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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 - 사막의 망자들,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25 ㅣ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
마이클 코넬리 지음, 이창식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시인' 사건으로 유명세를 타며 LA타임즈로 스카웃되었던 잭 매커보이는
그 후 10여년이 지나 신문사의 경영난으로 인해 해고대상에 오르게 된다.
신출내기 기자인 안젤라를 수습시켜 주는 조건으로 2주간의 시간만 허락받은 잭은
클럽 댄서를 살해하고 시체를 차 트렁크에 넣은 혐의로 체포된 소년의 할머니(?)에게서
손자의 무죄를 주장하는 전화를 받고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는데...
'시인'에서 형의 의문의 죽음을 파고들어 시인이라는 엄청난 악마를 쓰러뜨렸던
죽음 담당 기자 잭 매커보이가 다시 돌아왔다.
그 사이 많은 세월이 흘러 정리해고 대상이 되어버린 힘 없는 기자가 되었지만
그의 범죄에 대한 날카로운 감각은 전혀 변함이 없었다.
사실 해고가 예정된 기자라면 만사가 귀찮을 법하지만 잭은 트렁크 살인사건에 의문을 가지게 되자
유사 사건을 찾아내고 두 사건의 기막힌 유사성을 확인하면서
베일 아래 숨어 있는 살인마를 찾기 위해 힘겨운 여정을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옛 연인이었던 FBI 요원 레이철 월링과 재회하면서 함께 범인의 그림자를 쫓아가는데...
기본적으로 이 책은 '시인'과 아주 유사했다. 잭과 레이철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점도 그렇고
범인들과 이들을 쫓는 잭과 레이철을 번갈아 가며 보여주는 점, 그리고 첨에 잭이 별개의 사건들의
연관성을 간파하여 어둠 속에 숨어있던 악마를 끌어내는 점은 거의 흡사했다.
범인이 누구인지를 처음부터 등장시킨 점에선 '시인'과는 좀 다른 점인데
('시인'은 훨씬 더 정교한 반전을 준비하고 있다.)
일그러진 어린 시절이 악마가 되게 만들었다는 두 범인의 공통점은 아이들이 자라는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주었다.(물론 환경이 절대적인 요소는 아니다.)
이 책의 제목과 같이 범인은 피해자들을 마치 허수아비처럼 죽게 만들고
공범을 교묘히 자신의 허수아비로 내세운다.
(원래는 해커들로부터 서버를 지키는 의미의 허수아비였지만
결국 자신을 대신한 희생양이라는 의미의 허수아비가 되고 만다)
그리고 정보화 시대에 맞게 서버를 관리하는 전문가로 활동하면서 여러 사이트를 해킹하여
피해자들의 정보를 수집하고 잭이 자신을 추적한다는 사실을 알자 신용카드 등을 못쓰게 만들어버린다.
인터넷을 통해 개인정보를 수집하여 이를 각종 범죄에 활용하는 게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 현실을
적절하게 반영한 설정이라 할 수 있었는데 별 생각 없이 자신의 미니홈피나 블로그 등에 개인정보나
개인정보를 추측하게 할 수 있는 내용들을 게시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를 잘 보여주었다.
(나도 아무 생각없이 각종 글들을 올리면서 개인정보를 노출하는 것 같은데 좀 조심해야겠다. ㅋ)
잭과 레이철의 재회와 다시 불 붙은(?) 로맨스도 이 책의 매력이다.
'시인' 사건 이후 무슨 일이 있었는진 모르겠지만 잭과 레이철은 헤어져서
잭은 다른 기자와 결혼했다 헤어지고 레이철은 '시인의 계곡'에서 해리 보슈와 뜨거운(?) 관계에
빠진다.(물론 레이철과 해리 보슈도 여지없이 결별을 맞는다)
이렇게 잠시동안 서로 외도를 했던 잭과 레이철은 새로운 사건을 계기로 다시 만나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는 속담처럼 더욱 진한 관계로 발전하는데 마이클 코넬리가 이들을
다음 작품에도 기용할 생각이라면 아마 부부탐정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게 했다.
이 책을 끝으로 소위 '시인' 3부작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사실 이 작품은 '시인'과는 별 관계가 없다. '시인'에 등장한 두 주인공이 등장하는 것 외에는...)
처음 '시인'이라는 작품을 접했을 때 정말 최고의 범죄소설이라는 느낌을 받았었는데
'시인의 계곡'은 좀 미약한 느낌이 없지 않았다.
다시 '시인'의 두 주인공 잭과 레이철이 복귀한 이 책은 '시인'에 견줄 수 있는 작품인 것 같은데
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범인의 캐릭터가 '시인'만큼 강렬하지 못하고
마지막 범인과의 일전이 좀 싱겁게 끝난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흥미진진한 사건 전개와 이미 독자가 알고 있는 범인들을 쫓아가는
잭과 레이철의 모습을 감상(?)하는 재미는 솔솔했던 작품이었는데
잭과 레이철 콤비가 맹활약하는 모습을 꼭 다시 만나고 싶은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