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모킹 호러 - 19세기 영국 고전괴기소설 13선 빅토리안 호러 컬렉션 1
찰스 디킨스 외 지음, 임명익 옮김 / 크로노텍스트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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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된 무더위를 이겨내는 방법으로 호러소설을 읽는 것도 한 방법이다. 예전에 호러영화를 즐겨 봤지만

소설로는 호러 장르의 작품들을 만나보기는 그리 쉽지 않은데 이 책은 19세기 영국 고전괴기소설 13편을

모아 선보인다. 괴기소설이라 하면 낯선 이름의 작가와 제목을 만나게 될 거라 생각했지만 이 책에

수록된 작품들 작가 면면을 보면 찰스 디킨스를 필두로 '드라큘라'의 브램 스토커, SF 소설의 선구자인

허버트 조지 웰스, '여인의 초상' 등으로 유명한 헨리 제임스가 마무리를 맡아 쟁쟁한 작가들이 다수

포진하고 있다.   


아무래도 19세기의 고전괴기소설이다 보니 약간 옛스런 느낌이 없지 않았다.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

처럼 주고 받은 편지 형식으로 된 '19세기 런던에서 실제 있었던 일'을 비롯해 무려 8편이 여성 작가의

작품인 점도 의외라 할 수 있었다. 메리 엘리자베스 브레든의 '귀퉁이 그림자'라는 작품은 자살한 사람의

귀신이 나온다는 집에 아무것도 모르는 하녀가 들어와 그 방에서 잤다가 매일 이상한 그림자가 보인다며

하소연을 하지만 뻔히 알면서도 방을 바꿔 주지 않다가 일어나는 비극은 요즘 회자되는 갑질(?)에 당한

것 같아 좀 안타까웠다. 브램 스토커의 '판사의 집'이란 작품도 당시 유행하던 '교수형광 판사'를 소재로

한 작품으로 오스카 와일드의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도 연상시키는 오싹함을 주었다. 이렇게 이 책에선

기이하면서 섬뜩한 얘기들을 다양한 변주로 들려주는데 단순히 괴기소설이라기보단 작품의 배경이 

된 시대상을 잘 녹여내어 사회소설로서의 의미도 있었다. 작품마다 맨 앞부분에 작가 소개와 끝부분에

작품 배경 소개를 둬서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는데 약간 가독성이 떨어지는 작품도 있지만 우리의

'전설의 고향'처럼 유럽풍 괴담의 매력을 충분히 맛볼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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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든 샌즈 미스터리
J. J. 코닝턴 지음, 최호정 옮김 / 키멜리움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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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중에 죽은 줄 알았던 조카 데릭이 살아 돌아왔다는 여동생의 얘기를 들은 폴 포딩브리지는 데릭인

줄 알 수 없다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다. 폴은 폭스힐스의 1순위 상속인인 데릭이 없는 동안 재산을

관리해왔는데, 마침 집안일을 관리하던 폴 영감이 죽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그의 죽음이 살인으로

드러나는데...


고전 미스터리를 좋아하는데 그동안 웬만한 유명 작가들의 명작들은 읽어본 편이다. 이 책의 저자인

J. J. 코닝턴은 좀 낯선 이름인데 1920년대부터 활동한 추리소설가로 작가 소개를 보니 도로시 세이어즈,

존 딕슨 카 등이 코닝턴에게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소개 내용만 보면 추리소설 역사에서 상당한 위치에

있는 작가로 볼 수 있는데 국내에선 비교적 인지도가 낮은 상태라 과연 어느 정도일지 이 작품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전쟁 중에 다쳐 얼굴을 제대로 알아보기 어렵다는 상속 1순위 조카의 등장은

뭔가 구린 냄새를 풍기기에 충분했고, 집사 역할을 했던 폴 영감의 살해에 이어 해변가의 '포세이돈의 

좌'란 바위에서 사살된 남자가 발견된다. 마침 린든 샌즈에 휴가를 온 클린턴 총경은 사건을 담당한 

아마데일 경위로부터 도움 요청을 받아 친구인 치안판사 웬도버와 함께 사건에 관여하게 된다. 클린턴

총경과 웬도버 판사는 홈즈와 왓슨과 비슷했는데 이 책에선 아마데일 경위와 웬도버 판사가 서로 다른

견해로 대립할 때 클린턴 총경이 중재하는 역할을 한다. 별개로 보이는 두 개의 사건을 클린턴 총경이

차근차근 조사하는 모습을 보니 논리와 증거를 추구하는 고전 미스터리의 정석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두 번째 사건의 현장에 있었던 포딩브리지가의 2순위 상속인 크레시다가 유력한 용의자로 떠오르는

가운데 폴 포딩브리지와 크레시다 포딩브리지가 갑자기 사라지면서 사건은 절정을 향해 치닫는다.

결국 악당들의 거대한 음모가 클린턴 총경에 의해 좌절되면서 진실이 드러나는데 고전 미스터리 특유의

클린턴 총경의 상세한 사건 설명으로 마무리한다. 오랜만에 고전 미스터리를 읽어서 감회가 새로웠는데

그동안 제대로 몰랐던 J. J. 코닝턴이란 작가의 진가를 보여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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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숫자
스콧 셰퍼드 지음, 유혜인 옮김 / 하빌리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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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까지 근무 후 은퇴할 예정인 런던 경찰청의 오스틴 그랜트 총경은 로마 숫자를 순서대로 새긴 

피살자가 세 명째 나오자 과연 은퇴 전에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까 걱정을 한다. 피해자인 옥스퍼드대 

교수, 이스트 엔드 예술가, 퇴물 로커 사이에 별다른 공통점을 발견하지 못해 사건이 미궁으로 빠질

것 같은 찰나 오스틴의 동생 에버렛이 연쇄살인자가 십계명에 따라 살인하는 것이 아니냐고 결정적인

힌트를 주는데... 


그동안 정말 다양한 트릭과 설정의 미스터리 작품들을 읽어봤는데 아직까지 십계명 살인사건은 들어

보지 못했다. 오래되어서 기억은 잘 안 나지만 전에 읽었던 엘러리 퀸의 '열흘간의 불가사의'에서도 

십계명이 활용되었던 것 같긴 한데 이 책처럼 본격적으로 십계명 살인사건을 저지르지는 않았던 것

같다. 사랑하는 아내를 잃고 하나밖에 없는 딸 레이첼과의 사이마저 소원해져서 그야말로 삶의 낙이

없어진 오스틴 총경은 동생이 준 강력한 힌트로 네 번째 계명에 따라 일요일에도 일하는 대표적인

직종인 성직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특별 조치를 단행한다. 다행스럽게 일요일에 별다른 일이 일어나지 

않아 안도하는 것도 잠시 미국 NYPD 존 프랭클 형사가 똑같은 수법의 피해자가 뉴욕에서 나왔다는

연락을 한다. 오스틴 총경은 뉴욕으로 날아가 연쇄살인범이 뉴욕까지 진출한 것을 확인하고 프랭클

형사와 공조해 범인의 행방을 추적한다. 그리고 연락도 하지 못했던 레이첼과의 만남으로 조금씩

화해 무드가 연출되지만 다섯 번째 죽음을 막지는 못한다. 언론에 십계명 연쇄살인자가 보도되기 시작

하면서 점점 곤란한 상황에 빠진 오스틴 총경은 범인이 자신에게 원한을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되면서

유력한 용의자로 20년 전 자신이 잡아넣었다가 출소한 프라이어 실버가 떠오르자 다시 런던으로 

향하는데...


십계명으로 연쇄살인사건이 벌어지는 설정도 흥미롭고 오스틴의 딸 레이첼이 죽은 엄마와 약속한

아빠에게 절대 얘기하지 않기로 한 비밀도 궁금했다. 그리고 레이첼과 프랭클 형사의 로맨스까지

더해져 상당히 많은 소소한 얘기들을 담아냈다. 레이첼과 죽은 오스틴의 아내가 숨기려 했던 비밀이

대략 드러나니까 범인이 누군지 딱 감이 왔다. 십계명 살인사건도 중간에 범인이 자살하면서 흐지부지

해지는 척 하지만 그냥 그렇게 끝날 턱이 없었고 역시나 내가 예상했던 방향으로 사건이 흘러가면서

스위스 체르마트산까지 가서 결국 십계명을 완성했다. 이 책이 작가의 첫 번째 미스터리 장편소설

이라는데 미스터리 소설에 충분한 재능이 있는 것 같았다. 마무리가 약간 아쉬운 감도 없진 않지만

오스틴과 프랭클 콤비(레이첼까지 삼총사면 금상첨화일 듯)가 활약하는 후속편을 내놓아도 재밌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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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큘라 윌북 클래식 호러 컬렉션
브램 스토커 지음, 진영인 옮김 / 윌북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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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큘라는 대표적인 서양의 공포물 캐릭터로 영화로 여러 번 만들어졌고 여러 문화 컨텐츠에 종종

등장하기 때문에 그리 낯설지가 않다. 하지만 드라큘라가 브램 스토커라는 작가의 동명 소설에서 처음

등장했다는 사실을 알거나 원작 소설을 제대로 읽은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다. 나도 소설은 읽은 적이 

없다가 이번에 우연히 기회가 되어 읽어 보게 되었는데 700페이지가 훌쩍 넘는 분량에 먼저 놀랐다.


무엇보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이 작품의 독특함은 그 형식에 있다. 여러 등장인물의 일기와 편지로

구성되어 내용이 전개되는데 뜻밖의 구성이라 조금은 의외였다. 얘기는 조너선 하커가 드라큘라 백작의 

초대를 받고 그의 성을 방문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초반 분위기는 익히 아는, 주변 마을 사람들이 모두 

두려워하는 드라큘라 성의 으시시한 상황을 잘 표현해주었는데 조너선 하커는 기이한 일들이 발생

하면서 드라큘라 백작과 그의 성에 대해 의심과 공포를 갖게 되지만 사실상 감금된 상태라 어쩔 줄을 

모른다. 그래도 나름의 진실을 찾고 성에서 탈출할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하는데 백작의 정체에 대해 

점점 확신을 갖게 되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탈출할 결심을 한 조너선 하커에 이어 그의 약혼자

미나와 친구 루시가 주고 받은 편지가 소개되는데, 조금은 뜬금없는 두 사람의 서로의 연애사에 대한

얘기는 이미 아서와 약혼한 루시가 의사인 수어드 박사의 청혼을 거절했다는 얘기로 이어지며 수어드

박사의 자신의 독특한 환자 렌필드에 관한 일기로 연결된다. 렌필드는 흡혈귀에 당한 피해자(?)라 할 수 있는데 렌필드를 매개로 흡혈귀가 어떻게 등장하게 되었는지를 추적하고 몽유병을 앓던 루시는

상태가 이상해지고 반 헬싱 박사를 비롯해 그녀를 지키기 친구들의 노력이 시작되지만...

 

간신히 살아 돌아온 조너선과 미나가 결혼하지만 이미 흡혈귀에게 당한 루시를 구할 수는 없었다. 이제

모든 사태의 원흉인 드라큘라 백작과 그에 대항하는 친구들의 대결이 벌어지는데 기대만큼 스릴 넘치는

내용이 그려지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여러 인물들의 일기를 통해 간접적으로 사건 전개가 진행되다 

보니 뭔가 좀 답답한 느낌도 없지 않았는데 드라큘라 백작의 은신처들을 없애고 그를 추적해가는 과정이

차근차근 그려진다. 마지막 드라큘라의 최후는 그동안 그가 보여준 신출귀몰하는 능력과 비교하면

좀 허무한 느낌도 들었다. 그럼에도 1897년에 나온 공포소설임을 감안하면 상당히 촘촘한 구성과 

치밀한 전개를 선보인 작품이라 할 수 있었는데 서양 괴기소설의 대명사인 드라큘라의 실체와 활약상을

원작으로 만나보니 영화 등과는 다른 색다른 묘미를 맛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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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미노 아일랜드 - 희귀 원고 도난 사건
존 그리샴 지음, 남명성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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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스릴러물에서 단연 독보적인 인기 작가 존 그리샴의 책은 사실 그의 히트작들이 아닌 '잿빛 음모'란

책밖에 읽어보지 못했고 그의 유명 작품들은 거의 영화로만 봐서 스릴러 작가로서의 그의 진가는 솔직히

아직 잘 모른다고 할 수 있다. 두 번째로 읽게 그의 작품인 이 책은 좀 뜬금없이 F. 스콧 피츠제럴드의

명작 '위대한 개츠비'를 비롯한 다섯 편의 친필 원고가 도난당한 사건을 다루고 있어 기존의 존 그리샴

스타일의 작품과는 사뭇 다를 것 같았다.


희귀본을 소재로 한 작품은 예전에 사라진 셰익스피어의 초판본을 둘러싼 살인사건을 다룬 '희귀본 

살인사건'이란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이 책에선 프린스턴 대학교에서 실제 소장하고 있는 F. 스콧 

피츠제럴드 친필 원고를 대담하게 훔치는 5인조 도둑들의 얘기로 시작된다.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친필 원고 가치를 생각하면 당연히 엄중한 보안 속에 관리되고 있을 원고들이 미국에서 종종 벌어지는

교내 총기난사사건을 가장한 도둑들에 의해 털리는 장면은 어떻게 보면 좀 어이가 없을 정도였는데,

나름 치밀하게 준비해 거사를 벌인 도둑들은 한 명이 현장에 흘린 피 한 방울로 인해 공범 중 두 명이

일찌감치 잡히지만 나머지 세 명은 훔친 원고를 가지고 순식간에 사라진다. 한편 브루스 케이블이란

서점 주인의 얘기가 바로 이어지는데 아버지가 남겨놓은 희귀본 초판본을 바탕으로 서점에 관심을 

가지고 카미노 아일랜드에 서점을 차려 나름 성공한다. 다음 타자는 머서 만이란 여성 작가로 데뷔작이

나름 호평을 받았지만 이후 나온 책은 별 반응을 얻지 못햇고 학자금 대출 등으로 빚더미에 있으며

그나마 있던 대학 강의마저 잘리면서 파산신청을 고민하고 있던 차에 F. 스콧 피츠제럴드 원고를 찾던

회사로부터 유력한 용의자에게 접근하여 정보를 캐내는 일을 제의받는다.   


이후 머서가 카미노 아일랜드로 가서 브루스에게 접근해 브루스가 피츠제럴드의 원고를 가졌는지 

알아내기 위한 작전이 펼쳐진다. 매력적인 서점 주인인 브루스는 여러 작가들과 관계를 가진 유명인사로

머서도 그의 매력에 조금씩 빠지는데 바람둥이 브루스가 미녀 작가 머서를 그냥 둘 리도 없었다. 썸을

타면서 브루스의 지하 수장고에 보관되어 있는 희귀본 초판본들을 구경하게 되는 머서는 점점 목표에

다가간다. 그 와중에 도망갔던 도둑이 나타나 브루스 주위를 배회하고 마서와 브루스는 선을 넘게 되면서

브루스의 비밀이 드러난다. 이후 피츠제럴드의 원고를 되찾는 과정이 전개되는데 예상과는 사뭇 다른

일들이 벌어진다. 처음에 존 그리샴의 작품이란 걸 알고 추측했던 내용과는 전혀 다른 내용들이 펼쳐져

조금은 의외라고 할 수 있던 작품이었는데 전형적인 존 그리샴 스타일은 아닌 약간은 가벼운 로맨틱(?)

범죄물이라 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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