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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순교자 - 과학의 역사상 가장 위대했으나, 가장 불운했던 과학자들
이종호 지음 / 사과나무 / 2014년 2월
평점 :
지금은 과학이 인간의 문명을 이끌며 각광을 받고 있지만 예전에는 그리 환영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금기시되기까지 한 시절이 있었다. 종교가 모든 것을 지배하고,
대학자의 권위에 감히 도전할 엄두를 못내던 시절에는
자신이 실험과 관찰을 통해 밝혀낸 과학적 사실도 이를 세상에 공표하려면 목숨을 걸어야 했다.
상당수의 사람들은 그런 현실에 체념하며 살았지만 일부 용기 있는 사람들은
끝까지 자신의 믿음을 지키다가 그야말로 순교자가 되곤 했다.
이 책은 과학사에 있어 큰 업적을 납겼지만 불행한 운명을 맞았던 스무 명의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첫 번째 주인공은 해부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베살리우스였다.
'의학 오디세이'라는 책을 통해서도 알 수 있었지만 고대 로마 시대의 갈레노스의 책이
해부학의 교본으로 군림하던 시절에 실제 시체 해부를 통해
인체를 사실적으로 파악한 베살리우스는 의술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킨다.
보통 학계에선 권위 있는 저자의 견해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과감히 검증하여 진실을 밝혀낸 그들의 용기가 인류의 문명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었다.
고대 경험론의 창시자인 프랜시스 베이컨이나 전기 연구의 개척자인 게오르크 빌헬름 리히만도
비슷한 사례라 할 수 있었는데 그들의 용감한 도전은
결국 자신의 목숨을 잃게 되는 불운으로 연결되어 아쉬움을 주었다.
이 책에 소개된 상당 수의 과학자들이 실험 도중이나 실험의 부작용으로 인해 목숨을 잃은 경우가
많았는데 그들이 남긴 업적에 대한 대가가 상당히 컸다는 점은 안타까움으로 남았다.
노벨상 2회 수상에 빛나는 퀴리 부인을 비롯해 방사능에 노출되어 죽은 과학자들과
그 이전에 수은 중독으로 목숨을 잃은 과학자들이 그들의 실험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과연 그런 실험을 계속할 수 있었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알았든 몰랐든 그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과학이 현재 수준에까지 이르게 되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한편 논란이 많은 과학자들도 많았다. 형질변경이론을 입증하기 위해 샘플을 조작했다 발각되자
자살을 했던 파울 캄머라와 구 소련 당시 스탈린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던 리센코와 반대로
형질변경이론을 반대하다 교도소에서 운명을 맞았던 니콜라이 바빌로프,
'위대한 패배자' 등 여러 책에서 소개되었던 최초의 컴퓨터 개발자였지만
동성애로 화학적 거세를 당해 자살을 한 비운의 주인공 앨런 튜링,
DNA의 이중나선구조를 먼저 발견하고도 노벨상의 영광을 빼앗긴 로절린드 프랭클린까지
자신의 능력과 업적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불운한 과학자들도 많았다.
고무 실용법을 최초로 발견했지만 계속된 특허소송으로 파산에 이른 찰스 굿이어나
나일론을 개발하고도 상사와의 갈등 등으로 인한 우울증으로 자살한 캐러더스 등의 사례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는데 과학자들의 업적과 삶이 반드시 비례하지는 않음을 잘 보여주었다.
사실 이 책의 '순교자'라는 표현은 조금 지나친 면이 없지 않지만 등장인물들이 자신의 소신을
지키기 위해 피나는 노력과 세상과의 처절한 싸움을 벌였음은 충분히 인정할 수 있었다.
흥미로운 과학사의 에피소드들을 통해 과학이 현재 수준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고통이 있었음을 잘 보여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