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버 색스의 대표작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를 재독했다. 첫번재 만큼의 충격과 감동, 감흥은 없었지만 여전히 생각할 거리가 많은 재밌는 책이었다. 인간의 정신과 뇌의 신비를 들여다보는 즐거움과 색스의 따뜻한 휴머니즘을 느낄 수 있었다. 그의 책도 더 읽어보고 뇌과학 책들도 더 읽어보고 싶다. 



 그녀는 개념적인 이해력이 없는데도 시적인 언어는 잘 알아들었다. 말하는 것이 서툴긴 해도 일종의 시인, 천부적인 시인이라고 불릴 만했다. 깜짝 놀랄 만한 비유와 은유가 뜻하지 않은 순간에 시적 탄식이나 암시처럼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듯했다. -p298


 "봄, 탄생, 성장, 깨어남, 계절, 만물이 때를 만났다...." -p300


 레베카의 평균 지능지수는 60 이하였다. 계산하지도 읽거나 쓸 줄도 몰랐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그녀에게는 시적인 재능이 있었다. 놀라운 일이다. 



 뉴욕의 지도에 감정이 없듯이 그러한 기억에는 거의 아니 전혀 아무런 감정도 존재하지 않는다. 맥락이 없고 발전성도 없으며 응용될 수도 없다. -p314 


 단순히 기억이 좋은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것을 기초로 무언가를 쌓아 올려야 한다. 활용하고 응용될 수 있어야 한다. 거기에는 감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들의 계산 능력을 테스트해보면 놀랄 정도로 형편없다. 계산 능력이야말로 셈의 천재 혹은 인간계산기가 가장 자랑할 만한 능력임에도 어쩐 일인지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그들의 지능지수는 60이었고, 거의 60에 어울리는 정도의 계산 능력밖에 없었다. 간단한 덧셈이나 뺄셈도 정확하게 해내지 못했다. 곱셈과 나눗셈에 관해서는 대체 그게 뭔지 의미조차 알지 못했다. -p327 

 

 인간계산기로 불리는 쌍둥이 형제에 대한 이야기도 인상깊었다. 그들은 12자리의 소수를 찾아낼 수도 있지만 계산 능력이 없었다. 내 생각에는 아마도 테스트 자체가 그들을 정확히 테스트 할 수 없는 면도 있었을 거 같다. 무의식적으로 소인수분해를 할 수 있지만 곱셈과 나눗셈에 대한 개념자체가 없었다. 



 300자리 숫자 혹은 과거 40년간에 일어난 수천억이 넘는 엄청난 양의 사건을 어떻게 머릿속에 담고 있는지를 물으면 그들은 아무렇지 않게 대답한다. "그냥 볼 뿐입니다." -p329

 

 쌍둥이 형제에게는 사진기억력이 있었다. 침팬지는 우리보다 사진기억력이 월등히 뛰어나다. 


 

 이리하여 천재소녀에게서 천재성을 빼앗아버리고 말았다. 그다음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단 하나의 뛰어난 재능이 사라지고 어디를 보아도 보통 사람 이하인 결함투성이의 소녀가 되었다. 이런 기묘한 치료법이나 고안해내다니, 도대체 우리는 무얼 하는 인간이란 말인가? -p347 

 

 나디아라는 스케치에 뛰어난 재능을 지니 자페증 소녀는 '스케치 이외의 분야에서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길을 찾기 위해서' 가차없이 치료체제에 따르도록 하는 조치를 받았다. 그 결과 스케치에 대한 천재성을 잃어버렸다. 쌍둥이 형제도 두 사람을 떨어뜨려놓는 치료가 행해졌다. 그들은 숫자에 대한 신비한 능력을 잃어버렸다. 



 쿠르트 괴델은 극히 일반적인 형태이긴 했지만 수 특히 소수가 많은 관념, 인간, 장소 등을 가리키는 '표식'이 되는 것 같다는 설을 제기했다. -p352

 

 소수는 확실히 미스터리한 면이 있다. 우리 세상은 혹시 수로 이루어진 것이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특수한 사례들, 구체적인 사례들을 통해 인간의 정신과 뇌를 들여다봤다. 인간의 정신과 뇌가 얼마나 신비롭고 대단하고 특이한지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뇌과학 책을 이어서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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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4-01-28 01: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참 지났지만 리뷰글을 읽다보니 새롭네요.

고양이라디오 2024-01-30 13:07   좋아요 0 | URL
전 재독인데 읽다보니 새록새록 기억에 나더라고요^^ㅎ
 
















 오랜만에 다시 읽고 있다. 올리버 색스의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이다. 처음 읽었을 때는 너무나 신기하고 인상적이었는데 다시 읽으니 그 때의 느낌이 안나서 아쉽다. 


 예전부터 느꼈던 건데 올리버 색스는 책 속에서 자신의 책 이야기를 참 많이 한다. <깨어남>이 많이 언급되서 읽어보고 싶다. 















 <깨어남>은 어떤 하나의 병으로 인해 발생한 혼돈의 '복구와 재통합'을 묘사한 연구이다. -p24 





 자체츠키와 P선생은 모두 똑같은 세계에 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 둘 사이의 가장 안타까운 차이는 루리야가 말한 것처럼 자체츠키는 '그 지옥 같은 상황에 굴복하지 않고, 잃어버린 자신의 능력을 되찾기 위해 끈질기게 싸운' 반면에 P선생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무엇을 잃어버렸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 둘 중 어느 쪽이 더 비극적일까? 둘 중 누가 더 지옥 같은 상황에 처한 것일까? 상황을 알고 있는 쪽? 아니면 아무것도 모르는 쪽? -p40


 자체츠키에 대한 설명을 찾아봤는데 못 찾겠다. P선생은 얼굴인식불인증에 걸린 남자다. 시각은 문제가 없다. 세세한 부분을 보는 데는 문제가 없지만 그것을 한 차원 높게 종합해내지는 못한다. 눈, 코, 입, 귀 등 하나하나를 보고 인식할 수는 있지만 그 얼굴을 전체적으로 보고 누구인지 모른다. 더 나아가 얼굴과 모자를 헷갈릴 정도이다. 자신의 잃어버린 능력을 인식하는 쪽과 인식하지 못하는 쪽 어느 쪽이 더 비극적일까?


 

 따라서 P선생의 사례는 어떤 의미에서는 우리에게 던져진 하나의 경고이자 우화일 수도 있다. 판단이나 구체적인 것, 개별적인 것을 등한시하고 완전히 추상적이고 계량적으로만 변해가는 과학이 장차 어떻게 될지에 대한 경고 말이다. -P46 


 P선생의 사례를 과학에 대한 경고로 인식하는 부분이 좋았다. 학문 내적으로든 외적으로든 통섭이 필요하다.



 그들 대부분은 건강 숭배자이거나 비타민제 광신자들로, 비타민B6(피리독신)를 엄청나게 복용한 사람들이다. 현재 몸이 없어진 채 살아가는 환자는 남녀 수백 명에 달한다. -p102

 

 우리는 우리의 몸에 대한 감각이 있다.우리는 눈을 감아도 우리의 손이 어디에 있는지 다리는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다. 이를 고유감각이라고 한다. 비타민B6를 과다복용하면 이런 감각이 사라질 수 있다고 한다. 



 신체장애인이 아무리 늦게 어떤 능력의 습득에 나선다 해도 그들에게 놀라운 가능성이 펼쳐진다는 것을 그녀의 사례가 웅변적으로 입증했다. 앞도 보지 못하고 마비 증상까지 있었던 여성, 세상과 단절된 채 무기력하게 일생을 과보호 속에서 지낸 이 여성의 내면에 놀라운 예술적 천성의 씨앗이 숨어 있었고, 그 씨앗이 60년 동안이나 동면 상태로 시들어 있다가 보기 드물 정도로 아름답게 활짝 꽃피우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었겠는가? -p119

 

 <매들린의 손>이라는 에피소드도 인상적이었다. 인간의 뇌 가소성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게 해준다. 



 "설득력이 없어요. 문장이 엉망이고 조리도 없어요. 머리가 돌았거나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것 같아요." -p151 


 <대통령의 연설>이란 에프소드가 가장 재밌었다. 위에 글은 음색인식불능증 환자가 대통령의 연설을 보고 느낀 점이다. 은색인식불능증이란 목소리에 담긴 감정, 희노애락을 판단할 수 없다. 말을 하는 상대방의 얼굴과 태도, 움직임도 볼 수 없다. 때문에 오로지 서술적인 문장만을 이해할 수 있다. 



 



 











 색스가 자주 인용하고 존경하는 신경학자가 있다. 그는 루리야이다. 그가 쓴 두 권의 임상기록이 있다.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는 과잉에 대해서, <지워진 기억을 쫓는 남자>는 상실에 대한 이야기다.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가 더 재밌다고 한다. 색스의 책말고 그가 추천하는 책을 보고 싶다. 휴, 도서관에 내가 사는 지역의 도서관에 루리야의 저서가 없다. 아쉽다.



 레이가 낙담에 빠진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는 "틱 증상을 치료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다음엔 뭐가 남나요? 전 틱으로 이루어져 있으니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겁니다." 하고 자신의 심경을 표현했다. -p172  


 직장에서 근무하는 시간인 주중에는 할돌 덕분에 '성실하고 분별력 있고 반듯한' 사람이 된다. 그의 말마따나 '할돌 인간' 이 되는 것이다. 동작과 판단도 느긋하고 신중해진다. 할돌을 투여받기 이전의 조급한 성격과 성급한 행동도 사라진다. 그러나 즉흥성과 영감도 함께 사라진다. 심지어는 꿈도 완전히 달라진다. (중략) 그토록 민첩하던 두뇌회전도 느려지고 대답도 느릿느릿 한다. -p175


 레이의 익살스러움, 음악성, 빠른 반사능력, 뻔뻔함, 용기, 외설스러움 등은 틱 증상과 연관되어 있다. 그의 정체성의 한 부분이다.

 

 다음 에피소드 <큐피드 병>도 레이와 비슷하다. 신경매독에 걸린 89세의 노인은 행복감과 건강함을 느끼게 된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기묘한 세상과 접하게 된다. 그것은 우리의 통상적인 상식이 뒤집히는 세계이다. 병리 상태가 곧 행복한 상태이며, 정상 상태가 곧 병리 상태일 수도 있는 세계이자, 흥분 상태가 속박인 동시에 해방일 수도 있는 세계, 깨어 있는 상태가 아니라 몽롱하게 취해 있는 상태 속에 진실이 존재하는 세계 말이다. 이것이야말로 바로 큐피드와 디오니소스의 세계이다. -p187  

 

 앞으로 우리는 과학의 발전으로 손쉽게 우리의 행복감을 증가시킬 수 있을지도 모른다. 과연 그럴 때 우리의 선택은?



 

















 보르헤스의 <픽션들>에 '기억의 천재 푸네스' 라는 소설이 있는 거 같다. 보고 싶다.



 우리가 개가 아닌 인간으로 존재하려면 아마도 억제가 필요할 것이다. -p269

 

 <내 안의 개>라는 에피소드도 상당히 기억에 남았다. 약물 복용으로 후각이 과민해진 남자의 이야기다.



 "후각? 그런 건 생각해본 적도 없어요. 보통 때 누가 그런 게 있다는 걸 의식이나 하겠어요? 하지만 막상 후각을 잃고 보니, 눈이 보이지 않는 거랑 똑같았어요. 인생의 맛을 꽤 많이 잃어버렸지요. 사람들은 모를 거예요, 냄새에 얼마나 많은 '맛'이 있는지를. 사람들 냄새를 맡고, 책 냄새를 맡고, 도시 냄새를 맡고, 봄 냄새를 맡지요. 물론 의식하지는 못할 거예요. 그래도 모든 것의 뒤에는 온갖 풍요로운 냄새가 있답니다. 그렇듯 풍요로운 세상이 어느 날 아주 빈곤한 세상으로 돌변해버린 거예요." -p270 

 

 나는 오감 중 하나를 잃는다 후각을 선택할 것이다. 그런에 위 글을 읽고 나니 조금 고민이 된다. 

 

 

 아직 100p가 남았다. 내일 마저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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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26 23: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1-30 13: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동안 습관에 관한 책을 많이 읽었다. 좋은 습관을 만들고 나쁜 습관을 버리는 것, 필요성과 방법을 안다고 해서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계속 꾸준히 노력해야할 일이다. 이 책 생각보다 좋았다.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의 저자 사사키 후미오의 다음 작품이다.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도 읽어봐야겠다. 




 아침에 일어나서 가장 먼저 할 일을 전날 저녁에 준비해두면 좋다. 이것은 애쓰고 있는 나를 위해 앞질러 가서 준비해두는 것이다. '지금도 잘하고 있네.', '수고했어.' 라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p168


 참신한 발상이다. 미래의 나를 위해 현재의 내가 준비해두는 것. 항상 미래의 나에게 미루고 책임을 전가했는데 앞으로 마인드를 좀 바꿔야겠다. 


 

 자신과의 약속을 가장 중요한 친구와 한 약속이라고 생각하자. -p181 


 성공하는 사람들을 보면 자신과의 약속을 정말 잘 지키는 거 같다. 자신과의 약속을 가장 중요한 친구와의 약속이라 생각해보자. 역시 좋은 발상이다.



 달리기 기록이 빠른 것과 자신이 최선을 다하는 것은 별개다. 이 이야기는 몇 번을 읽어도 눈물이 난다. 운동이 서툰 그 여자아이는 가슴이 터질 듯한 상태로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했던 것이다. -p272

 

 저자는 <운동화를 신의 뇌>에 나오는 에피소드를 소개하는데 사뭇 감동적이다. 운동이 서툰 11세 여자아이에게 심박계를 붙여 달리게 했다. 기록은 좋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심박수를 보면 그 여자 아이는 최선을 다해 최대 심박수까지 뛰었음을 알 수 있다. 나는 항상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 생각한다. 그녀는 달리기에서는 결과가 좋지 않았지만 분명 다른 부분에서는 좋은 결과를 얻었을 것이다. 



 운동선수나 음악가, 학자 등 전 세계의 상위 플레이어들을 연구한 안데르스 에릭슨은 초일류 중에서 연습이 즐겁다고 답한 사람이 단 1명도 없다고 말했다. -p285 


 연습은 누구에게나 고되고 힘든 것이구나 싶다.



 '하지 않을 일'을 먼저 정한다

 '신호'와 '보상'을 구체적으로 정한다

 핵심습관을 공략한다

 시작하기 전에는 의욕이 없는 것이 당연하다

 초기 투자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

 목표는 말도 안 되게 작게 정한다

 지금 당장, 오늘부터 시작한다

 '어른의 시간표' 를 만든다

 날을 정해서 행동한다

 중간 단계마다 촘촘히 보상을 준다

 조금 멈추더라도, 완전히 멈추지 않는다

 충분히 휴식하되, 적극적으로 무언가를 하면서 쉰다

 '목적'과 '목표'를 혼동하지 않는다

 습관이 몸에 붙으려면 반드시 실패를 거쳐야 한다

 습관이 자리 잡았다는 신호를 놓치지 않는다   



 항상 실패하지만 계속 시도해보자. 24년 좋은 습관 만들기! 이 책에서 여러 가지 도움을 많이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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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 균, 쇠>의 저자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인류의 진화에 대한 책이다. 우선 책 표지 이야기부터 안할 수가 없다. 책 표지만 보면 1990년대나 80년대 책 같다. 나도 굉장히 오래된 책처럼 보여서 빌릴까 잠시 망설이기도 했었다. 하지만 알고보니 2015년도에 출간된 책이다. 문학사상 출판사는 책 표지에 좀 더 신경을 쓰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아무래도 책 표지는 첫인상이다. 좋은 책이 책 표지 때문에 평가 절하되는 거 같아서 아쉬운 마음이다.



 아래는 이정모 서대문자연사박물관장님의 추천사 중 한 구절이다. 이 책을 잘 요약한 글이라 소개한다. 


 이 책은 침팬지와 인간 사이에 나타난 변별점을 흥미롭게 제시하며 인류의 기원과 인간의 지성, 언어 능력의 발달, 인류의 폭력성과 성 등을 다루면서 그 발원을 추척해간다. 그렇다면 '제3의 침팬지로서의 성향'이 앞으로 인류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p9 


 인류의 기원에 대한 책을 읽고 싶었는데 마침 재레드 다이아몬드가 쓴 책이 있어서 도서관에서 빌렸다. 같은 저자의 <제3의 침팬지>도 있었는데 이 책이 더 얇아서 선택했다. 3분의 2쯤 읽었는데 재밌게 읽고 있다. 만족스럽다. 

 


 볼티모어 동물원의 침팬지들이 그린 그림을 아동심리학자에게 보여주면서 화가의 정신적 문제를 진단해달라고 했다. 침팬지가 그렸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심리학자들은 세 살짜리 수컷 침팬지가 그린 그림을 공격적인 일고여덟 살 소년의 그림으로 추측했다. 한 살짜리 암컷 침팬지가 그린 그림 두 점은 각각 불안해하는 열 살짜리 소녀가 그린 그림으로 추측했다. 심리학자들은 화가의 성별은 제대로 맞혔다. 종을 틀리기는 했지만. -p150-151  

 

 화가, 미술 평론가들도 침팬지가 그린 그림을 보여주면 인간이 그린 그림으로 착각하고 열렬한 찬사를 늘어놓는다고 한다. 침팬지가 그린 그림을 보고 싶다. 침팬지가 그린 그림은 잘 팔린다고 한다. 방금 검색해서 봤는데 미술 문외한이 충분히 착각할만하다.



 농업인과 수렵. 채집인의 또 다른 차이는 영양이다. 농업인은 쌀이나 감자처럼 탄수화물이 풍부한 작품을 주로 섭취한다. 이에 반해 수렵. 채집인은 야생 동식물을 고루 먹기 때문에, 단백질이 많고 균형 잡힌 영양을 섭취한다. 수렵. 채집인은 건강하며 질병에 거의 걸리지 않는다. 다양한 음식을 먹기 때문에, 몇 가지 작물에 의존하는 농업인과 달리 식량 부족이나 기근을 겪지 않는다. 먹을 수 있는 야생식물이 85가지나 되는 부시먼이 굶어 죽는 일은 상상할 수도 없다. -p165


 그리스와 터키에서 출토된 수천 년 전 사람들의 골격도 놀라우리만치 비슷했다. 빙기에 이 지역 수렵.채집인의 평균 키는 남자의 경우 177.8센티미터, 여자의 경우 167.6센티미터였다. 하지만 농업을 받아들이면서 사람들이 짜부라졌다. 기원전 4000년에 남자의 평균 키는 160센티미터, 여자는 154.9센티미터에 불과했다. 수천 년 뒤에 키가 조금씩 커지기는 했지만, 그리스와 터키의 현대인은 건강한 수렵.채집인 조상의 평균 키에 여전히 미치지 못한다. -p170 

 

 수렵. 채집인은 골격이 튼튼했다. 충치도 적었다. 영양실조도 덜했다. 전염병, 기생충도 없었다. 장수했고 유아 생존률도 높았다. 농업의 나쁜 영향을 미치는 이유로는 적어도 세 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 높은 탄수화물 비중이다. 수렵채집인은 단백질, 비타민, 무기질이 풍부한 다양한 음식을 섭취했다. 나도 반성하고 다양한 음식을 먹고 탄수화물을 줄여야겠다. 둘째, 한두 가지 작물에 의존하는 농업인은 흉작이면 영양실조나 굶주림에 시달릴 위험이 컸다. 셋째, 전염병과 기생충이다.


 그리고 농업이 인류에게 내린 또 다른 저주는 계층 분화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농업인들은 수렵채집인으로 남고자 한 사람들보다 빨리 번식했으며 이들을 죽이거나 내쫓았다. 비록 영양실조에 걸렸더라도 농민 열 명이 건강한 수렵인 한 명과 싸워 이길 수 있기 때문이다. 농업을 받아들이지 않은 사람들은 농업인들이 원하지 않는 땅을 제외한 모든 곳에서 쫓겨났다. -p173  


 농업은 인류에게 축복이자 저주다. 종 전체에는 이득을 가져왔을지 몰라도 개개인의 건강과 행복에는 오히려 악영향이 많지 않을까 싶다.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책 재밌다. 앞으로 계속 읽어나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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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4-01-26 22: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세상에나...저 나름 제러드 다이아몬드 님의 책들 열심히 봤어도 이 책은...말씀하신대로 표지 그 자체로 제가 자체 검열해버렸거든요....2015년 출간이라고 믿기 어렵네요^^:; 그래도 재밌다고 하시니 ‘겉만 보고 판단‘한 마음을 반성합니다 ㅎ

고양이라디오 2024-01-30 13:09   좋아요 0 | URL
재레드님 책 다 두껍던데 열심히 읽으셨다니 대단하네요b

네 이 책 진짜 표지가 지못미ㅠㅠ 책은 재밌습니다! 재레드의 책들 집대성한 느낌이라고 옮긴이가 말씀하시더라고요ㅎ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평점 9.5

 감독 박찬욱

 출연 이영애, 이병헌, 송강호, 김태우, 신하균

 장르 드라마



 박찬욱 감독이 점점 좋아진다. 이런 대단한 영화를 이제서야 보다니. 2000년에 개봉된 영화다. 기념비적인 영화다. 박찬욱감독, 이병헌, 송강호, 신하균을 대중에 널리 알리고 스타로 발돋움하게 한 영화다. 네이버 평점이 9.82이다. 


 박찬욱 감독의 에세이 <박찬욱의 몽타주>를 보니 이 영화가 보고 싶어졌다. 유튜브에서 쿠엔틴 타란티노가 2009년에 선정한 17년간 최고의 영화들 20편에 <공동경비구역 JSA>가 있어서 더 보고 싶어졌다. 쿠엔틴 타란티노 추천 영화들 중 안 본 영화들을 봐야겠다. 


 이제 영화 이야기를 조금 해봐야겠다. 


 우선 각본이 뛰어나다는 이야기부터 해야겠다. 사실 워낙 유명한 영화라 결말부분을 다 알고 봤는데도 그 날의 사건을 이영애씨와 함께 추리해나가는 재미가 있었다. 다음은 역시 연기. 송강호, 이병헌, 신하균, 김태우. 정말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연기였다.   

 

 마지막 엔딩 장면도 이 영화의 백미이다. 마지막의 스틸 컷으로 진한 여운을 담아냈다.(위 포스터 사진)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랴. 추천드리고 싶은 작품이다. 박찬욱 감독의 작품들을 더 찾아봐야겠다. 

 



 평점 10 : 말이 필요없는 인생 최고의 영화. 

 평점 9.5: 9.5점 이상부터 인생영화. 걸작명작

 평점 9 : 환상적. 주위에 강력히 추천하고 싶은 영화. 수작

 평점 8 : 재밌고 괜찮은 영화. 보길 잘한 영화. 

 평점 7 : 나쁘진 않은 영화. 안 봤어도 무방한 영화. 범작

 평점 6 : 아쉬움이 많이 남는 영화. 6점 이하부터 시간이 아까운 영화. 

 평점 5 : 영화를 다 보기 위해선 인내심이 필요한 영화. 

 평점 4~1 : 4점 이하부터는 보는 걸 말리고 싶은 영화. 망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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