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의 집 엘러리 퀸 컬렉션 Ellery Queen Collection
엘러리 퀸 지음, 배지은 옮김 / 검은숲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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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과 필라델피아의 중간에 위치한 트랜튼에 있는 한 오두막집에서 한 남자가 칼에 찔려 죽은 채

발견된다. 조라는 남자의 처남인 빌 에인절은 조와 약속장소에 갔다가 조가 숨이 넘어가기 직전에

베일을 쓴 여자를 얘기하는 걸 들었고, 오두막집으로 올라가는 길에 조가 말한 듯한 여자가 오두막집을

나와 차를 타고 부리나케 달아나는 모습을 목격했는데, 동생인 루시의 남편으로만 알았던 조가

뉴욕에서는 제시카 김볼과 결혼한 조지프 켄트 김볼로 살아왔다는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받는데...

 

미국 고전 미스터리를 대표하는 작가를 꼽으라고 하면 단연 엘러리 퀸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영국에 애거서 크리스티가 있다면 미국에 엘러리 퀸이 있다고 할 정도로 1930년대 추리소설의 양대

산맥이라고 감히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 책은 엘러리 퀸의 초장기를 열었던 1기가 지나고 2기의

첫 작품이라고 한다. 1기가 국명 시리즈와 비극 시리즈를 통해 본격 추리소설의 표본을 선보였다면

라이츠빌 시리즈로 대표되는 3기는 인간 본성에 관한 고찰과 문학적 원숙미가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는데 비해 2기는 상대적으로 저평가를 받는 시기여서 과연 어떤 작품일까 궁금증을 자아냈다.

아무래도 2기의 첫 작품이라 그런지 1기의 국명 시리즈의 전매특허인 '독자에 대한 도전'도 그대로

들어가 있고 해서 왠지 1기의 연장선상에 있는 느낌도 없지 않았다. 특히 서문에서 이 책의 제목을

두고 '스웨덴 성냥 미스터리'라고 하면 안 될 게 뭐가 있느냐 할 정도로 국명 시리즈의 10번째

작품으로 해도 별 무리가 없을 것 같은데 굳이 '중간의 집'이란 제목을 붙인 걸 보면 국명 시리즈와는

확실한 선 긋기를 시도한 것으로 봐도 무방할 것 같았다. '중간의 집'은 살인사건이 발생한 곳이

조가 이중생활을 하던 뉴욕과 필라델피아의 중간에 있는 트렌튼에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조가

8년 동안이나 이곳을 근거로 완벽한 이중생활을 했기 때문일 것 같다. 필라델피아에선 루시와 결혼해

살면서 외판원 생활을 하고 뉴욕에서는 부자인 제시카 김볼과 결혼한 조지프 김볼로 살아왔으니

일주일에 며칠씩 나눠 이중생활을 무려 8년간이나 들키지 않고 해온 조라는 남자의 대담함과

치밀함에 모두들 놀랄 수밖에 없었다. 조가 죽기 전 언급한 베일 쓴 여자와 빌이 목격한 여자까지

범인이 여자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루시의 지문에 묻은 결정적인 증거물까지 나와 결국 루시가

살인범으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게 되고 변호사인 빌이 직접 루시를 변호하며 치열한 법정공방을

벌이는데 그동안 엘러리 퀸 작품에서는 보지 못했던 신선하면서도 흥미로운 부분이라 상당히

흥미진진하게 지켜볼 수 있었다. 게다가 뭔가를 알고 있는 제시카의 딸 앤드레아가 쉽게 입을 열지

않는 가운데 오두막집에 남아 있던 성냥개비들로부터 엘러리 퀸 특유의 추리와 범인몰이가 숨겨진

진실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한동안 소원했던 엘러리 퀸의 작품을 오랜만에 만나선지 오래된 친구를

만난 것 같은 반가운 작품이었는데 국명 시리즈와는 사뭇 다른 매력을 맛볼 수 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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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캘린더 엘러리 퀸 컬렉션 Ellery Queen Collection
엘러리 퀸 지음, 배지은 옮김 / 검은숲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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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러리 퀸은 미국 고전 추리소설을 대표하는 작가라 검은숲에서 그의 작품들이 하나씩 번역되어

나올 때마다 항상 반가운데 이번에는 1939년부터 1948년까지 총 9년간 방송된 라디오 드라마

'엘러리 퀸의 모험' 극본 중 열두 편을 골라 소설 형식으로 꾸민 단편집으로 우리에게 돌아왔다.

1월 ~ 12월까지 매달 '~ 모험'이란 제목의 단편 12편이 실려 있는데, 매달 한 편씩의 단편을 모은

형식으로는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과도 유사했지만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스토리를 구성하진 않았다.

 

라디오 드라마용 극본으로 한 달에 하나의 에피소드를 다루다 보니 깊이 있는 내용보다는

간단한 트릭을 바탕으로 한 수수께끼 풀이식의 작품들이 담겨져 있었다.

첫 단편인 '내부자 모임의 모험'에서는 이스턴 대학교 13학번들의 특별한 모임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다루는데 입학연도로 학번을 부여하는 우리와는 달리 미국 대학교는 졸업연도로 학번을 부여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숫자에 특별한 열의를 가졌다는 미국 초대 대통령 워싱턴이 숨겨놓은 보물을

찾는 과정을 그린 '대통령의 5센트 은화 모험'과 소득세 신고서의 도난에 얽힌 진실을 밝혀가는

'마이클 마군의 3월 15일 모험' 등 가벼운 듯 하면서도 흥미로운 작품들을 선보였는데 무엇보다

엘러리 퀸과 그의 비서인 니키 포터의 묘한 앙상블이 재미를 배가시켜주는 것 같았다.

각 작품이 다루는 날짜도 그 달에서 상당히 의미 있는 날들이었는데, 4월 1일 만우절을 배경으로 하는

'황제의 주사위 모험', 10월 31일 할로윈을 배경으로 한 '죽은 고양이의 모험', 추수감사절을 배경으로

한 '비밀을 폭로하는 병의 모험',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한 '황태자 인형의 모험'까지 미국에서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날들이 대거 등장했다. 단편의 미덕을 담기 위해 짧고 굵게 강렬한 인상을 주는 작품들이 적지 않았는데 역사적인 사건이나 신화 등을 인용하는 작품들이 많이 등장했다. 특히 엘러리 퀸이 도전을 받거나 난처한 상황에 처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는데 파트너라 할 수 있는

니키 포터와 티격태격하면서도 썸을 타는 듯한 미묘한 분위기는 감초 역할을 하기에 충분했다.

아버지인 리처드 퀸 경감도 곳곳에 등장하지만 아버지와 호흡을 맞출 때와는 역시 확연히 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는데 로맨틱 코메디의 남녀 커플이 벌이는 알콩달콩한 핑크빛(?) 분위기처럼

범죄를 다룸에도 불구하고 훨씬 작품이 화사해지는 것 부정할 수 없을 것 같다. 엘러리 퀸의 작품을

많이 읽어봤지만 아무래도 라디오 드라마용으로 사용된 극본을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기존에 읽었던

작품들과는 색다른 느낌의 단편집이었다. 마치 귀로 듣는 라디오 드라마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발랄하면서도 아기자기한 재미를 주는 에피소드들로 가득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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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 많은 고양이 엘러리 퀸 컬렉션 Ellery Queen Collection
엘러리 퀸 지음, 배지은 옮김 / 검은숲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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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맨해튼에서 터서 실크 끈으로 교살당하는 사건이 연쇄적으로 일어난다.

피해자들 사이에 특별한 유사성을 발견하지 못한 채 고양이라는 별명이 붙은 살인범을 잡기 위해

뉴욕 시장은 엘러리 퀸을 특별 수사관으로 임명하지만 계속되는 살인을 막지 못하는데...

 

얼마 전에 읽었던 '악의 기원'을 통해서 여전히 매력적인 엘러리 퀸의 활약상을 만나볼 수 있었는데 엘러리 퀸 후기의 대표작이라는 이 책에선 과연 어떤 얘기가 펼쳐질지 기대가 되었다.

초반부터 고양이로 불리는 범인의 연쇄살인이 벌어지지만 별다른 단서가 없는 상황이어서

특별 수사관으로 수사에 참여하게 된 엘러리 퀸도 속수무책이었는데 네 번째와 다섯 번째 피해자의 가족들인 지미 맥켈과 셀레스트 필립스를 조수로 고용하여 서로를 감시하게 하는 부질없는 시도를

해보지만 두 사람에게 비난만 받고 아무 소용이 없었다. 무차별적으로 일어나는 묻지마 살인에

뉴욕은 공포에 휩싸여 급기야 고양이 폭동이 일어나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는 어처구니없는 일까지 일어난다. 도시를 가득채운 연쇄살인마 고양이의 공포에 모두 제정신이 아닌 가운데

엘러리 퀸은 피해자들의 나이가 계속 어려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그러다 여덟 번째와 아홉 번째 피해자의 나이가 동갑이라 나이 감소 수열이 깨어진 게 아닌가

그들이 태어난 날짜를 확인하던 와중에 결정적인 단서를 얻게 되는데... 

 

무려 아홉 명의 피해자가 나올 때까지 엘러리 퀸이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초기작들에서 보여준 천재 탐정의 이미지는 후기작으로 갈수록 약해지는 경향을 보였다.

한 마디로 신의 경지에서 인간의 경지로 내려왔다고 할 수 있었는데 많은 피해자들이 양산되지만

각각의 사건이 큰 비중을 차지하진 않아서 사건의 진도는 신속하게 진행된다. 

시작부터 다섯 명이 고양이에게 당한 상태였고 살인수법은 동일범의 소행이었지만

피해자들 사이에 어떤 규칙도 있지 않은 그야말로 묻지마 살인으로 여겨지면서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상황인지라 시민들이 공황상태에 빠지는 건 어쩌면 당연했다.

그래도 살인 피해자보다 더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는 사태가 일어나자 사건은 점점 파국으로 치닫는데,

엘러리 퀸이 발견한 나이 감소 법칙이 단서가 되어 피해자들 사이에 숨겨진 공통점을 결국 찾게 된다.

그래서 일찌감치 범인의 정체가 드러나고 범인을 잡기 위한 덫을 놓고 기다리는 숨막히는 과정으로

그냥 끝나는 듯 싶었지만 상당한 분량이 남아 있어 역시나 반전이 숨겨져 있을 거라 생각했다.

'국명 시리즈'나 '비극 시리즈'에서 보여주었던 본격 추리 스타일을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편인데 '라이츠빌 시리즈'를 비롯해 엘러리 퀸의 후기작들에선 더 이상 신적인 재능을 선보이는 엘러리 퀸을

만날 수는 없지만 오히려 엘러리 퀸의 인간적인 면모가 훨씬 더 풍겨서 또 다른 재미를 맛볼 수 있었다.

이 책에서도 정신분석학을 비롯한 사람의 심리적인 면에 상당한 비중을 할애한 듯 보이는데

사건들을 연결하는 기발한 설정은 작품들마다 늘 감탄스러울 따름이었다.

이제 검은숲에서 선보일 엘러리 퀸의 컬렉션이 몇 권 남지 않은 것 같은데

남은 작품들에선 과연 어떤 재미를 선사해줄지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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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 범죄, 미스터리의 간략한 역사 박람강기 프로젝트 7
엘러리 퀸 지음, 박진세 옮김 / 북스피어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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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미스터리의 대가인 엘러리 퀸은 작가로서도 추리소설 역사의 한 획을 그었지만

'엘러리 퀸 미스터리 매거진'이라는 잡지를 통해 후배 작가들을 발굴하고 평론가로서도 맹활약했다.

전에 읽은 '탐정 탐구 생활'에서 탐정소설에 얽힌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재밌게 들려주었는데

이번에는 단편 미스터리의 역사 속에서 엘러리 퀸이 선정한 가치 있는 책들을 총 망라하고 있다.

판단의 기준으로는 역사적 중요성, 문학적 스타일과 구성의 독창성에서의 퀄리티,

초판본의 희소가치라는 세 가지 기준을 제시하며 이에 해당하는 총 126권의 책을 소개하고 있는데

시간적 순서에 따라 탐정소설의 아버지라 할 수 있는 애드거 앨런 포의 '이야기들'을 시작으로

1967년작 해리 케멜먼의 '9마일은 너무 멀다'까지 수록하고 있다.

사실 단편보다는 장편을 주로 읽어와서 엘러리 퀸이 선정한 목록에 과연 내가 읽은 책이 얼마나 있을지

궁금했는데 역시나 얼마되지 않았고 작가의 이름과 제목조차 생소한 작품들이 대부분이었다.

시대 구분을 요람기, 시조, 초기 50년, 도일의 10년, 제1황금기, 제2황금기, 제1근대, 제2근대, 르네상스,

르네상스와 현대, 르네상스와 현대 이후로 구분하여 시간순으로 의미 있는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누구나 알만한 유명 작가들의 작품들도 더러 포함되어 있었다. 찰스 디킨스의 '추적', 마크 트웨인의

'뜀뛰는 개구리',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신 아라비안나이트', 오 헨리의 '점잖은 일꾼' 등

탐정소설만을 전문으로 하는 작가들이 아님에도 외도를 해 훌륭한 작품을 남긴 사례도 적지 않았다.

내가 읽은 작품으로는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의 모험', G. K. 체스터튼의 '브라운 신부의 동심',

모리스 르블랑의 '여덟 번의 시계 종소리' 정도밖에 없어서 앞으로 봐야 할 책이 너무 많다는 것을

새삼스레 깨닫게 되었다. 두 권이 선정된 작가들도 몇 명 눈에 띄었는데 모리스 르블랑이 '괴도

신사 아르센 뤼팽'으로, 조르주 심농이 '열 세명의 피고'와 '매그레 반장의 간단한 사건들'으로

두 권씩 선정되었는데 그밖에도 멜빌 데이비슨 포스트, 루이스 골딩, 스튜어트 파머 등이 이들과 어끼를 나란히 했다. 추리소설의 대표작가들의 단편집도 여럿 포진하고 있었는데,

애거서 크리스티의 '푸아로 사건집', 엘러리 퀸의 '엘러리 퀸의 모험', 카터 딕슨의 '기묘한 사건

사고 전담반', 윌리엄 아이리시의 '만찬 후의 이야기' 등 아직까지 보지 못한 작품이 많아서 갈 길이

멀다는 사실을 알게 해주었다. 사실 이 책에서 소개된 작품들의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하고 있지는

않아 도대체 무슨 내용의 작품일까 하는 궁금증이 일게 만들었는데 국내에 번역되어 소개된 책이

과연 얼마나 될까 하는 의문도 없지 않았다. 편집자의 말처럼 이 책에서 거론된 고전들이 조금씩

이라도 출간될 수 있다면 추리소설 애호가로서 더할 나위 없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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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기원 엘러리 퀸 컬렉션 Ellery Queen Collection
엘러리 퀸 지음, 이가형 옮김 / 검은숲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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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 앞에 놓인 죽은 개의 시체와 편지를 본 아버지가 충격을 받고 사망하자

그의 딸인 로렐 힐이 아버지를 죽인 범인을 잡아달라고 엘러리 퀸을 찾아온다.

로렐 힐의 아버지인 리앤더 힐은 로저 프라이엄과 동업으로 보석 도매상을 하여 큰 돈을 벌었는데 

뭔가를 숨기고 있는 듯한 두 사람은 자신들에게 배달되어 온 괴상한 물건과 편지를 보고

심장이 약한 리앤더 힐은 죽고 말지만 로저 프라이엄은

이어 계속되는 이상한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버텨낸다. 

로저 프라이엄이 숨기고 있는 비밀과 그를 괴롭히는 자의 정체가 오리무중인 가운데

엘러리 퀸은 조금씩 엄청난 음모의 진실에 다가가는데...

 

엘러리 퀸의 3기 작품인 이 책은 계속되는 범인의 기이한 경고가 흥미를 자극했다.

죽은 개를 시작으로 비소가 든 참치, 죽은 개구리와 두꺼비, 녹색 악어가죽 지갑,

아리스토 파네스가 쓴 고대 그리스 희극 '새들', 망한 회사의 주권까지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쉽게 파악하기 어려운 일련의 경고를 통해

범인의 노림수가 과연 무엇인지, 죽은 리앤더 힐과 로저 프라이엄은 무슨 끔찍한 비밀을 숨기고 있기에

이런 황당한 협박을 받으면서도 침묵으로 일관하는지 궁금증을 자아냈다.

하반신이 마비되어 휠체어 생활을 하면서도 독재자로 군림하고 있는 로저 프라이엄은

일련의 사태에도 굴하지 않고 해볼 테면 해보라는 식으로 당당한 모습이고,

뛰어난 미모의 소유자이지만 뭔지 모를 불안함을 안고 있는 그의 아내 딜리아 프라이엄과

그녀가 로저 프라이엄과 결혼 전에 낳은 아들 크로 맥고언은 통나무 위에 집을 짓고 나체로 생활하는 등

사건과 관련된 주변 인물들이 모두 정상적이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가운데 로렐 힐과 딜리아 프라이엄 등 여러 사람으로부터 사건 의뢰를 받은 엘러리 퀸은

키츠 경위의 도움을 받아 전혀 짐작이 되지 않았던 범인이 그린 큰 그림을 밝혀낸다.

솔직히 뜬구름 잡는 듯한 범인의 복수극이 좀 어이가 없는 면도 있었지만

나름 진화론에 기반하여 상징과 은유를 적절히 활용한 정밀한 계획이 돋보였다.

진화론 하면 대부분 다윈만 기억하는데 앨프리드 월리스라는 잊혀진 진화론의 대가를 다시 떠올리게

한 점에서도 이 책에서 범인이 사용한 기발한 경고와 트릭은 충분히 의미가 있었다.

제목에서도 다윈의 '종의 기원'을 차용한 냄새가 물씬 풍겼지만

거창한 제목이 의미하는 그런 태초의 악으로부터 연대기를 기대한다면 살짝 실망할 수도 있다.

이 작품이 출간된 시점이 1951년이라 그런지 한국전쟁과 한국에 관련된 얘기들이 간혹 나오는데 당시 미국인들이 먼 아시아의 변방에서 벌어진 전쟁과 한국이란 나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는지를 보면(한국은 소문처럼 냄새가 고약한 나라인가요?) 조금은 씁쓸한 기분도 들었다.

뉴욕과 가상의 도시 라이츠빌에서 활약하던 엘러리 퀸이 LA를 무대로 활동해서

새로운 느낌도 물씬 풍겼는데 조만간 나올 3기의 후속작품들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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