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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형사 피터 다이아몬드 시리즈 1
피터 러브시 지음, 하현길 옮김 / 시공사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호수에서 벌거벗은 여자 시체가 발견되자 피터 다이아몬드 형사과장은

신원을 파악하고자 노력하지만 아무런 단서도 발견하지 못한다.

매스컴을 통해 시체의 인상착의를 알리고 실종자들을 수소문한 결과

잭맨 교수란 남자가 찾아와 시체로 발견된 여자가 인기 드라마에 출였한 배우였던

자신의 아내 제럴딘 잭맨인 것 같다고 얘기하는데...



'가짜 경감 듀'로 유명한 피터 러브시의 '피터 다이아몬드' 시리즈의 첫 작품인 이 책은  

제목처럼 과학수사가 활성화되는 시점에 구식(?) 방법으로 수사하던  

마지막 형사의 분투가 빛을 발하는 작품이었다.

가까스로 신원이 확인되었지만 수사는 그다지 진전을 보이지 않는다.

늘 그렇듯이 가장 먼저 의심할 대상은 피해자의 가장 가까운 사람이자  

직접 신고한 피해자의 남편 잭맨 교수였다.

피터 다이아몬드 과장과 그의 부하인 위그풀 경위는 잭맨을 집요하고 심문하면서 그가 범인이 아닐까  

의심을 하지만 그에게는 피해자가 살해당했을 거라 추정되는 시간에 확실한 알리바이가 있었다.

피터는 그를 심문하면서 피해자와의 결혼생활에 문제가 있었으며

심지어 피해자가 자신을 죽이려고까지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잭맨 교수가 물에 빠진 아이를 구해주면서  

아이의 엄마인 다나와 친해지게 되었다는 사실도 추가로 알게 되는데...



총 6부로 구성된 이 책은 피터 다이아몬드가 수사를 해나가는 입장에서 서술된 1,3부와

잭맨과 다나가 자신들의 입장을 얘기하는 2,4부, 다나가 유력한 용의자로 몰리면서 체포되는 5부에  

이어 다나가 재판을 받는 과정을 그린 6부로 숨 가쁜 행보를 계속 이어나간다.

과학수사보다는 심문을 통해 진실을 밝혀내는 전통적인 수사법을 선호하던 피터 다이아몬드는

계속 용의자들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지만 그가 원하는 방향대로 사건이 풀리지는 않았다.

오히려 다나를 찾아갔다가 그녀의 아들을 밀쳤다는 이유로 궁지에 몰리고

결국 그토록 열심히 일했던 경찰을 스스로 그만두는 지경에 이른다.

피터 다이아몬드의 뒤를 이어 수사를 지휘하게 된 위그풀 경감은

다나가 몰던 차 트렁크에서 발견된 시신을 옮긴 흔적을 근거로

다나를 기소하고 다나는 빠져나올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이후 싱겁게 끝날 것 같던 사건은 마지막에 요동을 치면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사실 사건의 진실을 알게 되는 순간 맥이 탁 풀리는 기분이 들면서 좀 허무한 기분이 들긴 했지만

그 동안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게 사건을 몰고 왔던 작가의 솜씨에 만족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요즘 대세가 과학수사인지라 사실 이 책의 주인공 피터 다이아몬드의 수사방식은  

구식이란 비난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여러 책을 읽어본 결과 인간의 기억은 그다지 믿을만 하지 못해서

진술에 의존하는 수사는 진실을 밝혀내기엔 역부족이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 책에선 과학수사 결과에 대한 맹신을 통렬하게 비웃고 있다.

과학수사도 결국 인간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조작가능성이 있어 뭐든지 맹신해선 안 되고

조그만 의심도 간과하고 넘어가서는 안 됨을 잘 보여주었다.

사실 피터 다이아몬드라는 캐릭터가 최근의 수사경향에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 인물이긴 했지만

그의 아날로그식 수사는 오히려 얼마든지 실수를 할 수 있는 인간의 부족한 점을 잘 파고들어

진실에 접근할 수 있음을 알게 해주었다.

결국 과학수사와 전통적인 수사의 합리적인 조화가  

바람직한 결과를 낳을 수 있음을 잘 보여준 작품이었다.



이 책을 통해 피터 러브시를 처음 만나게 되었는데 그의 탁월한 글솜씨에 흠뻑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을 읽어나가면서 피터 다이아몬드가 진행하는 수사에 금방 몰입하게 되었는데

전통 수사물의 묘미를 제대로 보여준 작품이라 할 수 있었다.

까칠하고 마초 스타일의 피터 다이아몬드 형사는 그다지 매력적인 캐릭터는 아니었지만

여러 면에서 훨씬 인간적인 면모를 선보였다. '가짜 경감 듀'나 '피터 다이아몬드 시리즈' 등

피터 러브시의 다른 작품들도 충분히 기대해도 좋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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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관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1 케이 스카페타 시리즈 1
퍼트리샤 콘웰 지음, 유소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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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을 교살하는 끔찍한 연쇄살인사건이 네번째로 발생하자

버지니아주 법의국장 케이 스카페타가 조사에 착수하지만

정체를 알 수 없는 반짝이는 물질 외엔 별다른 단서를 발견하지 못하고 사건은 미궁에 빠지게 된다.  

게다가 누군가가 법의국의 데이터베이스에 침입한 사건까지 발생하자

스카페타는 정보유출 의심까지 받는 곤란한 상황에 빠지는데...

 

퍼트리샤 콘웰의 법의관 스카페타가 활약하는 시리즈는 익히 명성을 알고 있었지만

벌써 엄청난 양의 책들이 나온 터라 감히 읽을 엄두를 못내고 있었는데 

새로 합본이 출간되기 시작하면서 우연한 기회에 시리즈의 첫 권을 읽을 기회를 얻게 되었다.

시리즈물은 역시 순서대로 읽어야 세월의 흐름에 따른 사건의 경과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데

첫 권을 읽었으니 앞으로 스카페타 시리즈에도 빠져들게 될지 모르겠다.

마이클 코넬리의 해리 보슈 시리즈도 우연한 기회에 접하게 된 이후 순서대로 읽기 시작했는데

역시 첫 단추를 어떻게 꿰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을 통해 케이 스카페타를 만나게 된 것은 나름 의미가 있었지 않나 싶다.

 

냉철한 법의학 전문가이지만 권위적인 남자들이 득실거리는 험한 세상에 힘겹게 홀로 맞서는  

외로운 이혼녀이기도 한 스카페타와 마초 형사의 냄새가 물씬 풍기지만 정의감에 불타는 마리노 형사,

스카페타를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는 FBI 프로파일러 웨슬리가 네 건의 연쇄살인의 공통점을 찾아내기  

위해 분주한 동안 다섯 번째 사건이 일어나고 범인에게 특이한 병이 있음을 눈치챈 스카페타는

범인을 유인해낼 미끼를 던지지만 오히려 자신이 위험에 처하는데...

 

주인공인 케이 스카페타는 여자 법의관인데 요즘은 워낙 과학수사를 소재로 한 CSI 같은 미드나

영화 등이 인기를 끌고 있어서 이 책에 나오는 내용들이 그다지 낯설지 않지만

이 책이 처음 나왔을 때인 1990년에 이처럼 법의학을 이용한 감식 등을 세밀하게 묘사한 작품이

나왔다고 생각해보면 정말 센세이션을 일으키지 않았을까 싶다. 

아무래도 작가가 직접 법의국에서 근무했으며 부검에 참여한 경험이

무려 600여회에 달하다 보니 정말 사실감이 넘치는 작품이 나오게 된 것 같다.

이 책이 에드가상, 앤서니상 등 각종 추리문학상을 휩쓸게 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비록 이 책이 나온 지 20년이 지나 과학수사의 대중화(?) 시대에 읽게 되어

이 책이 처음 나왔을 때의 신선한 충격은 그다지 맛보지 못했지만

그동안 많이 봐왔던 CSI 등의 장면을 떠올리면서 책을 읽어나가니

좀 어렵고 와닿지 않을 수 있는 부분들이 그나마 쉽게 느껴진 것 같다.

과학수사의 묘미를 책으로 만나게 된 것도 흥미로웠던 것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멋진 전문직 여성인 케이 스카페타의 첫 만남이 인상적이었던 것 같다.

그녀의 탁월한 능력이나 감각도 돋보이지만 무엇보다 인간적인 매력이 물씬 느껴졌던 작품이었다.
앞으로 아마 스카페타를 계속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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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착점 밥 리 스왜거 시리즈 1
스티븐 헌터 지음, 하현길 옮김, 최진태 감수 / 시공사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베트남전에서 저격수로 맹활약하다가 부상으로 제대한 후 와치타 산맥에 은둔생활을 하며

오로지 소총에만 관심이 있던 밥 리 스왜거는 최신형 탄환의 발사시험에 참여해달라는 제의를 받는다.

그의 유일한 관심사인 소총과 탄환에 관한 거라 흔쾌히 제의에 응하지만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무시무시한 음모와 함정인데...

 

사실 이 작품을 영화로 만든 마크 월버그 주연의 '더블 타켓'을 이미 봐서 

(물론 기억은 그다지 나지 않지만.ㅋ) 그렇게 흥미가 있던 책은 아니었는데  

한 번 책을 드니까 또다시 늪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ㅋ

마치 총기와 탄약에 관한 설명서라도 되는 양 너무 전문적인 내용들이 나와서  

처음에는 좀 지루한 감도 없지 않았다.

내가 무슨 스나이퍼가 되려고 하는 것도 아니고 사격전문가가 되려는 것도 아닌지라

(군대 있을 때도 그다지 사격은 잘 하진 못했지만.ㅋ) 이런 내용의 작품을 계속 읽어야 하나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밥 리 스왜거가 악당들의 음모에 빠져 거의 죽기 직전에 간신히 탈출한 후부턴

그가 과연 어떻게 악당들을 처단할지 기대가 되서 무려 670페이지에 이르는  

이 두꺼운 책을 정신없이 읽을 수밖에 없었다.

  

영화나 소설을 통해 각종 음모론을 수없이 만나봤지만 이 책에서처럼  

정교한 함정을 설치한 적은 없었지 않나 싶다.

엘살바도르에서 벌어진 민간인 학살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려는 엘살바도르 대주교의 입을 막기 위해

전직 스나이퍼를 이용해 대주교를 암살하고(물론 또 다른 스나이퍼를 기용해 암살한다),

그에게 누명을 씌우고 죽여버리려는 엄청난 음모는 스왜거가 간신히 탈출하게 되면서 차질을 빚게 된다.

미 전역이 대통령을 암살하려다 빗나가 옆에 있던 대주교를 죽인 범인으로 스왜거를 지목하고 그를  

추적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그를 놓아주었던 FBI 요원 닉은 뭔가 이상한 점을 느끼게 된다.

그 후 목숨을 건 복수를 시작하는 밥 스왜거와 우여곡절 끝에 그와 한편이 된 닉, 밥을 어떻게든  

없애기 위해 안달이 난 슈렉 대령 일당의 숨 막히는 대결이 펼쳐지는데 어떤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냉정을 유지하면서 스나이퍼로서의 신공을 보여주는 밥의 탁월한 능력에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정예 용병 50명쯤은 혼자서 가뿐히 해치우는 그의 능력은 일당백이라는 말이 무색할 지경이었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역시 충격적이었던 건 CIA와 특수관계에 있는 집단이  

세계 각국에서 저지르는 끔찍한 만행이었다.

각종 정치, 군사적인 공작은 물론 심지어 민간인 학살까지 서슴지 않는 그들이

미국의 국익과 세계 평화(?)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저지르는 범죄들은

히틀러나 2차대전때 일제가 저지른 범죄에 못지 않는 끔찍한 것이었다.

물론 소설 속의 얘기로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얘기가

전혀 황당무계한 것으로 느껴지지 않는 것은 그만큼 충분한 개연성이 있지 않아서가 아닐까 싶다.

미국이 중동, 아프리카, 중남미, 아시아 등에서 몰래(?) 저지른 짓들이 밝혀지지 않아서 그렇지

분명 이 소설 속에 나오는 내용 못지 않을 것 같은 심증이 드는 것 어쩔 수가 없는 일이 아닐까 싶다.

이런 엄청난 사실들을 일개(?) 퇴역한 스나이퍼가 다 밝혀내게 된다는 것이 

(물론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참 아이러니하다 할 수 있었다.  

베트남전 영웅으로 대접받긴 하지만 전쟁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었고,

더 끔찍한 범죄를 뒤집어씌는 희생양이 될 뻔 했던 한 남자가

지독한 악당들을 차례차례 쓰러뜨리는 장면들은 짜릿한 쾌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마지막 법정에서의 반전까지 잠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게 만든 이 작품은

스릴러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충분히 강추할 만한 작품이 아닐까 싶다.

이 작품을 시작으로 천하무적의 밥 리 스왜거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작품들이 더 있다고 하니

다른 작품들의 출간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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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거스미스 세라 워터스 빅토리아 시대 3부작
세라 워터스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06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고아지만 자신을 딸처럼 아껴주는 석스비 부인과 함께 지내던 수는

석스비 부인의 집에 드나들며 젠틀먼이라 불리는 남자로부터 한 가지 제안을 받게 된다.

막대한 재산을 물려받을 여자와 결혼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던 젠틀먼은 

자신과 같이 그 여자의 집에 가서 하녀 노릇을 해주면서 자신이 결혼하는 걸 도와주면 

2천 파운드를 주겠다고 하자 수는 3천 파운드를 받는 조건으로 제안을 수락한다.

그리고 부잣집 여자가 산다는 브라이어의 저택에 간신히 도착한 수는

젠틀먼이 말한 릴리 모드라는 여자를 만나 그녀의 시중을 들기 시작하는데...

 

레즈비언이 등장하는 시대극인 미스터리지만 평이 좋아서 예전에 구입해 놓았지만

무려 700페이지가 넘고 편집도 글자가 촘촘하게 되어 있는 관계로 쉽게 엄두를 못 내고 방치하고 있던  

책이었는데 오랜만에 의무방어전(?)을 치를 책들이 소진되어 큰 맘 먹고 읽기 시작했는데 

나름 재미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역시 시간이 오래걸렸다.

시대배경이 빅토리아 여왕이 재임 중이던 19세기이고 레즈비언들이 등장한다고 해서

좀 지루하거나 거북한 내용이 아닐까 생각했지만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흥미진진한 내용이 펼쳐졌다.

 

엄청난 책들을 보유하면서 책을 쓰고 정리하는데 모든 걸 바치는 괴팍한 삼촌과 함께 외롭게 살고 있는  

릴리 모드는 수가 하녀로 오자 수를 자매처럼, 친구처럼 대하기 시작한다.

젠틀먼과 수의 음모를 모르고 천진난만한 아이같이 구는 모드의 모습에 조금씩 죄책감을 느끼기  

시작하던 수는 모드에게 미묘한 감정마저 느끼면서 혼란스러운 가운데 젠틀먼의 계획대로 젠틀먼과  

모드가 야반도주를 감행하게 되고 드디어 둘만의 결혼식마저 치른다.  

그리고 모드를 정신병자로 몰아 정신병원에 넣으려는 계획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어

마지막 순간까지 다가오지만 수는 그때서야 뭔가 일이 잘못되어 가고 있음을 깨닫게 되는데...

 

부잣집 여자를 속여 사기결혼을 감행하면서 벌어지는 뻔한 얘기가 펼쳐지는 줄 알았는데

수가 화자가 되어 진행한 1부가 끝나기 무섭게 심한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정말 완전히 당했다'는 말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2부부터는 모드가 화자가 되어 모드의 입장에서 다시 얘기를 복기하기 시작하는데

사람이 자기 입장과 생각만으로 다른 사람과 사건을 판단하는 게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지를 뼈저리게 느끼게 해주었다.

한 번 당했으니 더 당할 일은 없을 거라 생각하고 모드의 얘기를 읽어나갔는데  

또다시 충격적인 비밀이 밝혀진다. 이 책에선 서로 속고 속이고 엄청난 비밀이 계속 빵빵 터져서  

정말 무방비상태에 있다가 깜짝놀랄 수밖에 없었다.

700페이지나 되기 때문에 당연히 어느 정도 지루하게 늘어지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생각되었지만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고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내용들이 계속 펼쳐져서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의 매력은 19세기를 직접 본 것 같은 생생한 묘사와 독자들을 꼼짝 못하게 만드는

작가 새라 워터스의 글솜씨에 있다고 할 것이다.

아무래도 레즈비언 역사소설로 박사학위 논문을 준비할 정도로 작가의 빅토리아 여왕 시대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꼼꼼한 연구가 바탕이 된 점이 이 소설을 더욱 빛나게 하지 않았을까 싶다.

수와 모드의 에로틱한(?) 장면들도 글로 읽으니 그다지 거부감이 느껴지거나 하지 않았다.

오히려 두 사람 사이의 미묘하고 애틋하지만 쉽게 표현할 수 없는 절제된 감정들을  

잘 표현한 것 같다. 엄청난 분량의 압박으로 쉽사리 도전하지 못했던 작품이었는데  

읽고 나니 홀가분하면서도 뭔가 아쉬움이 남는다.

아마도 수와 모드 두 사람 사이의 얽히고 설킨 기막힌 운명의 장난이 주는 여운 때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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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날은 스스로를 상처입힌다 밀리언셀러 클럽 110
마커스 세이키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친구인 에번과 전당포를 털던 대니는 에번이 갑작스레 나타난 전당포 주인을 총으로 쏘고

여자를 폭행하는 모습을 보고선 줄행랑을 치고 에번은 체포되어 교도소에 가게 된다.

7년이 지난 후 대니는 깨끗이 손을 씻고 건설업자로서 안정된 삶을 살면서

애인인 캐런과의 행복한 미래를 꿈꾸고 있는데 난데없이 가석방으로 나온 에번이 찾아온다. 

옛날 빚을 갚으라며 대니의 삶에 위협을 가하는 에번의 협박에 대니는 일생일대의 선택을 하는데...

 

제2의 데니스 루헤인이라는 찬사를 받는 마커스 세이키의 데뷔작인 이 작품은

또 한 명의 걸출한 스릴러 작가가 탄생했음을 알리기에 손색이 없는 작품이라 할 수 있었다.

빈민가에서 자라 또래들과 절도 등의 범죄를 일삼던 대니가 에번의 무자비한 폭력에 충격을 받은 후

개과천선을 하여 모범적인 시민으로 살지만 에번이 출소하면서 그의 삶은 송두리째 위험에 처하게 된다.

우리의 여러 드라마나 영화에서 자주 본 익숙한 설정이지만  

한 번 범죄에 발을 들여놓으면 결코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다.

손을 깨끗이 씻고 새 삶을 살고 싶어도 예전 동료였던 자들이 가만히 놔두지 않는다.

책 제목대로 한 번 휘두른 칼날은 언젠가 스스로를 상처입히게 마련이다.

 

이 책의 에번과 대니의 관계가 바로 그런 경우라 할 수 있다.

아무것도 가진 게 없고 잃을 게 없는 에번이 많은 것을 이를 가져 지켜야 하는 대니를  

위협하는 상황은 결코 낯선 상황이 아니었다.

문제는 에번이 원하는 게 단순히 돈이라면 어떻게 해결할 수 있겠지만

대니가 다니는 직장의 사장 아들을 납치해서 돈을 뜯어내자는 것이어서  

대니로서도 쉽게 응할 수 있는 요구가 아니었다.

하지만 원래도 난폭했던 에번은 교도소에 있는 동안 완전히 괴물이되어 버려서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선 뭐든 할 수 있었다.

그것도 대니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캐런에게 위협을 가하자

결국 대니는 에번이 하자는 대로 하기로 결심하는데...

 

캐런과 다시는 범죄에 발을 담그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기 때문에 캐런에게 아무 말도 못하고 끙끙대다

어떻게든 에번에게서 벗어나려 발버둥을 치는 대니의 모습을 보면서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한편으론 대니가 제대로 죄의 대가를 치르지 않은 잘못이란 생각이 들었다.

전당포 사건에서 혼자 도망치면서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은 탓에

에번에게 끌려다닐 수밖에 없는 대니는 점점 더 곤란한 지경에 빠져들게 된다.

물론 누구라도 대니의 입장이라면 자신의 삶을 지키기 위해 조용히 뒷수습을 하려고 하겠지만

상대가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에번이란 점을 감안했다면 처음부터 정도를 선택하는 게 옳았을 것이다.

자신의 소중한 것들을 잃을까봐 두려운 했던 마음이 결국은 대니를 꼼짝달싹 못하게 만들고 만다.

 

전직 범죄자가 예전 동료였던 범죄자에 의해 위협을 당하고 거기에 대처하는 과정을 그린 전형적인  

스릴러라 할 수 있는 이 작품은 익숙한 설정과 내용임에도 잠시도 늦출 수 없는 긴장감을 선사한다.

아무래도 통제 불가능한 에번에 맞서 눈물겨운 분투를 하는 대니의 입장에  

저절로 감정이입이 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런 점에서 보면 평범한 소재를 가지고  

멋지게 요리한 마커스 세이키의 뛰어난 글솜씨를 인정해줘야 할 것 같다.

역시 제2의 데니스 루헤인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은 아닌 것 같다.

뛰어난 데뷔작을 선보인 작가들을 보면 데뷔작을 능가하는 작품을 내놓기가 쉽지 않은데  

다른 작품들도 헐리웃에서 영화화되고 있다는 마커스 세이키의 다른 작품들도  

빨리 만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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