발견하게 되었는데 영화와 그림이 잘 어울리는 커플임을 알게 되었다.

이 책과 같이 좀 더 대중적인 매체인 영화를 통해 어렵게만 느껴졌던 그림을

보다 쉽게 이해하고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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