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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관의 살인 ㅣ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 시리즈
아야츠지 유키토 지음, 권일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잘 나가던 추리소설 작가였다가 은퇴하여 더 이상 작품활동을 하지 않는 노작가 미야가키 요타로는
자신의 환갑을 맞아 자신이 발굴해낸 제자들을 미로관으로 초대한다.
4명의 제자와 함께 초대받은 편집장 우타야마와 그 부인, 평론가와 추리소설 마니아까지
모두 8명이 미로관에 모이자 미야가키의 비서는 미야가키가 자살했으며
닷새동안 4명의 추리작가 중 최고의 추리소설을 쓰는 사람에게
자신의 전 재산을 물려주겠다는 유언을 미야가키가 남겼다고 전한다.
작가들의 재산에 대한 욕심과 최고의 작품을 기대하는 4명의 평가자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면서
미야가키배 추리소설 대회가 미로관에서 열리지만 그와 동시에 피바람이 불기 시작하는데...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시리즈 중 '미로관'이 드디어 복간되었다.
예전에 학산출판사에서 '관'시리즈가 모두 출간되었으나 절판되고
한스미디어에서 '십각관'과 '시계관', '암흑관'을 출간했지만 본격 추리소설 마니아들의 욕구를
다 채워줄 순 없어서 절판된 책들을 찾아 헌책방을 뒤지는 사태까지 만들었다.
그야말로 본격 추리소설의 고전으로 통하는 '관' 시리즈가 다시 복간된다는 소식은
정말 추리소설 마니아들이 애타게 기다리던 소식이라 할 수 있었다.
미야가키의 초대를 받은 8명의 손님들은 얼떨결에 4명의 추리작가가 참여하는
추리소설대회에 관여하게 된다. 미야가키의 유언을 전해준 비서는 행방불명되고
미로관의 출입구가 잠겨 완전 밀실상태에 되면서 살인사건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게다가 피해자들이 자신이 쓴 추리소설과 똑같은 상태로 죽으면서 한층 분위기가 고조된다.
첨에 미야가키가 추리소설 대회를 열면서 추리소설의 조건으로 미로관을 배경으로
자신이 피해자가 되는 작품을 쓰라고 했는데 묘하게도 피해자들이 계속 자신들의 작품 내용대로
사망하게 되자 사건은 더욱 미궁에 빠지게 된다.
게다가 미로관도 밀실이지만 피해자들이 죽는 방들도 밀실 상태라
밀실 속의 밀실 설정이 만들어져 더욱 흥미로운 얘기가 진행된다.
물론 미로관이란 건물 자체가 어느 정도의 비밀이 숨겨져 있을 거라 충분히 예측할 수 있게 하지만
고대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미노타우로스와 관련된 얘기를 연상시키는 방들 이름하며
이름만으로도 잘 알 수 있는 독특한 구조까지 기본 설정 자체가
본격 추리소설의 재미를 주기에 충분한 설정이었다.
게다가 이 책 자체가 책 속의 책인 액자식 구성으로 되어 있는데
사건 관계자 중 한 명이 쓴 '미로관의 살인'의 내용이 계속 펼쳐지다가
책 밖의 실제 상황으로 이어지면서 전혀 생각도 하지 못한 반전이 등장한다.
'미로관의 살인'이란 책 속의 사건만 보면 왠만한 추리소설 마니아라면 어느 정도 추측했을 결말이
나오지만 책 밖에서 만나는 진실을 예측하기란 거의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본격과는 좀 안 맞는 서술트릭이 사용되는 점이 약간 아쉬운 점이지만
실제 사건과 책 속의 사건, 그리고 사건에 관련된 추리작가들이 쓰는 짧은 습작까지
삼중으로 되어 있는 구조는 작품의 깊이와 저자의 노력과 정성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게 만들었다.
밀실이나 다잉 메시지 등 추리소설에 즐겨 등장하는 장치들이 총 망라되어 있어
본격 추리소설 마니아들이 즐기기엔 정말 제격인 작품이라 할 수 있었다.
한스미디어에서 '관'시리즈를 계속 복간할 생각은 있는 것 같은데 아마 판매량 때문에 주저하고 있는
것 같아 좀 아쉬운데 '수차관', '인형관' 등 다른 작품들도 빨리 복간되어
굶주린 마니아들의 허기를 채워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