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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착점 ㅣ 밥 리 스왜거 시리즈 1
스티븐 헌터 지음, 하현길 옮김, 최진태 감수 / 시공사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베트남전에서 저격수로 맹활약하다가 부상으로 제대한 후 와치타 산맥에 은둔생활을 하며
오로지 소총에만 관심이 있던 밥 리 스왜거는 최신형 탄환의 발사시험에 참여해달라는 제의를 받는다.
그의 유일한 관심사인 소총과 탄환에 관한 거라 흔쾌히 제의에 응하지만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무시무시한 음모와 함정인데...
사실 이 작품을 영화로 만든 마크 월버그 주연의 '더블 타켓'을 이미 봐서
(물론 기억은 그다지 나지 않지만.ㅋ) 그렇게 흥미가 있던 책은 아니었는데
한 번 책을 드니까 또다시 늪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ㅋ
마치 총기와 탄약에 관한 설명서라도 되는 양 너무 전문적인 내용들이 나와서
처음에는 좀 지루한 감도 없지 않았다.
내가 무슨 스나이퍼가 되려고 하는 것도 아니고 사격전문가가 되려는 것도 아닌지라
(군대 있을 때도 그다지 사격은 잘 하진 못했지만.ㅋ) 이런 내용의 작품을 계속 읽어야 하나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밥 리 스왜거가 악당들의 음모에 빠져 거의 죽기 직전에 간신히 탈출한 후부턴
그가 과연 어떻게 악당들을 처단할지 기대가 되서 무려 670페이지에 이르는
이 두꺼운 책을 정신없이 읽을 수밖에 없었다.
영화나 소설을 통해 각종 음모론을 수없이 만나봤지만 이 책에서처럼
정교한 함정을 설치한 적은 없었지 않나 싶다.
엘살바도르에서 벌어진 민간인 학살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려는 엘살바도르 대주교의 입을 막기 위해
전직 스나이퍼를 이용해 대주교를 암살하고(물론 또 다른 스나이퍼를 기용해 암살한다),
그에게 누명을 씌우고 죽여버리려는 엄청난 음모는 스왜거가 간신히 탈출하게 되면서 차질을 빚게 된다.
미 전역이 대통령을 암살하려다 빗나가 옆에 있던 대주교를 죽인 범인으로 스왜거를 지목하고 그를
추적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그를 놓아주었던 FBI 요원 닉은 뭔가 이상한 점을 느끼게 된다.
그 후 목숨을 건 복수를 시작하는 밥 스왜거와 우여곡절 끝에 그와 한편이 된 닉, 밥을 어떻게든
없애기 위해 안달이 난 슈렉 대령 일당의 숨 막히는 대결이 펼쳐지는데 어떤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냉정을 유지하면서 스나이퍼로서의 신공을 보여주는 밥의 탁월한 능력에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정예 용병 50명쯤은 혼자서 가뿐히 해치우는 그의 능력은 일당백이라는 말이 무색할 지경이었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역시 충격적이었던 건 CIA와 특수관계에 있는 집단이
세계 각국에서 저지르는 끔찍한 만행이었다.
각종 정치, 군사적인 공작은 물론 심지어 민간인 학살까지 서슴지 않는 그들이
미국의 국익과 세계 평화(?)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저지르는 범죄들은
히틀러나 2차대전때 일제가 저지른 범죄에 못지 않는 끔찍한 것이었다.
물론 소설 속의 얘기로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얘기가
전혀 황당무계한 것으로 느껴지지 않는 것은 그만큼 충분한 개연성이 있지 않아서가 아닐까 싶다.
미국이 중동, 아프리카, 중남미, 아시아 등에서 몰래(?) 저지른 짓들이 밝혀지지 않아서 그렇지
분명 이 소설 속에 나오는 내용 못지 않을 것 같은 심증이 드는 것 어쩔 수가 없는 일이 아닐까 싶다.
이런 엄청난 사실들을 일개(?) 퇴역한 스나이퍼가 다 밝혀내게 된다는 것이
(물론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참 아이러니하다 할 수 있었다.
베트남전 영웅으로 대접받긴 하지만 전쟁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었고,
더 끔찍한 범죄를 뒤집어씌는 희생양이 될 뻔 했던 한 남자가
지독한 악당들을 차례차례 쓰러뜨리는 장면들은 짜릿한 쾌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마지막 법정에서의 반전까지 잠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게 만든 이 작품은
스릴러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충분히 강추할 만한 작품이 아닐까 싶다.
이 작품을 시작으로 천하무적의 밥 리 스왜거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작품들이 더 있다고 하니
다른 작품들의 출간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