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캘린더 엘러리 퀸 컬렉션 Ellery Queen Collection
엘러리 퀸 지음, 배지은 옮김 / 검은숲 / 2017년 4월
평점 :
품절


엘러리 퀸은 미국 고전 추리소설을 대표하는 작가라 검은숲에서 그의 작품들이 하나씩 번역되어

나올 때마다 항상 반가운데 이번에는 1939년부터 1948년까지 총 9년간 방송된 라디오 드라마

'엘러리 퀸의 모험' 극본 중 열두 편을 골라 소설 형식으로 꾸민 단편집으로 우리에게 돌아왔다.

1월 ~ 12월까지 매달 '~ 모험'이란 제목의 단편 12편이 실려 있는데, 매달 한 편씩의 단편을 모은

형식으로는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과도 유사했지만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스토리를 구성하진 않았다.

 

라디오 드라마용 극본으로 한 달에 하나의 에피소드를 다루다 보니 깊이 있는 내용보다는

간단한 트릭을 바탕으로 한 수수께끼 풀이식의 작품들이 담겨져 있었다.

첫 단편인 '내부자 모임의 모험'에서는 이스턴 대학교 13학번들의 특별한 모임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다루는데 입학연도로 학번을 부여하는 우리와는 달리 미국 대학교는 졸업연도로 학번을 부여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숫자에 특별한 열의를 가졌다는 미국 초대 대통령 워싱턴이 숨겨놓은 보물을

찾는 과정을 그린 '대통령의 5센트 은화 모험'과 소득세 신고서의 도난에 얽힌 진실을 밝혀가는

'마이클 마군의 3월 15일 모험' 등 가벼운 듯 하면서도 흥미로운 작품들을 선보였는데 무엇보다

엘러리 퀸과 그의 비서인 니키 포터의 묘한 앙상블이 재미를 배가시켜주는 것 같았다.

각 작품이 다루는 날짜도 그 달에서 상당히 의미 있는 날들이었는데, 4월 1일 만우절을 배경으로 하는

'황제의 주사위 모험', 10월 31일 할로윈을 배경으로 한 '죽은 고양이의 모험', 추수감사절을 배경으로

한 '비밀을 폭로하는 병의 모험',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한 '황태자 인형의 모험'까지 미국에서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날들이 대거 등장했다. 단편의 미덕을 담기 위해 짧고 굵게 강렬한 인상을 주는 작품들이 적지 않았는데 역사적인 사건이나 신화 등을 인용하는 작품들이 많이 등장했다. 특히 엘러리 퀸이 도전을 받거나 난처한 상황에 처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는데 파트너라 할 수 있는

니키 포터와 티격태격하면서도 썸을 타는 듯한 미묘한 분위기는 감초 역할을 하기에 충분했다.

아버지인 리처드 퀸 경감도 곳곳에 등장하지만 아버지와 호흡을 맞출 때와는 역시 확연히 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는데 로맨틱 코메디의 남녀 커플이 벌이는 알콩달콩한 핑크빛(?) 분위기처럼

범죄를 다룸에도 불구하고 훨씬 작품이 화사해지는 것 부정할 수 없을 것 같다. 엘러리 퀸의 작품을

많이 읽어봤지만 아무래도 라디오 드라마용으로 사용된 극본을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기존에 읽었던

작품들과는 색다른 느낌의 단편집이었다. 마치 귀로 듣는 라디오 드라마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발랄하면서도 아기자기한 재미를 주는 에피소드들로 가득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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