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에 못 미친 일본 SF 고전만화

아키라 AKIRA 박스세트 - 전6권 ㅣ 세미콜론 그래픽노블
오토모 가츠히로 지음, 김완 옮김 / 세미콜론 / 2013년 7월

 혼자 만화카페 '놀숲'을 갔습니다. 중고등학교 때 밥먹듯이 만화대여점을 드나들었습니다. 하교하고 집에 오는 길에 거의 항상 들렀던 것 같습니다. 신간이 뭐가 나왔나 확인하고 신간이 없으면 재밌는 만화 뭐가 있나 두리번거리곤 했습니다. 대학교 때도 학교 근처 만화방에 한번씩 가서 밀린 만화책을 보곤했습니다.

 만화말고 책에 빠져들면서 만화를 점점 멀리하게 되었습니다. 이미 왠만큼 만화를 보기도 했고 재밌는 만화 찾기도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책의 세계는 만화의 세계보다 훨씬 컸고 재밌는 책 찾기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미 찾았지만 못 본 책들도 수두룩합니다.

 오랜만에 혼자 만화카페에 갔습니다. 책만 보는 것도 지겨우니 한번쯤은 기분전화도 하고 여유롭게 즐기고 싶기도 했습니다. 막상 만화카페에 가니 무슨 책을 볼지 모르겠더군요. 카페에 책 정렬이 가나다라 순도 아니고 직관적이지 않아서 한바퀴 둘러보다 <열혈강호>와 <아키라>를 빌렸습니다. <아키라>는 최근에 유튜브에서 보기도 했고 일본 SF의 고전으로 알고 있어서 빌렸습니다.

 만화카페에서 3권인가 4권까지 보다 시간이 늦어서 집으로 와서 남은 것은 인터넷에서 다운받아 봤습니다. 확실히 종이책으로 읽는 것이 컴퓨터로 보는 것보다 훨씬 재밌습니다. 컴퓨터 스캔본 화질이 안좋기도 했지만요.

 서론이 너무 길었습니다. 기대가 컸는데 생각만큼 재밌진 않았습니다. 그래도 6권 끝까지 볼 정도로는 볼만했습니다. 첫부분은 좋았는데 집에서 볼 때 화질도 안좋고 졸리기도해서 전체적으로 인상이 안좋은지도 모르겠습니다.

 <아키라>는 애니메이션으로도 나와있는데 궁금하긴 합니다. 평점, 전문가 평점도 높긴한데 봤다간 시간낭비에 실망만 할 거 같아서 패스해야겠습니다.

 재밌게 본 만화가 많습니다. 그 만화 소개를 풀어놓으면 한도 끝도 없을 거 같습니다. <간츠>나 <기생수>, 애니메이션으로는 <공각기동대>를 추천드립니다. <아키라>보다 훨씬 재밌습니다. 최근에 영화로 개봉된 <아인>이란 만화도 재밌습니다. 아직 완결이 나진 않았지만요.

영화 <관상>과 이정재의 수양대군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5 - 단종.세조실록, 개정판 ㅣ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5
박시백 지음 / 휴머니스트 / 2015년 6월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5권의 내용은 영화 <관상>에서 다뤄진 시대와 일치한다. 박시백의 만화를 보고 <관상>을 보았다면 더 재밌지 않았을까 싶다.

 5권의 주인공은 수양대군, 즉 세조의 이야기다. 수양대군은 영화 <관상>에서 이정재가 포스있게 연기한 인물이다. 세종대왕은 후계자 문종을 키웠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문종은 집권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병으로 죽는다. 이에 어린 나이에 단종이 즉위하게 되니 이는 수양대군에게는 기회가 된다.

 수양대군과 손을 잡고 브레인 역할을 담당한 이는 바로 한명회. 영화 <관상>에서도 등장하는 인물이다. 송강호가 관상을 보고 한명회에게 목이 잘릴 것이다라는 말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한명회는 살아서는 권세를 누렸지만 죽은 후에 부관참시를 당하게 된다. 부관참시의 원인은 바로 연산군의 복수. 연산군의 어머니인 폐비윤씨에 대한 복수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쿠테타로 정권을 잡게되면 반대파 숙청이 이어진다. 조선왕조실록을 보면서 참 이시대에 벼슬하면서 목과 몸이 붙어있기 쉬운일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쿠테타가 많았다. 쿠테타로 세워진 왕조라 그런가 이성계의 피에 그런 기질이 숨어있어서 그런가 모르겠다. 연산군을 보면 확실히 싸이코패스 유전자가 이성계의 피에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까지 든다.   

 영화 <관상>과 함께 보기 좋은 책.

왕 중의 왕 새종대왕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4 - 세종.문종실록, 개정판 ㅣ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4
박시백 지음 / 휴머니스트 / 2015년 6월

 드디어 세종대왕이다. 1만원권 지폐의 주인공이자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왕. 모든 사람이 존경해 마지 않는 왕 중 왕. 훈민정음 창제만으로도 그 업적이 어마어마한데 그 외에도 세종대왕의 업적은 끝이 없다. 그런 세종에게 후계자 수업을 받은 문종이 단명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역사에 만약에 라는 말은 필요없지만 만약 문종이 세종을 이어 치세를 이어갔다면 역사는 어떻게 달라졌을지.

 하지만 한 편으로는 가장 밋밋한 4권이다. 어떻게 보면 세종의 시기는 태평성대이기 때문이다. 드라마나 영화를 만들려면 박진감있는 스토리가 중요하다. 거기에 갈등과 서스펜스가 있다면 금상첨화다. 헌데 세종의 이야기에는 박진감과 갈등, 서스펜스가 부족하다. 세종대왕을 다룬 드라마가 있는지 궁금하다. 찾아보니 있긴 한데 아마 세종대왕 이야기 전후를 같이 다룬거 같다. 세종대왕 전후의 이야기는 피비린내 나는 사건들의 연속이다. 세종대왕의 이야기는 그 사이에 낀 평화의 시기였다.

 이 책을 보면서 세종대왕의 위대함을 많이 느꼈다. <세종처럼>이란 책도 아직 안 읽고 있는데 이참에 읽어보고 싶다. 세종대왕에게도 실책은 있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이런 성군이 있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고 감사하다. 이렇게 한글로 리뷰를 쓸 수 있게 해준 것도 세종대왕 덕분이다. 천재 중의 천재. 왕중의 왕 세종대왕.

승부사 태종 이방원과 세종대왕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3 - 태종실록, 개정판 ㅣ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3
박시백 지음 / 휴머니스트 / 2015년 6월

 1, 2차 왕자의 난으로 왕위에 오른 태종 이방원. 그런 그이기에 왕위에 오르자 왕권을 위협하는 외척세력을 처단한다. 비정하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로 인해 세종이 맘껏 정치를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도 할 수 있겠다. 태종 그가 이룬 업적들도 대단하다. 기억은 나지 않지만 대부분의 조선왕조의 기틀을 가다듬었다. 그는 유능한 왕이었다.

 이방원이 세종대왕의 아버지인지도 몰랐다. 부끄러운 역사지식이다. 4권에서 나오지만 세종대왕은 우리나라에 둘도 없을 성군이다. 천재이자 노력가이다. 노력하지 않는 천재가 어딨겠느냐 많은. 이미 세종대왕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알고 있었지만 다시 확인하니 참으로 놀랍다.

 이방원과 세종대왕은 겹치는 부분이 있다. 둘 다 애초에 세자(다름 왕위를 물려받을 사람)가 아니었다. 이방원은 난을 통해 정권을 잡았다. 세종대왕은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냄으로 인해 세자가 폐위하게 되었다. 세종이라는 카드가 없었더라도 세자가 폐위되었을 수도 있다. 혹은 세종이라는 카드가 없었다면 세자가 왕위에 오르고 세종은 기회를 얻지 못하거나 죽임을 당했을 수도 있다. 세종 또한 자신의 능력에 대한 믿음과 왕이 되어 그 능력을 펼쳐보이고 싶다는 욕망이 있지 않았을까? 목숨을 걸고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낼만큼 말이다. 부드러운 성군으로 그려지지만 박시백은 세종의 그런 면모를 포착해서 독자들에게 이야기해준다. 책에서 자신만의 해석을 드러내는 박시백의 방식도 좋았다. 덕분에 더 풍성하고 재미있게 역사를 감상할 수 있었다. 

 정치에 있어 뛰어난 능력을 보여준 태종 이방원과 그의 아들 세종의 어린시절을 감상할 수 있는 3권이었다. 그리고 역시 세종대왕은 떡잎부터 대왕감이었다.

1차, 2차 왕자의 난으로 왕위에 오른 태종 이방원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2 - 태조.정종실록, 개정판 ㅣ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2
박시백 지음 / 휴머니스트 / 2015년 6월

 시리즈를 시작한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셜록홈즈 이후로 처음이 아닐까 싶다. 그간 몇몇 시리즈에 손을 댓다가 손절했다. 이번 시리즈는 완주할 것 같다.

 역사에 관심이 많다. 책을 읽다보면 자연스레 역사에 대한 관심이 생긴다. 역사는 거대한 배경지식이 된다. 시간 순서로 이야기들이 정리 된다. 그렇다고 해서 아직 역사에 대해 깊은 지식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읽어야할 역사 관련 책들이 많다. 차차 읽어 나가자.

 이번 조선사에 대한 관심도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9 : 서울편>때문에 시작되었다. 그 책에서 서울의 문화유산을 다루는데 종묘와 창덕궁, 창경궁을 다뤘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조선 역사 이야기도 간간히 나오는데 모두 무척 재밌었다. 그래서 조선사에 대해 알고 싶어졌고 입문서로 만화를 선택했다. 이미 아시는 분은 다 아시는 유명한 책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시리즈를 선택했다. 20권이라 부담이 있었지만 가독성도 높고 재밌어서 1권을 손에 잡으면 다 읽을 때까지 놓기가 힘들다.

 2권은 이성계와 정도전이 하륜과 이방원에 의해 권력에서 물어나는 이야기다. 태조 이성계와 태종 이방원. 이방원에 대해서도 정몽주를 회유하다 선죽교에서 죽인 인물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심지어 그가 왕인지도 몰랐다! 부끄럽다.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라고 똑같이 혁명으로 정권을 잡는다. 두 분다 대단한 결단력과 실행력을 가진 인물들임은 틀림없다.

 읽은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아무튼 1차, 2차 왕자의 난을 다뤄서 흥미진진하고 스릴 넘치는 스토리가 전개가 일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