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21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
마이클 코넬리 지음, 조영학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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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범죄자들을 변호해주면서 돈을 버는 형사법 변호사 미키 할러에게  

창녀를 폭행한 혐의로 체포된 부동산업자 루이스 룰레가 사건을 의뢰해온다.
 

자신의 전담 수사관인 라울을 통해 사건을 조사해 본 결과 루이스가 결백하다는 심증을 가지게 된  

미키 할러는 처음으로 결백한 의뢰인을 변호한다는 생각에 신선한 경험과 대박을 기대하지만  

그를 기다리고 있는 건 뜻밖의 진실인데...

 

 

해리 보슈 시리즈를 비롯한 여러 작품으로 이미 크라임 픽션의 대가로 인정받는 마이클 코넬리의  

이 작품은 그동안 읽었던 그의 작품들과는 달리 전형적인 법정 스릴러물이라 할 수 있었다.

예전에 법정 스릴러 하면 존 그리샴을 손꼽았는데 이 책을 읽으니  

마이클 코넬리도 법정 스릴러의 대가로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 같았다.

 

미국의 영화나 소설들을 보면 변호사들이 거의 장사꾼에 지나지 않는데  

이 책에선 대놓고 구더기와 변호사의 차이가 하나는 똥벌레고 하나는 돈벌레라고 농담할 정도로  

돈이면 악마와도 거래를 하는 변호사들의 행태를 비꼬고 있다.

 

이 책의 주인공 미키 할러도 링컨을 다섯 대나 보유하고  

최고급 명품으로 자신을 도배하면서 오직 돈만 밝히는 돈벌레 변호사였다. 

그런 미키 할러에게 처음으로 순진한(?) 의뢰인이 찾아오자  

조금은 당황하면서도 색다른 열의를 보이게 된다.

하지만 루이스를 변호해나가면서 루이스의 숨겨진 면모가 하나씩 드러나기 시작하고  

미키 할러는 진퇴양난에 빠지게 된다. 

 
 

역시 이 작품을 읽는 재미는 미국 법정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너무나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는 점이다.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어느 정도 익숙하긴 하지만 변호사와 검사간의 형량 거래나 기소인부절차, 

증거개시절차 등 미국 형사절차를 흥미로운 사건을 통해 제대로 배울수 있다는 점에서  

로스쿨 교재(?)로 활용해도 되지 않을까 싶었다.ㅋ

 

사실 아무리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자도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는 게 헌법상의 권리라고는 하지만 

돈과 권력을 가진 자들이 돈이면 뭐든지 하는 비열한 변호사들을 이용해 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가는  

모습들을 보면 과연 정의란 게 실현될 수 있는 건지,  

변호사의 직업윤리의 한계는 어디까지인지 의문일 때가 많았다. 

무죄추정의 원칙이 형사법의 대원칙인 점을 감안하면 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얼마든지 무죄를  

주장할 수 있고, 자신의 결백을 증명할 수 있는 것이지만 대부분의 경우 유죄임이 어느 정도 추정이  

됨에도 피고인들이 극구 범죄를 부인하거나 변명을 일삼는 모습을 보면 정말 가증스러울 때가많았다.

 

물론 신이 아닌 이상 범죄를 입증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어서 입증책임을 진 수사기관과  

소추기관의 능력 여하에 따라 범죄자가 증거불충분 등으로 풀려나는 경우가 있지만  

변호사들도 분명 자신이 변호하는 사람이 죄를 지었는지 아닌지는 어느 정도 감이 올 것 같은데  

돈에 눈이 멀어 그런 자들이 아무런 대가도 치르지 않고 세상을 활보할 수 있게 도와주게 된다면 

맘이 불편해서라도 못 살 것 같은데 대부분의 변호사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사법제도 자체가 그런 걸 허용하고 있긴 하지만 그런 사건들을 볼 때마다  

과연 사법제도가 제대로 기능을 하는 것인지 의문이 들고 

흔히 하는 말처럼 '무전유죄,유전무죄'가 아닌가 하는 회의감이 들기도 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미키 할러도 전형적인 돈벌레 변호사였지만  

자신의 친구였던 수사관 라울을 잃고 가족마저 위협을 당하게 되자 

올바른 길을 선택하게 되어 그나마 다행스러웠던 것 같다.

 

마이클 코넬리는 고독한 형사 해리 보슈가 대표적인 캐릭터라 다른 인물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작품은 적은 편인데 선악을 넘나드는 이 책의 주인공 미키 할러가 주인공인 작품들도  

계속 나온다면 법정 스릴러의 묘미를 충분히 맛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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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에코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1 RHK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 1
마이클 코넬리 지음, 김승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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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댐 근처 굴 안에 시체가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해리 보슈는 약물중독자로 보이는 시체의 주인공이  

베트남전에서 자신과 함께 땅굴쥐로 생사고락을 같이 했던 메도우스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단순 약물과용으로 보였던 메도우스의 시체에서 타살의 흔적을 발견한 해리 보슈는  

그 뒤에 도사리는 엄청난 음모와 맞닥뜨리는데...

 

마이클 코넬리가 창조한 고독한 경찰 영웅 해리 보슈가 등장하는 첫 작품을 드디어 만났다.  

'시인의 계곡', '유골의 도시'를 통해 해리 보슈라는 캐릭터의 매력에 빠질 수밖에 없었는데  

두 작품 모두 시리즈가 한참 진행된 이후의 작품이라 그동안 해리 보슈에게 모슨 일들이 있었는지  

제대로 알 수 없다는 아쉬움이 있던 차에 해리 보슈 시리즈가 차례대로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이 책을 보게 되었다.

 

해리 보슈는 등장할 때 이미 스타 경찰이었지만 인형사 사건으로 인해 징계를 받고 본청에서 쫓겨나  

헐리우드 경찰서 살인전담반에서 묵묵히 자신의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그런데 자신과 베트남에서 같이 땅굴쥐를 했던 메도우스가 시체로 발견되자  

그의 죽음에 의문을 품으며 사건을 파고들기 시작한다.

메도우스가 장물로 보이는 팔찌를 전당포에 맡겼고, 전당포에서 그 팔찌가 도난당한 사실을 알아낸  

해리 보슈는 메도우스가 미궁에 빠진 은행강도 사건과도 관련이 있음을 알고  

조금씩 실마리를 찾아가지만 그를 눈에 가시처럼 생각하고 있는 LA경찰국 내사과의 어빈 차장은  

부하들인 루이스와 클락 형사에게 해리 보슈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게 하는데...

 

이 책에서 처음 등장한 해리 보슈는 그야말로 고독한 영웅 그 자체였다.

대부분 조직에 소속된 사람이면 아무래도 조직 전체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해리 보슈에겐 그런 건 별로 중요한 게 아니었다.

오직 범인들을 잡는 게 그의 유일한 목표였고 최우선의 과제였다.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적을 만들 수밖에 없었고 특히 어빈 차장과  

루이스와 클락(무슨 슈퍼맨 시리즈도 아니고...ㅋ)은 해리 보슈라면 이를 가는 인물들이었다.

경찰이라는 조직 자체가 아무래도 좀 폐쇄적이고 상명하복이 중요한 집단인데  

경찰 내부의 비리랄까 잘못들도 전혀 눈감아 주지 않고 오로지 범인 잡는데만 혈안이 된 형사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경찰들이 있는 것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어빈 차장이나 루이스와 클락 형사는 미운 짓만 골라하는  

전형적인 악역이었다. 해리 보슈를 못 잡아 먹어 안 달난 그들을  

해리 보슈가 골탕먹이는 장면은 정말 속이 후련하기까지 했다.ㅋ

 

이미 봤던 해리 보슈 시리즈의 두 작품처럼 이 책도 사건을 파고들수록 사건이 점점 눈덩이  

커지 듯이 불어난다. 마약중독자의 단순한 약물과용으로 위장된 사건은 땅굴 은행강도사건으로  

연결되고 그 뒤에는 정말 예상치 못한 음모와 비밀이 숨겨져 있었다.

그리고 늘 빠지지 않는 해리 보슈의 로맨스가 이 책에서도 펼쳐지는데

매 작품마다 여자를 갈아치우는(?) 그의 능력에 존경을 표해야 할 것 같다.ㅋ  

하지만 그의 로맨스는 늘 짧고 비극적으로 끝난다는 점을 생각하면 마냥 부러워할 것은 아닌 것 같다.ㅎ

 

해리 보슈라는 매력적인 형사 캐릭터가 처음 등장한 작품답게 해리 보슈의 암울했던 과거가  

작품 곳곳에서 드러나는데 베트남전에서 겪었던 악몽이 안 그래도 우울한 그의 삶을

더욱 고독으로 내몬 건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도 들었다.

하지만 그게 그를 더욱 사건에 몰입하게 만들어준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보면 아이러니하게도  

그를 영웅으로 만들어주는 힘이 된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앞으로 차례대로 나올 해리 보슈 시리즈에서 그의 외롭지만 열정어린 수사에 동참할 생각을 하니  

절로 흐뭇해지는데 빨리 다음 작품과 만나기를 손꼽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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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골의 도시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8 RHK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 8
마이클 코넬리 지음, 한정아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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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날부터 자살사건을 수습하느라 정신없던 해리 보슈는  

개가 어린 아이의 뼈를 물어 왔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다.

20년쯤 전에 죽어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아이는 뼈에 남은 흔적으로 보아  

심각한 학대를 받은 듯한데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그동안 읽었던 마이클 코넬리의 책들은 딱 내 취향이라 할 수 있었다.

처음 만났던 '시인
'이 너무 괜찮았기 때문에 이후 번역된 그의 책들은 거의 다 읽었는데(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만 아직 못 읽었다) 모두 일정 수준 이상의 작품들이어서 실망을 안겨준 적은 없었다.

마이클 코넬리의 분신(?)이라 할 수 있는 해리 보슈가 등장하는

이 작품이 나온다고 했을 때 사실 조금은 망설였다.

해리 보슈가 등장하는 작품들이 곧 순서대로 발간된다는 정보가 있어 아무래도 시리즈는 순서대로  

읽어야 전후 파악과 세월의 흐름에 따른 주인공의 변화 모습을 제대로 알 수 있기 때문에  

좀 기다렸다가 이 책을 읽으려했지만 읽고 싶은 욕구를 참을 수가 없었다.ㅋ

 

아이의 유골을 발견했지만 피해자의 신원을 쉽게 확인할 수 없던 차에 유골이 발견된 현장 주위에  

사는 사람 중 아동 성추행 전과자가 있음을 확인한 해리 보슈는 그를 유력한 용의자로 조사하지만  

다른 경찰관이 이 정보를 방송사에 흘려 정보가 새어나가 과거거 드러난 용의자가 자살해버리는  

난감한 상황에 처한다. 그러던 중 피해자가 자신의 동생이라고 주장하는 여자가 나타나는데...

 

이미 유골의 상태에서 충분히 추측할 수 있었던 것처럼 피해자는 가정에서 심각한 학대를 받았다.  

가정내에서 벌어지는 폭행이나 아이들에 대한 학대는 사실 심각한 문제라 할 수 있다.  

특히 우리처럼 남의 가정일에 개입 안 하려는 분위기와 아이들을 부모 맘대로(?) 해도 된다는  

잘못된 사고방식을 가진 사회에선 가정내에서 부모들의 학대로 고통받는 아이들이 상당할 것임에도  

별로 문제화되고 있지 않는 것 같다. 그런 학대받은 아이들은 이미 몸과 맘이 황폐해진 상태가 되어  

이를 치유해주지 않으면 어른이 되어서도 사회에도 적응 못하고 범죄의 길로 들어서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물론 어린 시절의 안 좋은 기억들을 극복하고 잘 사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늘 생각하는 바이지만 가정이 정상적인 기능을 해야 사회도 건강할 수 있는데  

부모 자격 없는 인간들이 많다는 게 문제인 것 같다.

부모가 되기 전에 먼저 제대로 된 인간이 되어야 하는데 말이다.

이 책에서도 정말 부모 자격 없는 인간들 때문에 여러 사람들이 상처받고 고통을 당한다.  

물론 생각지도 못한 반전들이 계속 있지만 제대로 된 부모 밑에서 자랐다면  

이런 비극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 같다.

 

이 책을 통해 해리 보슈라는 캐릭터의 진면목을 발견한 것 같다.

이전에 읽었던 '시인의 계곡'
에서 해리 보슈는 이미 경찰을 퇴직하고 사립탐정을 하고 있었는데  

좀 늙고 지쳤다는 인상을 받았었다. 반면 이 책에 등장하는 꼴통(?) 형사 해리 보슈는  

악과 맞서 외롭게 싸우는 정의의 용사라 할 수 있었다.  

보통 20년도 더 된 유골을 발견했다면 특별한 증거가 더 나오지 않는 한 영구미제가 되기 쉬운데  

해리 보슈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진실을 밝히고 범인을 찾으려고 한다.  

상사들이 뭐라 하든 자기만의 소신을 지키는 그의 모습이 참된 경찰의 모습이 아닐까 싶었다.  

비록 진정한 악을 세상에서 몰아낼 수 없지만 물이 새는 양동이를 하나씩 쥐고 절망의 어두운 시궁창  

속을 허우적거리고 다니며 물을 퍼내려고 안간힘을 다 쓰는 그런 애처로운 모습이  

바로 해리 보슈라는 형사의 참모습이었다.

 

이 책에서도 해리 보슈는 신참인 브래셔와의 로맨스를 만들어 가는데 내가 읽었던 마이클 코넬리의  

다른 작품에서보단 제대로(?) 된 로맨스가 펼쳐지는 것 같지만 비극적인 결말로 끝나고 만다.

사실 이 작품에서 좀 아쉬운 부분들이 있는데 바로 어이없는 브래셔의 사고라 할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밝혀지는 사건의 진실은 그동안 힘겹게 진실에 다가간 것에 비하면 좀 허무한 느낌을  

주었다. 그럼에도 마이클 코넬리의 분신인 해리 보슈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된 점은 충분한 성과라  

할 것이다. 고독한 정의의 경찰 그 자체인 해리 보슈가 등장하는 첫 작품인 '블랙 에코'부터  

차례로 출간될 예정이라 해리 보슈와의 관계는 더욱 끈끈해지지(?) 않을까 싶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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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 - 사라진 릴리를 찾아서,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24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
마이클 코넬리 지음, 김승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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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잘 나가는 과학자 헨리 피어스는 애인과 헤어지고 새집을 구해 이사를 하는데 

새로 바꾼 전화번호로 릴리라는 여자를 찾는 전화가 계속 오자

릴리라는 여자에 대해 관심을 갖고 그녀의 행방을 찾기 시작하는데...

 

'시인' 3부작과, '블러드 워크'를 통해 이미 진가를 확인한 마이클 코넬리의 또 다른 작품인 이 책은

우연히 받게 된 전화로 알게 된 릴리라는 여자의 행방을 찾으려다 곤경에 처하는 남자의 얘기를  

그리고 있다. 헨리의 전화로 수많은 남자들이 애타게(?) 찾던 릴리라는 여자는 사실 에스코트였다.

(우리가 흔히 아는 에스코트라는 단어와는 완전히 다른 의미다.ㅋ)

전 주인의 전화가 계속 걸려오면, 그것도 좀 부적절한(?) 직업 여성을 찾는 전화가 걸려오면  

좀 짜증이 나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화번호를 다시 바꾸는 것으로 해결할 것인데 헨리는  

나름이 사연이 있는지라 릴리라는 여자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가 걱정을 하면서  

릴리의 행방을 수소문하기 시작한다.

설령 호기심이 생겼다 하더라도 몇 번 하다 안 되면 금방 포기하기 마련인데 헨리의 무서운(?)  

집착은 점점 일을 크게 만들어가고 선의로 시작했던 일이 결국 자신을 곤경에 빠지게 만든다.

 

우리나라에서도 보이스피싱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지만

이 책에서 헨리를 낚는 방법은 정말 교묘하기 짝이 없었다.

헨리의 아픈 과거를 이용해 그를 함정에 빠뜨리는데 비록 헨리가 오지랖이 넓긴 했지만

헨리처럼 남을 도와주려다가 엉뚱한 살인누명을 쓰게 된다면 정말 미치고 환장할 노릇일 것 같다.

선한 사마리아인이 되기 어려운 이유가 선행이 보상은 못 받을지라도 그로 인해 피해는 없어야  

하는데 선행을 하려다가 사건에 휘말며 곤욕을 치루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이 책에서처럼 선의를 악용하려는 악마들이 없지 않기에

무관심이 상책인 삭막한 세상이 되어 가는 게 아닌가 싶어 씁쓸함을 안겨줬다.

 

마이클 코넬리의 책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그의 얘기 솜씨는 탁월하다는 말이  

절로 나오게 만든다. 읽는 사람을 주인공의 아바타로 만들어 주인공이 느끼는 감정을 고스란히  

느끼게 만들고 과연 사건이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해서 페이지들이 순식간에 사라지게 만든다.

그리고 최근 부각되고 있는 신선한 소재들을 즐겨 사용하는데

이 책에서도 인터넷 성매매, 생명공학 등의 발달에 기여할 최첨단 기술, 해킹 등

우리가 쉽게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분야를 조금이나마 맛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면서도

결코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만드는 스릴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 바로 코넬리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단지 아쉬움이 있다면 코넬리는 로맨스에 약하다는 점이다. 헨리와 니콜의 관계,

특히 뒷부분에서 펼쳐지는 어설픈 관계개선의 노력은 이 작품의 옥의 티가 아닐까 싶다.

시인 3부작 등에서도 느낀 거지만 사건 진행 중에 들어가는 우발적인(?) 로맨스는 사족인 느낌을 줘서

오히려 작품의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경향이 있다. 코넬리가 그의 장기에만 좀 더 집중하면  

더 멋진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럼에도 그의 작품들은 거의 마약같은 중독성을 지니고 있어  

한 번 손에 들면 끝을 보지 않을 수 없는 매력이 있음은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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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 - 사막의 망자들,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25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
마이클 코넬리 지음, 이창식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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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사건으로 유명세를 타며 LA타임즈로 스카웃되었던 잭 매커보이는  

그 후 10여년이 지나 신문사의 경영난으로 인해 해고대상에 오르게 된다.  

신출내기 기자인 안젤라를 수습시켜 주는 조건으로 2주간의 시간만 허락받은 잭은  

클럽 댄서를 살해하고 시체를 차 트렁크에 넣은 혐의로 체포된 소년의 할머니(?)에게서

손자의 무죄를 주장하는 전화를 받고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는데...

 

'시인'에서 형의 의문의 죽음을 파고들어 시인이라는 엄청난 악마를 쓰러뜨렸던  

죽음 담당 기자 잭 매커보이가 다시 돌아왔다.

그 사이 많은 세월이 흘러 정리해고 대상이 되어버린 힘 없는 기자가 되었지만  

그의 범죄에 대한 날카로운 감각은 전혀 변함이 없었다.

사실 해고가 예정된 기자라면 만사가 귀찮을 법하지만 잭은 트렁크 살인사건에 의문을 가지게 되자  

유사 사건을 찾아내고 두 사건의 기막힌 유사성을 확인하면서  

베일 아래 숨어 있는 살인마를 찾기 위해 힘겨운 여정을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옛 연인이었던 FBI 요원 레이철 월링과 재회하면서 함께 범인의 그림자를 쫓아가는데...

 

기본적으로 이 책은 '시인'과 아주 유사했다. 잭과 레이철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점도 그렇고  

범인들과 이들을 쫓는 잭과 레이철을 번갈아 가며 보여주는 점, 그리고 첨에 잭이 별개의 사건들의  

연관성을 간파하여 어둠 속에 숨어있던 악마를 끌어내는 점은 거의 흡사했다.

범인이 누구인지를 처음부터 등장시킨 점에선 '시인'과는 좀 다른 점인데 

('시인'은 훨씬 더 정교한 반전을 준비하고 있다.)

일그러진 어린 시절이 악마가 되게 만들었다는 두 범인의 공통점은 
아이들이 자라는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주었다.(물론 환경이 절대적인 요소는 아니다.)

 

이 책의 제목과 같이 범인은 피해자들을 마치 허수아비처럼 죽게 만들고  

공범을 교묘히 자신의 허수아비로 내세운다.

(원래는 해커들로부터 서버를 지키는 의미의 허수아비였지만

결국 자신을 대신한 희생양이라는 의미의 허수아비가 되고 만다)

그리고 정보화 시대에 맞게 서버를 관리하는 전문가로 활동하면서 여러 사이트를 해킹하여  

피해자들의 정보를 수집하고 잭이 자신을 추적한다는 사실을 알자 신용카드 등을 못쓰게 만들어버린다.

인터넷을 통해 개인정보를 수집하여 이를 각종 범죄에 활용하는 게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 현실을  

적절하게 반영한 설정이라 할 수 있었는데 별 생각 없이 자신의 미니홈피나 블로그 등에 개인정보나

개인정보를 추측하게 할 수 있는 내용들을 게시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를 잘 보여주었다. 

(나도 아무 생각없이 각종 글들을 올리면서 개인정보를 노출하는 것 같은데 좀 조심해야겠다. ㅋ)

 

잭과 레이철의 재회와 다시 불 붙은(?) 로맨스도 이 책의 매력이다.

'시인' 사건 이후 무슨 일이 있었는진 모르겠지만 잭과 레이철은 헤어져서  

잭은 다른 기자와 결혼했다 헤어지고 레이철은 '시인의 계곡'에서 해리 보슈와 뜨거운(?) 관계에  

빠진다.(물론 레이철과 해리 보슈도 여지없이 결별을 맞는다)

이렇게 잠시동안 서로 외도를 했던 잭과 레이철은 새로운 사건을 계기로 다시 만나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는 속담처럼 더욱 진한 관계로 발전하는데 마이클 코넬리가 이들을  

다음 작품에도 기용할 생각이라면 아마 부부탐정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게 했다.   

 

이 책을 끝으로 소위 '시인' 3부작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사실 이 작품은 '시인'과는 별 관계가 없다. '시인'에 등장한 두 주인공이 등장하는 것 외에는...)

처음 '시인'이라는 작품을 접했을 때 정말 최고의 범죄소설이라는 느낌을 받았었는데  

'시인의 계곡'은 좀 미약한 느낌이 없지 않았다.

다시 '시인'의 두 주인공 잭과 레이철이 복귀한 이 책은 '시인'에 견줄 수 있는 작품인 것 같은데  

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범인의 캐릭터가 '시인'만큼 강렬하지 못하고  

마지막 범인과의 일전이 좀 싱겁게 끝난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흥미진진한 사건 전개와 이미 독자가 알고 있는 범인들을 쫓아가는  

잭과 레이철의 모습을 감상(?)하는 재미는 솔솔했던 작품이었는데  

잭과 레이철 콤비가 맹활약하는 모습을 꼭 다시 만나고 싶은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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