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발 하라리가 어린이를 위해 쓴 책이다. 내가 어린이일 때도 이런 좋은 책들이 있었겠지? 만약 내가 초등학생일 때 이 책을 읽었다면 얼마나 충격이었을지 궁금하다. 성인이 읽기에도 좋은 책이라 생각한다. 




  옛날 옛적에 플로레스섬에는 정말로 작은 인간이 살았어. 이 고대 인간은 키가 1미터 정도였고, 몸무게는 25킬로그램쯤 나갔지. 그래도 그들은 도구를 만들어 사용했고, 작은 코끼리를 사냥하기도 했어. -p29


 안타깝지만 플로레스인들도 모두 멸종해버렸다. 그래도 최근 과거를 돌아보면 아메리카대륙, 오스트레일리아 대륙을 개척했을 때 원주민들이 멸망까진 하지 않았는데, 왜 과거의 인류 아종들은 멸종해버렸을까? 한 명도 남김없이. 사피엔스와 유전자가 섞이면서 소멸한 것은 아니었을까? 소멸한 것도 결국 멸종인가 흠.



 아무도 누가 아버지이고, 누가 삼촌이고, 누가 이웃인지 구별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을 거야. 이런 생활 방식은 우리 사촌인 침팬지와 비슷해. 침팬지도 일종의 공동체에서 살아가지. -p91  


 과거 석기시대에는 정말 이랬을까? 다들 친척이라 누가 누구의 자식인지 구별하기 불가능했을까? 그래도 왠지 더 닮은 사람이 있지 않았을까? 친척이라 생각하면 정확히 알긴 힘들었을 거 같다. 



 수렵 채집인은 현대 공장 노동자보다 질 좋고 다양한 음식을 먹었고, 굶거나 병에 걸리는 일도 적었어. 채집인의 뼈를 조사한 고고학자들은 그들이 매우 튼튼하고 건강했다는 사실을 알아냈어. 그건 그들이 음식을 골고루 먹었기 때문이야. -p115


 수렵 채집인은 건강했다. 오늘날 기준으로 치면 엘리트 운동선수 정도의 신체능력을 보유했다고 한다. 음식을 골고루 먹은 것도 이유지만 각종 전염병에 자주 걸리지 않고 많이 걷고 뛰고 활동적으로 보내서 그랬을 거 같다. 스트레스도 덜 받지 않았을까 싶다. 



 고래가 바다로 돌아간 것은 굉장히 오래 전일이었다. 고래의 조상은 5000만 년 전 몸집이 큰 개와 비슷한 육상 동물이었다. 



 바늘은 역사상 가장 중요한 발명 가운데 하나야. -p146  


 바늘의 발명으로 사피엔스는 추운지역까지 뻗어 갈 수 있었고 아프리카에서 시베리아를 넘어 아메리카까지 다다랐다. 



 매머드도 다른 동물과 식물한테 매우 중요한 존재였어. 매머드가 멸종하기 전 북극은 지금보다 더 추웠지만, 그럼에도 지금보다 훨씬 많은 동물과 식물이 살고 있었어. -p158 


 한 종의 멸종은 다른 많은 동식물에 영향을 끼친다. 매머드의 멸종은 북극에 동식물이 없어진 원인이었다.



 마지막으로 남편 이치크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어 -유발 하라리 -p169

 

 오타인가 생각했다. 아내 이치크 아냐? 아니면 유발 하라리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감사의 말인가? 찾아보니 유발 하라리는 동성애자라고 한다. 남편 이치크가 맞다. 그럼 이치크의 남편도 유발 하라리인건가? 둘은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동반자라고 한다. 멋지다.



 2권을 읽고 있다. 요즘 유발 하라리에 빠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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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푸트니크의 연인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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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2012년이었던 것 같다. 어느 날 아침 나는 출근길에 버스를 탔다. 그 때는 차가 없어서 버스를 타고 출퇴근을 했다. 당시 나는 시골에서 일하고 있었다. 내 손에는 <스푸트니크의 연인>이 들려있었다. 버스 안에서 책을 읽었다. 그 때 든 생각은 '아, 이런 아름다운 문장을 쓸 수 있다면 죽어도 좋다.' 라는 생각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오만하고 치기어린 생각이다. 하지만 나는 분명 그 때 그렇게 생각했다. 그 때의 감정이 어렴풋이 기억난다. 문장이 더할 나위없이 아름다웠다. 10년이 지나 최근 다시 읽었을 때는 그정도는 아니었다. 다행히 죽어도 좋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소설의 내용도 전혀 기억이 안났다. 책을 읽으며 단편적인 몇몇 내용이 기억났을 뿐이다. 전혀 중요하지 않은 몇몇 이야기들만이 흐릿하게 기억에 남아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아쉽다. 어떤 문장이 그렇게 좋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문장을 필사해놓았더라면 좋았을텐데.


 이 책을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와 함께 읽었다. <작별하지 않는다>도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소설이었지만 역시나 내가 사랑하는 소설은 <스푸트니크의 연인>이다. 10년 전 만큼은 아니지만 다시 이 책을 사랑하게 되었다. 


 소설 속 여주인공 스미레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모르겠다. 언제부터 사랑하게 되었는지. 소설 속 그녀가 갑자기 사라져버렸을 때 그녀가 무사하길, 다시 돌아오길 간절히 바랬다. 


 소설의 결말은 열린 결말이다. 그녀가 무사히 돌아왔는지, 아니면 주인공 '나' 의 환상이었는지 알 수 없다. 왠지 나는 그녀가 돌아오지 못한 거 같다는 불안에 휩싸였다. 해피엔딩이 아닌 결말이 싫고 하루키가 미웠지만 깊은 여운을 남긴 결말이었다.


 그녀는 정말 돌아왔을까? 


 읽은 지 얼마 안됐지만 다시 읽고 싶은 소설이다. 



 p.s 알라딘 책소개에 이런 글이 있다. "실제로, 제1장의 도입부는 하루키 작품 세계에서 가장 독특하고 농밀한 아름다움을 품은 명문장으로 유명하다." 내가 죽어도 좋다고 생각한 문장이 이 문장이었을까? 초반부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도입부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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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24-11-17 00: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라님 간만입니다! 제 서재에 남겨주신 화이팅글을 화이팅할 일 다 끝나고 나서야 보고 말았네요 ㅎㅎ휴ㅠㅠㅠ

오랜만에 뵈어도 언제나처럼 여전히 무라카미를 사랑하고 계시는군요! ㅎㅎ

고양이라디오 2024-11-18 10:22   좋아요 0 | URL
syo님 반갑습니다^^! 네 무라카미에 대한 사랑은 변함없네요ㅎㅎ

그동안 고생많으셨습니다. 하고 싶었던 일 맘껏 즐기시길 바랍니다^^!!
 
















 연준을 심층적으로 들여다 볼 수 있는 좋은 경제교양서입니다. 경제에 관심있으신 분들은 꼭 읽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그때는 모기지담보대출이 꾸러미로 묶여 부채담보부증권(CDO)이라는 이름의 금융상품으로 팔렸고, 2013년에는 기업 부채가 꾸러미로 묶여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이라는 이름의 금융상품으로 팔리고 있었다. -p211


 2008년 금융위기의 원인은 CDO였습니다. 부실한 모기지대출을 꾸러미로 묶어 파생상품을 만들어 높은 등급의 신용등급을 받고 팔렸습니다. 2013년 이후에는 기업부채가 같은 형태로 팔리고 있습니다. 예전과 다른 점은 연준이 위기 때 CLO를 구입함으로써 최후의 대부업자 역할을 해준다는 것입니다. 경제위기 때 사람들이 패닉에 빠져 CLO를 팔 때 연준이 나서서 사줌으로써 패닉을 막아줍니다. 과연 이런 형태가 계속될 수 있을까요? 연준은 점점 경제구조를 취약하게 그리고 탐욕적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렉스노드 경영팀에게 가장 큰 경영 전략은 컨베이어 벨트나 볼 베어링이 아니라 레버리지론, 그리고 주가 상승과 관련이 있었다. 신제품 개발을 위한 R&D 투자에 돈을 쓴다는 개념은 부채 조달의 새로운 기회가 무궁무진하게 열리면서 흐릿해져 있었다. -p259 


 낮은 금리로 인해 기업들은 값싼 부채를 이용해서 자산을 구입하여 이윤을 올리는 전략을 취했습니다. 회사의 경영 전략은 금융 공학으로 바뀝니다. 



 하지만 ZIRP의 진짜 내기는 애덤스 같은 사람이 부유해질 것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렉스노드 노동자 존 펠트너같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냐 아니냐였다. -p259 


 렉스노드 노동자 존 펠트너의 이야기가 가슴아팠습니다. 열심히 일하는 노동자들은 제조업 약화로 일자리를 잃고 점점 더 가난해집니다. 미국의 제조업 노동자들의 처지와 분노, 애환이 잘 이해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렉스노드의 경영자인 애덤스는 스톡옵션으로 막대한 이득을 챙깁니다. 2010년에는 250만 달러. 2012년에는 870만 달러. 매년 100만 달러 이상을 벌었고 유독 좋았던 해에는 1200만 달러를 벌었습니다. 그동안 존 펠트너 같은 노동자는 연봉 8만 달러를 시작으로 연봉은 계속 줄어들었고 마침내 정리해고를 당하게 됩니다. 이런 세상이 정말 어쩔 수 없는 세상일까요? 그리고 그동안 렉스노드 회사는 엄청난 부채를 지게 됩니다. 회사의 이득의 대부분은 부채를 값는 데 쓰입니다. 그 기업이 일으킨 부채로 역시나 경영자는 막대한 수익을 올렸을 것입니다. 부채의 짐은 결국 노동자가 지게 되고 부채의 위험을 막기 위해 일반 시민들의 세금이 쓰입니다. 



 세상에서 제일 지루하게 들리는 기업들이 첨단 금융 공학에 나서서 돈을 빌리고 그 돈으로 자신의 주식을 사들여 주가를 밀어 올렸고 종종 경영진의 더 높은 보수를 정당화했다. 경영진에게 회사의 실제 사업은 점점 덜 중요해졌다. 중요한 것은 부채 시장에 접근하는 것과 상승하는 주가였다. -p266  


 위에 글과 같은 맥락입니다. 뒤에 여러 기업들의 예가 이어집니다. 



 호니그 규칙의 핵심은 은행 업계에서 더 위험한 부분과 경제적으로 더 필요한 기업 대출 같은 부분을 분리해서, 위험한 투자를 한 은행이 베팅을 잘못했을 때 전체 시스템을 함께 위험으로 끌고 내려가지 말고 혼자 망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었다. -p282 

 

 현명하고 좋은 아이디어입니다. 하지만 은행 로비스트들의 활동으로 그의 아이디어는 실현되지 않습니다. 은행은 거대해지고 수많은 기업, 은행과 연계됩니다. 너무 거대하기 때문에 망하게 둘 수 없는 은행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들의 구제금융에는 일반 시민들의 세금이 쓰입니다. 그리고 연준은 그들을 위기에서 구하기 위해 높을 쏟아붓습니다. 은행은 위기를 넘기지만 인플레이션이 오고 화폐가치는 낮아지고 다시 시민들은 가난해집니다. 



 그리고 호니그와 달리 파월은 비판의 어조를 완화하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한때 FOMC의 닫힌 회의장에서 자신이 비판했던 정책을 옹호하는 쪽으로 입장을 바꾸게 된다. 그때가 파월이 명실공히 권력의 위치로 떠오른 시점이다. -p305 


 제롬 파월로 알고 있었는데 제이 파월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 거 같습니다. 현 연준 의장은 제이 파월입니다. 그는 원래 연준의 정책에 비판적인 입장이었습니다. 하지만 정책을 옹호하는 쪽으로 입장을 바꾸게 됩니다. 왜 그의 입장이 바꼈는지 궁금합니다.



 다음 날 아침, 시장은 열리자마자 자유 낙하했다. 다우는 13%가 떨어졌다. 지난 1주일간 폭발력을 쌓아가던 금융위기가 경제 전체를 완전히 집어삼킨 날이 그 월요일이었다. -p366   


 2020년 3월 16일 코로나 시기 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다우가 하루 아침에 13%가 떨어졌습니다. 저도 저 때 주식시장을 보고 있었던 거 같은데 잘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지금 저런 일이 떨어지면 솔직히 좀 두려울 거 같습니다. 



 3월 23일에 거대 은행들의 주가가 2월의 가장 높았을 때에 비해 48%가 빠졌다. -p367  

 

 생각해보니 코로나 때 대부분의 주식이 절반 가까이 떨어졌습니다. 은행주만 많이 빠진 게 아닙니다. 전 사실 이런 공황, 폭락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때가 돈을 벌 최고의 기회입니다.



 파월의 전임자들, 그리고 은행, 통화정책, 거버넌스와 관련한 전 세계 주요 기관의 고위 인사들 모두가 그가 한 일에 대해 찬사를 보냈다. 그와 동시에 그들은 연준이 지난 몇 개월간 한 일을 되돌리는 데는 몇 년, 어쩌면 몇십 년이 걸릴 것이라고도 인정했다. 하지만 그 문제는 내일의 문제로 넘겨졌다. -p395  

 

 그동안 미국은 부채를 천문학적으로 늘려왔습니다. 전례가 없는 수준입니다. 빚으로 빚을 막는 악순환에 빠져 있습니다. 그 대가는 누가 언제 치르게 될까요? 



 미국 인구의 하위 절반은 미국 전체 자산의 겨우 2%를 소유하고 있는 반면 상위 1%는 31%를 소유하고 있다. 이는 미국의소득 분포에서 중간에 있는 가구(중위20%)의 순자산 중앙값이 1989년에서 2016년 사이에 겨우 4%밖에 오르지 않은 이유를 설명해준다. 같은 기간에 상위 20%의 순자산은 두 배가 되었고 상위 1%의 자산은 세 배 가까이 늘었다. 중산층 수백만 명이 뒤로 밀려났다. -p401      


  부익부 빈익빈. 미국만큼 부익부 빈익빈을 잘 보여주고 가속화되고 있는 나라는 드뭅니다. 부익부 빈익빈의 결과가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 불공정은 최대한 없애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안타깝고 화도 났습니다. 하지만 현실을 받아들이고 현실에 맞게 행동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자산을 보유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인플레이션의 희생양이 됩니다. 


 연준과 미국 경제의 역사 이야기를 심층적으로 그려냈습니다.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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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경제에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연준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주는 책입니다. 이미 대략 알고 있었지만 세부적인 내용이 흥미롭고 읽으면서 화도 났습니다. 저는 많은 사람들이 경제에 대해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노력하지 않으면 알기 어렵습니다. 경제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해주는 좋은 교양서입니다. 




 볼커의 전임자들은 이 위험을 촉진했지만 볼커는 그러지 않을 작정이었다. 볼커 시기의 연준은 1979년에 10%이던 단기 금리를 1981년에 20%까지 올렸다. -p90 


 



 낮은 금리는 자산 버블을 일으킵니다. 폴 볼커 연준의장은 인플레이션을 잡기위해 급격하게 금리를 올립니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금리가 10%, 20% 라니 정말 높게 느껴집니다. 



 1982년에 진정한 은행 패닉이 터졌고, 이는 대공황 이래 최악이었다. 그해에 100개 넘는 은행이 도산했는데, 한 해 도산 건수 기준으로 1930년대 이래 어느 해보다도 많은 수였다. 1986년에는 심지어 이 숫자가 더 늘어서 200개가 넘는 은행이 도산했다. 1980년에서 1994년 사이에 총 1600개 이상의 은행이 도산했다. -p94


 도산한 은행 중 많은 수가 몇 세대 동안 잘 영업해오던 곳이었고 지역 전반에 걸쳐 작은 공동체들의 재정적 기둥이던 곳이었다. -p94 


 낮은 금리는 농지가격을 끌어올렸습니다. 부동산, 주식버블과 유사합니다. 금리가 낮으니 대출을 받아서 농지를 삽니다. 농지가격이 오릅니다. 농지가격이 오르니 더 많은 사람들이 투자합니다. 하지만 금리가 오르면 농지가격은 떨어지고 사람들이 농지를 팔면 농지가격은 더 떨어집니다. 수많은 사람이 파산하고 은행도 파산합니다. 미국 영화에서 종종 이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데 파산한 은행과 농부들이 나옵니다.



 멜처는 기본적으로 연준이 1970년대에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몰랐다고 말하고 있었다. 게다가 아마도 더 치명적으로, 연준이 스스로 주장하는 것 같은 독립적인 기구가 아니라고 말하고 있었다. -p97   


 앨런 멜처는 경제학자입니다. 멜처는 1970년대의 인플레이션의 원인이 연준의 낮은 금리정책 때문이었다고 유죄판결을 내립니다. 독립적인 기구가 아닌 대중과 정치인의 입맛에 맞게 높은 수준의 고용을 유지하기 위한 정치적 선택이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연준이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몰랐다는 멜처의 주장에는 동의하기 힘듭니다. 금리를 낮추면 인플레이션이 온다는 것은 상식이 아닐까요? 정말 몰랐을까요? 저는 알면서도 방조했다고 혹은 무시했다고 생각합니다.



 금리 인하는 미래의 불황기에 대한 '보험'의 한 형태라고 종종 이야기되었고 1995년의 금리 인하가 제안되었을 때의 논리도 그랬다. -p125


 의원성 질환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가만히 놔둬도 되는 것을 의사가 잘못된 개입으로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것을 말합니다. 감기는 바이러스 질환입니다. 때문에 항생제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의사는 감기에 항생제를 처방합니다. 감기가 폐렴으로 악화될 수도 있으니 '보험'이라는 명목으로 처방합니다. 아무것도 안할 수 없고 항생제를 처방하는 것이 돈이 되기 때문입니다. 유럽에서는 감기에 항생제를 처방하지 않습니다. 연준의 행태로 이와 비슷합니다. 가만히 있어도 될 것을 '보험'이라는 명목으로 개입합니다. 이는 사태를 악화시켜 결국 더 큰 문제를 일으킵니다. 버블과 공항을 일으킵니다.



 대법원처럼 FOMC도 결과가 명확하지 않은 복잡한 문제를 놓고 투표하는 곳이니 말이다. 하지만 FOMC에서는 표가 아슬아슬하게 갈린 결과가 나온 적이 없다. 그 이유는 FOMC의 문화에, 그리고 의장의 의견을 존중하는 전통에 있었다. 


 "의장의 의견에 반대표를 던지면 뭐랄까, 사람들이 놀랍니다.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잘 모르겠는데요, 그러니까 의장에게 반대하는 표를 던지는 것이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는 암묵적인 메시지가 있어요. (중략) 아무튼 좌중에 불편한 분위기가 드리우게 됩니다." -p126  


 FOMC는 연준의 회의를 말합니다. 이 회의에서 정책이 결정됩니다. 의장의 의견을 존중하는 전통 때문에 반대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반대하는 견해를 가지고 있어도 대세를 따라서 찬성하는 표를 던집니다. 혼자서 반대표를 던지는 것은 대단한 용기와 신념이 필요한 일입니다. 어째서 연준에서는 투표의 기본적 원칙인 비밀투표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걸까요?



 하지만 1998년 무렵이면 자산 인플레이션은 통제를 벗어나 있었다. 그런데 이것은 대중의 우려를 별로 불러일으키지 않았다. 자산 인플레이션이 통제를 벗어나면 사람들은 그것을 인플레이션이라고 부르지 않고 호항이라고 부른다. -p127 


 자산을 가진 사람은 호항입니다. 하지만 그 자산이 언제 폭락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자산을 가지지 않은 사람은 자신이 가진 화폐가치가 떨어집니다. 부익부빈익빈입니다.



 국가의 삶에 대대적인 변화를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면서도 민주적 기관들이 져야 하는 민주적 책무에서는 면제된 기관이 되는 것이다. -p153 


 연준은 세계 경제를 좌우하는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습니다. 이것이 오늘날 세상의 가장 무서운 점 같습니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라야 하는데 오늘날 이 불균형은 갈수록 심해집니다. 



 때때로 연준의 고위 인사들은 학계에서 훈련받은 경제학자(버냉키도 경제학자다)만이 연준이 수행하는 정책의 구조와 영향을 알 수 있다는 듯한 태도를 보이곤 했다. 경제학자가 더 우월하다는 암묵적인 가정은 연준에서 매우 실질적인 효력을 발휘했고 이것은 FOMC 회의 때마다 드러났다. -p187  


 이론적 지식과 실무적 지식이 있습니다. 때로 이 둘은 상충될 때가 있습니다. 연준 이사들 중에는 실제 은행이나 증권사에서 경력을 쌓은 사람도 있고 경제학 박사인 학문적 지식을 쌓은 사람도 있습니다. 나심 니콜라스 탈레스가 비난했듯이 이론적 지식이 실무적 지식보다 우위에 있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일 때가 많습니다. 날아가는 새에게 나는 법을 가르칠 수는 없습니다.




 흥미로운 내용이 많아 표시한 부분이 많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어야할 지식이라 소개해봅니다. 경제는 경제학자들에게만 맡기기에는 너무나 중요합니다. 곧 Vol.2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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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스 : 그래픽 히스토리 Vol.2 - 문명의 기둥 사피엔스 : 그래픽 히스토리 2
다니엘 카사나브 그림, 김명주 옮김, 유발 하라리 원작, 다비드 반데르묄렝 각색 / 김영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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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각색한 그래픽 노블이다. 현재 3권까지 나왔다. 3권을 어서 빨리 보고 싶다. 도서관에 예약신청해놨다. 


 <사피엔스>를 보고 충격먹었던 기억이 난다. 내가 가지고 있던 고정관념을 뒤흔드는 놀라운 책이었다. 통찰과 흥미로운 이야기가 가득 담겨 있었다.


 <사피엔스> 그래픽 노블을 보고 다시 한 번 충격받았다. 이미 <사피엔스>를 보고 알고 있는 내용이었지만 각색과 연출이 더해지니 색다른 맛이 있었다. 


 그렇게 2권까지 재밌게 봤다. 3권을 기다리다 최근에 2권을 다시 봤다. 여전히 재밌어서 놀라웠다. 서스팬스를 보는 느낌이었다. 모든 내용을 알고 다시 범죄 현장을 들여다보는 느낌이었다. 


 그렇다. 인류의 역사는 범죄의 기록이다. 인류는 수없이 많은 잘못을 저질렀다. 증거는 없지만 정황상 인류가 대형동물을 멸종시켰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리고 인류의 다른 아종들도 멸종시켰을 것이다. 직접적은 아닐 수 있지만 간접적으로라도 분명 큰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인류가 걸어간 자취를 되집어 보면 연쇄살인마의 발자취와 유사하다. 멸종, 멸종, 대량학살. 아프리카에서 시작해서 아메리카와 오스트레일리아까지 인류는 뻗어갔다. 더이상 죽일 대형동물과 인류의 아종이 없자 자기들끼리 싸우기 시작했다. 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다. 우리는 전쟁광이다. 남과 나누고 공존하기 보다는 죽이고 빼앗는 길을 더 많이 택했다. 더 많이 가지길 원했다. 싸워서 이기거나 죽거나. 도망치거나 추격하거나. 그 범죄의 기록들을 보고 있으니 오싹하다.


 아이러니하게도 인류가 밀을 길들였지만 동시에 밀도 인류를 길들였다. 어느순간 인류는 밀의 노예가 되어 있었다. 수렵채집인에서 농경인으로의 전환이 서서히 일어났다. 적게 일하고 적게 소유하던 인류는 어느덧 많이 일하고 많이 소유하게 되었다. 빈부격차과 계급이 생겼다. 정착생활을 하게 됐으며 점점 많은 사람들이 모여살았고 부족, 도시, 국가를 이루었다. 


 더 많은 밀을 재배하기 위해 하루 종일 일했다. 일손을 위해 많은 자녀를 나았고 또 그 자녀를 먹이기 위해 더 많이 일했다. 먹을 것의 종류가 한정되니 기근의 피해는 엄청났다. 재난, 흉년 등으로 기근이 들면 수많은 사람들이 굶어죽었다. 많은 사람이 모여 살았기 때문에 전염병에 취약해졌다. 그렇게 또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갔다. 하지만 인구는 계속 많아졌다. 더 많이 더 열심히 더 오래 일한 결과다.


 농업혁명은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우리가 얻은 것은 무엇이며 잃은 것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농업혁명 덕분에 엄청난 발전이 있었다. 하지만 개개인이 더 행복해졌는지는 확실치 않다. 점점 많은 사람들이 풍족해지고 삶의 질이 나아지고 있지만 역사상으로 볼 때는 풍족하게 살았던 사람은 극소수였다.


 

 만화라서 재밌다. 청소년도 읽을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하는 재밌는 책이다.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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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4-11-13 16: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그래픽 노블이군요
읽기 편하겠네요. 부담없고!

고양이라디오 2024-11-14 10:26   좋아요 1 | URL
네 확실히 그래픽 노블이 부담없이 좋습니다! 재밌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