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를 팔다 - 우상파괴자 히친스의 마더 테레사 비판
크리스토퍼 히친스 지음, 김정환 옮김 / 모멘토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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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이라면 이런 책을 읽었을 때 경악을 금치 못했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내가 기존에 알아왔던 상식, 통념들이 얼마나 허술한 지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사실이 얼마나 쉽게 왜곡되고 날조될 수 있는지 이제는 안다. 


 이 책은 오래 전에 산 책이다. 크리스토퍼 히친스라는 작가를 알게 되었고, 그가 마더 테레사를 비판하는 책을 썼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흥미가 생겼다. '마더 테레사를 비판한다고? 마더 테레사는 성인으로 추앙받고 가난하고 아픈 사람들을 위해 봉사한 사람이 아니었나?' 자극적이고 흥미가 가는 소재였다. 우연히 중고서점에서 이 책을 발견해서 샀었다. 그런데 막상 사고 보니 책 내용이 뻔하게 느껴졌다. 당연히 마더 테레사를 비판하는 내용이겠거니 하고 마더 테레사가 사실은 별로 좋은 사람이 아니었겠겄니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흥미가 떨어져서 읽지 않게 되었다. 그러다 집에 있는 짧은 책을 찾다가 읽게 되었다. 짧은 책을 찾은 이유는 올해 100권을 채우기 위해서이다! 앞으로 7권 남았다. 열심히 읽으면 충분히 가능하다!


 크리스토퍼 히친스는 적극적으로 종교를 비판하는 작가이다. 영미 언론이 선정한 '100대 지식인' 중 5위에 뽑힐 정도로 명성이 있는 분이다. 뛰어난 비평가이자 탁월한 논쟁가, 진보적 지식인이다. 그의 책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른 책도 읽어보고 싶은 작가다. 


 짧게 마더 테레사에 대한 비판을 소개하겠다. 


 첫 번째, 마더 테레사의 봉사활동에 대한 비판이다. 마더 테레사는 인도 콜카타에서 '자비의 집' 이라는 요양원을 운영하는 것으로 유명세를 탔다. 가난한 자들을 보살피고 치료한다는 명목으로 운영된 곳이었지만 그 곳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끔찍한 곳이었다. 환자들에게 아스피린 정도의 최소한의 진통제만 주고 주사 바늘을 찬물로 씻고 여러 번 사용하는 등 의사나 간호사가 보기에 처참한 수준이었다. 돈이 없었느냐? 아니다. 마더 테레사는 어마어마한 기부금은 받았다. 그 기부금이 다 어디로 갔는지는 알 수 없다. 종교는 회계감사가 없으니 말이다. 그 기부금이면 최신식의 병원과 학교를 짓고도 남을 돈이었다. 몇 천만 달러 이상의 기부금이었지만 '자비의 집'에는 자비가 없었다. 개선이 없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마더 테레사는 훗날 최고의 서양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다가 생을 마감했다. 


 두 번째, 마더 테레사의 정치적 활동이다.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역사적으로 교황청은 정치적으로 결코 깨끗한 곳이 아니다. 테레사 역시 그랬다. 테레사가 방문하고 만난 인물들 중 독재자, 범죄자들이 있었다. 아이티에서 무고한 사람들을 학살한 독재자와 만남을 가지고 사진을 찍었다. 테레사는 독재자들까지 용서한 모양이다. 이 책에는 독재자 뿐 아니라 그녀가 만난 사기꾼, 범죄자들에 관한 이야기도 나온다. 테레사에게 100만 달러 이상을 기부한 사기꾼이 2억 달러가 넘는 금융사기로 법정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 피해자는 보통 사람들이었다. 1만 명이 넘는 피해자가 있었다. 테레사는 판사에게 예수님이라면 사기꾼을 용서하셨을 거라면서 사기꾼의 선처를 바란다는 편지를 썼다. 이에 검사가 예수님이라면 사기꾼에게 받은 돈을 돌려줬을 거라면서 기부금을 돌려달라고 응수했다. 답장은 없었다.


 세 번째, 마더 테레사의 종교적 활동이다. 이는 기독교나 가톨릭의 죵교적 교리에 따른 활동이니 종교적 입장에 따라 찬반이 갈릴 수 있는 부분이다. 가톨릭은 낙태금지, 피임금지 등을 주장한다. 심지어 강간 당한 여성들도 낙태하지 않기를 주장한다. 테레사는 영향력이 큰 인물이다 보니, 미국 대통령, 정치인, 영국 대처 총리 등과 만남을 가지면서 낙태반대법을 적극 지지했다.  


 디테일한 부분이 재밌으니 뻔한 내용일지라도 읽어보시길 권해드린다. 저자는 오로지 팩트만을 가지고 마더 테레사를 비판한다. 마더 테레사는 가톨릭에서 성인으로 추앙받고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어찌 되었든 히친스는 논란, 논쟁을 두려워하지 않는 인물임은 분명하다. 지옥이 있다면 히친스는 이 책으로 인해 지옥에 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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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은 우리에게 원수를 사랑하라고 명한다. 
나는 교황을 매우 사랑한다.

-신부 출신 아이티 대통령 장-베르트랑 아스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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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닝 2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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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3-12-10 21: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진정한 러너의 복장을 하셨음을 눈치챌 수 있습니다!! 24시 05분 뛰신건가요?^^ 와 5킬로 뛰셨으면 완전 상쾌하시겠습니다.
응원드리러 자주 오겠습니다

고양이라디오 2023-12-10 23:35   좋아요 1 | URL
오후 12시, 정오에 뛰었습니다. 요즘 진짜 따뜻하네요ㅎㅎ

응원 감사합니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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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달려보자. 가능하면 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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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23-12-10 12: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저도 저 책 다시 읽어보고 싶어요. 저도 요새 아주 조금씩 달리고 있어요. 반갑네요.

고양이라디오 2023-12-10 14:44   좋아요 0 | URL
오랜만에 다시 읽고 있는데 좋네요. 런닝 동기부여도 되서 저도 다시 달리고 있어요ㅎㅎ

반갑습니다^^
 
리어 왕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27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최종철 옮김 / 민음사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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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0점 만점에 5점을 주고 싶은데 중간이 없어서 별점 2점과 3점 사이에서 고민하다 2점을 준다. 


 재미없었다. 읽는 내내. <햄릿>은 재밌었는데 <리어 왕>은 별로였다. 이로써 셰익스피어 4대 비극을 모두 읽었다. 셰익스피어는 아마 자발적으로는 손이 가지 않았을 책이다. 워낙 유명해서 읽어보고 싶지만 딱히 땡기지 않았다. 셰익스피어는 유명한 것으로 유명한 사람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그의 많은 작품을 읽어보진 않았지만 <오셀로>와 <햄릿>은 좋았다. 재밌었고 대단하구나. 역시 셰익스피어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맥베스>와 <리어 왕>은 도대체 재미를 느낄 수가 없었다. 


 책을 다 읽고 그 이유를 생각해보자니, 일단 감정이입할 수 있는 인물이 없다. 극을 이끌어 가는 인물들은 주로 악한 인물들이다. 악하거나 어리석거나, 큰 잘못을 저지르거나. 이동진 영화평론가가 그랬나? 주인공이 악인이라고 해도 영화가 재미없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주인공이 악인이면서 재밌는 영화가 머리 속에 잘 떠오르진 않는다. <조커>도 원래는 평범한 인물이 흑화해가는 과정이니. 


 아무튼 극 중 리어 왕, 그의 두 딸, 에드먼드 등 주인공급의 인물들에게 공감과 감정이입 안 되니 재미가 없었다. 애초에 비극의 시작부터 이해가 잘 되지 않으니 더욱 몰입이 안 되었다. 리어 왕은 80세의 나이로 왕좌에서 물러난다. 세 딸에게 영토를 나눠주려고 하면서 딸들에게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묻는다. 첫째, 둘째는 아첨을 하여 왕의 호의를 사지만 막내 딸은 솔직한 답변으로 왕의 분노를 사게 된다. 왕은 셋째 딸에게 단 하나의 영토도 주지 않고 자기 딸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고 말한다. 이 부분은 책을 직접 읽어보시는 것이 좋겠지만 오해와 언어의 불완전함, 사고방식의 차이 등으로 벌어진 것으로 생각하기에도 무리가 있을 정도로 과격하고 공감이 되지 않는다. 리어 왕이 이미 미친 게 아닌가 싶을 정도이다.


 번역도 문제다. 아무래도 현대 소설처럼 읽기 편한 번역이 아니니 가독성이 떨어지고 흐름도 계속 끊기게 된다. 그리고 <햅릿> 때도 느꼈지만 주석들이 달리다 보니 읽기에는 흐름이 끊기고 안 읽자니 눈이 가고 찝찝하고 독서의 흐름이 계속 끊기는 느낌이다. <햄릿>은 과감히 주석을 생각하고 쭉쭉 읽어나갔고 그럴 만한 몰입감이 있었는데, <리어 왕>은 자꾸 주석에 눈이 갔다.


 독서모임 선정 도서여서 셰익스피어 책들을 읽게 되었다. <햄릿>은 재밌었지만 <맥베스>, <리어 왕>은 별로였다. <맥베스>는 책을 읽고도 독서모임에 나가지 않았다. <리어 왕>도 이번 주 모임인데 나가지 않을 성 싶다. 보통 책이 재미없으면 모임도 재미없었던 거 같다. 


 앞으로 희곡은 연극을 먼저 보거나 번역이 매끄러운 작품으로 보지 않으면 가능한 지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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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3-12-08 18: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흑흑.... 저는 다른 신정옥 번역으로 읽었는데요, <리어 왕>을 셰익스피어 가운데 제일 좋아한답니다.
하긴 뭐, 감상이 다 같으면 무슨 재미가 있겠습니까.

고양이라디오 2023-12-08 20:06   좋아요 1 | URL
그러시군요 흑흑... 감상이 다 다른 거 어쩔 수 없나봅니다.

Falstaff님은 <리어 왕>에서 어떤 부분이 좋고 재밌었는지 궁금합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