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면관의 살인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 시리즈
아야츠지 유키토 지음, 박수지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신본격 미스터리의 대부라 할 수 있는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 시리즈는 그동안 '십각관'을 필두로

'수차관', '미로관', '인형관', '시계관', '흑묘관'까지 '암흑관'과 '깜짝관'을 제외한 나머지 작품들을

모두 읽은 상태인데 본격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만족스런 시리즈라 할 수 있다.

국내에 출간된 작품 중 3권 짜리 '암흑관'은 안타깝게도 절판이 되어서 쉽게 만날 수 없을 것 같은

상태인데 그나마 가장 최신작이라 할 수 있는 이 책이 정가 인하가 되어 부랴부랴 장만했다. 

나카무라 세이지가 설계한 독특한 구조의 관이 배경이 되는 시리즈의 특성상 이 책의 '기면관'도 

뭔가 특별한 구조로 되어 있을 거라 추측을 했는데 역시나 결정적인 단서를 품고 있었다.

기면관 주인의 초대를 받은 6명의 손님이 기면관에 도착하자 4월임에도 폭설이 쏟아져 고립된다.

전형적인 클로즈드 서클 상황이라 좀 식상한 감도 없진 않는데 흥미로운 건 주인은 물론 손님들이

모두 가면을 쓰고 있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지 궁금증을 자아냈다.

대소의 가면을 쓴 탐정 역할의 시시야 가도미를 비롯해, 환희의 가면, 놀람의 가면, 탄식의 가면,

오뇌의 가면, 분노의 가면을 6명의 손님에게 쓰도록 주문한 저택의 주인 가게야마 이쓰시는

자신도 기도의 가면을 쓰면서 자신의 생일인 1949년 9월 3일 또는 그 전후로 태어난 사람들을 초대해 또 하나의 자신을 찾기 위해 이런 모임을 주선했다고 얘기한다.

무슨 도플갱어 찾기도 아니고 기이한 모임에 이상한 분위기가 감도는데, 결국 주인이 목이 잘린 채

살해되고 6명의 손님은 모두 가면이 씌어진 상태로 열쇠가 없어져 가면을 못 벗게 된다.

딱 상황만 보면 시마다 소지의 대표작인 '점성술 살인사건'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는데

이후 피해자의 목이 발견되면서 사건은 점점 미궁에 빠지게 된다.

사실 손님들을 그들이 쓴 가면으로 지칭하다 보니 안 그래도 가면을 쓴 상태여서 혼란스러운데

누가 누군지 계속 헷갈리는 상태가 지속되었다. 그래도 시시야 가도미가 탐정 역할을 맡으면서 사건의 진실을 차근차근 파헤쳐 가는데, 범인이 피해자의 목과 손가락을 자른 이유나

손님들 모두에게 가면을 씌우고 열쇠로 잠근 이유 등 쉽게 이해되지 않는 행동들에 숨겨진 비밀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한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증거들이 등장하면서 지목당하는 범인의 정체와

사건의 진실은 의외라 할 수 있었는데 관 시리즈 특유의 매력이 여실히 잘 녹아든 작품이었다.

아야츠지 유키토는 관 시리즈를 총 10권으로 계획했는데 이 책이 아홉 번째 작품이라

이제 단 한 권만 남은 상태이다. 언제 마지막 작품이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절판된 '암흑관'과

미출간된 '깜짝관'이라도 만나볼 수 있으면 좋겠는데 왠지 쉽진 않을 듯 하다.

기존에 읽었던 작품들도 시간이 흘러 기억이 가물가물한 상태인데

시간이 나면 출간 순서대로 다시 관 속으로 빠져 들어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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