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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춘다 - 무라카미 하루키 최초의 연작소설, 개정판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유곤 옮김 / 문학사상사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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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 '책속의 책과 글' 카테고리에서 이 책에 대해 썼지만, 리뷰를 쓰지 않았었다. 리뷰를 쓰고 싶었지만, 첫문장이 쉽게 써지지 않아서 미뤄뒀었다. 방금 <사피엔스>의 리뷰를 쓰고 나니, 뭔가 마음이 가벼워서 이 책의 리뷰도 연달아 쓸 수 있을 것 같다. 어차피 질높은 리뷰는 쓸 수 없다. 마음을 비우고 쓰자. 내가 느낀 것, 내가 생각한 것을 편하게 쓰자.

 

 또 쓸데없는 서두를 늘어놓자면, 이 책은 과거에 한 번 읽었던 책이다. 지금 읽고 있는 하루키 책들이 다들 과거에 읽은 책들이긴 하지만, 이 책은 그 책들 중에서도 기억에 강렬하게 남아있던 책이다. 생각해보니, 다른 책들도 그러하지만... 아무튼 이 소설을 처음 읽었을 때 나는 뭐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감명받았었다. 뭐라 설명할 수도 없고, 내가 왜 감명을 받았는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감명받았었다. 그것도 크게. 이 책을 지금 다시 읽고 나니, 내가 왜 감명받았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왜 내가 이 책을 사랑하는지, 하루키를 사랑하는지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아마 이 책을 읽으면서 함께 읽은 우치다 타츠루의 <하루키를 조심하세요>의 영향도 큰 것 같다. 하루키의 문학을 보다 깊게 이해하게 되서 기쁘다. 아마 십년 후에 이 책을 다시 읽으면, 나는 지금 발견하지 못했던 다른 부분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다시 또 감명받고, 감동받을 것이다. 생각만 해도 즐겁다. 10년 후가 기다려진다.

 

 이 책은 연작소설이다. 여섯 편의 소설들이 모두 고베지진이라는 하나의 줄기를 가지고 있다. 고베지진이 끼친 영향은 작지만 크다. 그것은 연작소설 속의 인물들에게도 그렇고, 하루키에게도 그렇다. 여섯 편의 소설들 모두가 하나같이 훌륭하다. 좋다. 너무나 사랑스런 작품들이다. 그렇다. 이들 작품들은 너무나 사랑스럽다. 힘껏 안아주고 싶은 소설들이다. <호밀밭의 파수꾼>, <자기 앞의 생> 처럼 사랑스런 소설들이다. 

 

 여섯 편의 연작소설 중 <개구리 군, 도쿄를 구하다>는 예전에 읽었을 때, 가장 인상깊었던 작품이었다. 이 소설을 다시 읽고 싶었지만, 어느 소설집에 수록된 소설인지 기억이 나질 않아서 잊고 있었는데,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되어서 너무나 반갑고 기뻤다. 이 책을 다시 읽으니 <벌꿀파이>가 가장 좋았다. 그리고 <다리미가 있는 풍경>도 너무나 좋다. <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춘다>도 좋고, <타일랜드>, <UFO가 구시로에 내리다>도 좋다. 6편이 있는데 6편이 이렇게 다 좋기도 쉽지 않은데, 이 책의 소설들은 모두가 하나같이 뚜렷한 인상이 남고, 그리고 좋다.

 

 힐링이 필요한 분들께 추천드리고 싶다. 힐링에는 하루키의 소설이 제격이다. 그 중에서도 <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춘다>가 최고다. 개구리군과 함께, 준폐이와 함께, 사쓰키와 함께, 요시야와 미야케라, 준코, 고무라와 함께, 그리고 하루키씨와 함께 어깨동무하면서 모닥불 앞에서 둥글게 둥글게 춤을 춰보자. 슬픔과 절망은 정화되고 굳센 의지가 샘솟을 것이다. 니체의 말처럼. “이것이 삶이더냐? 좋다. 그렇다면 다시 한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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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을 쫓는 모험 (상) - 개정판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신태영 옮김 / 문학사상사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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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금 큰 깨달음을 얻었다. 그렇게 대단한 깨달음도 아니고 어쩌면 이걸 이제 알아챈 내가 참 둔한 걸 수도 있겠지만. 문득 '하루키의 장편소설들은 모험의 형식을 띠고 있구나' 하는 것을 깨달았다.


 <해변의 카프카>도 <태엽감는 새>도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도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도 <1Q84>도 초기작 <1973년의 핀볼>도. 그리고 제목부터가 모험임을 알려주는 이 <양을 쫓는 모험>까지. 각각의 소설들은 대놓고 모험은 아니지만, 분명 모험적인 요소가 숨겨져 있다. 아니, 어쩌면 모험이란 것은 너무 일상적인 것일까?


 아니다. 그렇지 않다. 최근에 읽은 소설들을 생각해봤을때 그 소설들은 모험적인 요소가 있지 않았다. <채식주의자>도 <톨스토이의 하지무라드>도. 하루키의 장편소설은 주인공이 무언가를 찾아서 떠난다. 혹은 그냥 떠나기도하고, 잃어버린 것을 찾기 위해 떠나기도 하고,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확인하기 위해 떠나기도 한다. 찾아 나선다. <양을 쫓는 모험>도 주인공은 얼떨결에 모험을 떠나게 된다. 상권은 모험을 떠나기 전까지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상, 하권을 같이 샀어야 되는데, 상권을 읽은지 시간이 너무 지나버렸다. 상권을 가볍게 훑어봐야겠다. 하권이 너무나 기다려진다. (어젯밤에 주문했는데 내일 도착 예정이다)


 초기작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는 별로 모험적인 요소가 없었던 것 같다. <1973년의 핀볼>은 주인공이 핀볼기계를 찾으러 다닌다. 그리고 마침내 핀볼기계를 찾고 핀볼기계와 만나게 된다. 


 모험, 그렇다. 하루키씨의 소설 속에는 거의 대부분 모험이 있었고, 나는 주인공들의 모험을 함께 따라다녔던 것이다. 언제 하루키씨의 장편소설들의 모험을 주제로 페이퍼를 써봐야겠다. 


 또 새로운 깨달음이 불현듯 떠오른다. 모험 이전에는 먼저 상실이 있었다. 상실이 없는 모험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먼저 상실이 있고 나서 그 상실을 메우기 위해 주인공은 길을 떠나는 것이다. 길을 떠난다는 것, 그것은 바로 모험이다. 상실과 모험이 연결된다. 


 <양을 쫓는 모험> 하 권을 굉장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하 권은 주인공의 모험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그가 찾는 것은 무엇일지. 그리고 그가 읽어버린 것은 또 무엇일지 확인해봐야겠다.



 p.s 하루키씨의 장편소설을 잘 모르는 분들을 위해 간략히 설명을 드리자면 처녀작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부터 <1973년의 핀볼>, <양을 쫓는 모험>, <댄스 댄스 댄스>는 일명 쥐 시리즈로 불리운다. 언급한 순서대로 읽으셔도 좋고, 그냥 아무거나 읽으셔도 상관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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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읽으면서 너무나 행복하고 감사했던 책이었습니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속의 좋은 글과 책들을 소개합니다.

 

 폴란드 시인 즈비그니에프 헤르베르트는 말했습니다. '원천에 가 닿기 위해서는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야만 한다. 흐름을 타고 내려가는 것은 쓰레기뿐이다.' 라고. 상당히 용기를 주는 말이지요(로버트 해리스의 <아포리즘>에서 인용) -p103

 

 저도 조금은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고 있는 편에 속합니다. 남들과는 조금 다른 방식, 다른 길을 택했는데요. 용기를 주는 글입니다.

 

 그럼 책소개를 시작해보겠습니다.

 

 

 

 

 

 

 

 

 

 

 

 

 

 

 

 먼저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영화 <KAFKA/미궁의 악동>과 프란츠 카프카의 <성> 입니다. 하루키씨가 꽤 흥미로운 영화라고 해서 보고 싶어진 영화입니다.

 

 

 

 

 

 

 

 

 

 

 

 

 

 

 

 다음은 도스토예프스키의 <악령> 입니다. 열린책들에서 상, 중, 하로 나와있군요. 무라카미 하루키씨가 좋아하는 소설 중에 흥미로운 조역들이 많이 나오는 소설이라고 합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은 어차피 전작을 다 읽을 계획이지만 현재 <백치 하>권을 읽고 있는데, 어서 읽고 다음으로는 <악령>을 읽어봐야겠습니다. 벌써 기대가 됩니다. 

 

 읽어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 소설에는 아무튼 괴팍한 조역들이 줄줄이 나옵니다. 긴 소설인데도 읽으면서 싫증이 나지 않아요. 저절로 '어떻게 이런 놈이' 라는 생각이 드는 컬러풀한 인물들, 괴상망측한 인간들이 차례차례 모습을 드러냅니다. 도스토옙스키라는 사람은 분명 엄청나게 거대한 뇌 내 캐비닛을 갖고 있었던 모양이지요. -p240

 

 

 

 

 

 

 

 

 

 

 

 

 

 

 

 하루키씨가 무라카미 류의 장편소설 <코인로커 베이비스>를 읽고 '와아, 대단하다' 라고 감탄했다고 합니다. 예전에도 다른 책에서 하루키씨가 무라카미 류씨의 애기를 하는 것을 듣고 무라카미 류의 책도 한 번 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보게 된다면 이 책부터 봐야겠네요.

 

  그리고 마지막은 제가 읽고 감동받은 글입니다. 여러분도 한 번 꼭 읽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씨의 팬이라면 꼭이요!

 

 그래도 '당신은 정말 자신만 생각하며 소설을 쓰느냐' 고 다시금 정면으로 질문한다면 나 역시 "아뇨, 물론 그렇지는 않습니다." 라고 대답합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나는 한 사람의 직업적인 작가로서 항상 독자를 염두에 두고 글을 씁니다. 독자의 존재를 잊는 건-잊어버리자고 생각해봤자-불가능한 일이고 또한 바람직한 일도 아닙니다.

 그러나 독자를 염두에 둔다고 해도, 이를테면 기업에서 상품을 개발할 때처럼 시장조사를 하고 소비자층을 분석하고 타깃을 구체적으로 상정하고, 그런 것은 아닙니다. 내가 머릿속에 떠올리는 것은 어디까지나 '가공의 독자' 입니다. 그 사람은 나이도 직업도 성별도 없습니다. 물론 실제로는 있겠지만 그런 건 얼마든지 교환 가능합니다. 요컨대 딱히 중요한 요소가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중요한 것, 교환 불가능한 것은 나와 그 사람이 이어져 있다. 라는 사실입니다. 어디서 어떤 상태로 이어져 있는지, 세세한 것까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한참 저 아래쪽, 어두컴컴한 곳에서 나의 뿌리와 그 사람의 뿌리가 이어져 있다는 감촉입니다. 그것은 너무도 깊고 어두운 곳이라서 잠깐 내려가 상황을 살펴본다거나 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이야기라는 시스템을 통해 우리는 그것이 이어졌다고 감지합니다. 양분이 오고 간다고 실감합니다.

 그렇지만 나와 그 사람은 뒷골목을 걷다가 마주치더라도, 지하철 바로 옆자리에 앉아 있더라도, 슈퍼마켓 계산대에서 앞뒤로 줄을 서 있더라도, 서로의 뿌리가 이어진 것은 (대부분의 경우) 깨닫지 못합니다. 우리는 서로 낯선 이들로서 그냥 스쳐 지나가고, 아무것도 모른 채 각자 갈 길을 갈 뿐입니다. 아마 두 번 다시 마주칠 일도 없겠지요. 하지만 실제로는 땅속에서, 일상생활이라는 단단한 표층을 뚫고 들어간 곳에서, '소설적으로' 이어져 있습니다. 우리는 공통의 이야기를 마음속 깊은 곳에 간직합니다. 내가 상정하는 것은 아마도 그런 독자입니다. 나는 그런 독자들이 조금이라도 즐겁게 읽어주기를, 뭔가 느껴주기를 희망하면서 매일매일 소설을 씁니다.  -p272

 

 

 어떻습니까? 너무나 감동적이지 않습니까? 감동적이지 않다고 하면 어쩔 수 없지만요. 하지만 만약 당신이 이 글을 읽고 감동을 받았다면 당신과 저도 저 땅속 깊숙한 곳 어딘가에서 이어져 있습니다. 분명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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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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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은 누구나 쓸 수 있다. 원고지와 펜만 있으면 누구나 소설쯤은 써내려갈 수 있다. 어떤 재능있는 사람은 처음부터 아주 멋진 작품을 쓸지도 모른다. 단숨에 문단에 두각을 나타내고 베스트셀러 작가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소설을 장기간 꾸준히 써내려간다는 것, 소설가로서 링에 올라 그 링에서 오랜시간 버티는 것은 아주 힘든 일이다. 링에 오르는 것은 누구나 가능하지만, 그곳에서 장시간 버티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자의든 타의든 대부분의 사람은 그 링에서 내려오게 된다.


 아주 멋진 에세이였다. 하루키씨가 작가로서 소설가로서 독자들에게 건네는 따뜻한 이야기였다. 누군가에겐 조언이 되고 누군가에겐 위안이 되었을 것이다.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아주 솔직하고 지극히 주관적이지만 한 편으로는 보편적인 이야기들이었다. 내가 하루키씨의 에세이를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이 책에 모두 들어있었다. 하루키씨의 에세이는 내게 삶의 길잡이 같은 역활을 한다. 나도 하루키씨처럼 살고 싶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꾸준히, 성실히, 묵묵히 하고 싶다. 때론 다소 반항적이고 도전적으로 자신의 신념을 확고히 한채 세파에 연연하지 않고 한걸음씩 나아가고 싶다. 하루키씨에게는 확고한 의지가 느껴진다. 그는 끝까지 달릴 것이다.


 이 책은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듬뿍 담겨있다. 소설가, 문학상, 오리지낼리티, 학교 등에 대한 하루키씨의 생각들이 담겨있고, 그리고 소설과 소설쓰기에 대한 문예론적인 하루키씨의 생각들도 진지하게 담겨있다. 이 책은 하루키씨가 후배소설가들에게 혹은 독자들에게 주는 작은 선물과도 같았다.


 정말 오랜만에 즐겁게 하루키씨의 책을 읽었다. 기대 그 이상의 감동이었다. 하루키씨의 신작 장편소설을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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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자리 2016-06-15 14: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을 읽으며 고맙더라고요.

하루키의 독자라면 누구나 엇비슷하게 느꼈을 것들을 작가가 그대로 말해주니 말이죠.

작가와 독자로서 진심으로 교감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참 행복했어요ㅎ

엄청나게 위대한 작가들도 있지만, 저는 이렇게 성실히 살아가는 단단한 하루키가 참 좋아요^^

고양이라디오 2016-06-15 14:59   좋아요 0 | URL
아! 역시 물고기자리님ㅠ 저도 리뷰에 그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못했네요. 작가와 독자로서 서로 진심으로 교감하고 있다는 사실. 이 책을 통해서 느낄 수 있어서 정말 감동적이고 고마웠어요^^

하루키씨가 마지막까지 열심히 뛰셔서 완주하는 모습을 꼭 보고싶어요. 독자로써 응원하고 싶습니다^^


다락방 2016-06-15 14: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리뷰가 좋네요, 고양이라디오님. 저 이 책 사두고 안읽었는데 얼른 읽어보고 싶어져요. 어쩐지 설레이는 마음으로 볼 수 있을것 같아요. 저는 하루키의 에세이도 좋지만 소설도 정말 좋아하거든요. 아마 저도 이 책을 아주 기쁘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따뜻함이 담긴 리뷰, 잘 읽었습니다!

고양이라디오 2016-06-15 15:03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이 리뷰가 좋다고 해주시니 감개무량합니다^-^
서두는 책에서 하루키씨의 비유를 인용한 겁니다ㅎ 나중에 발각되기 전에 미리 자진납세해야겠네요ㅎㅎ

저도 하루키씨의 에세이뿐만 아니라 소설도 정말 좋아합니다. 하루키씨는 제가 가장 사랑하는 작가입니다^^
리뷰에 그런 마음이 드러났나봅니다. 다락방님이 즐거운 독서하세요!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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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하루키의 여행, 그리고 나의 여행을 생각해본다. 하루키의 여행집을 읽다보면 나도 어디론가 떠나보고 싶어진다. 다른 나라, 다른 문화, 다른 풍경, 그리고 다른 공기. 하루키의 말에 따르면 여행이란 거기에 뭐가 있기 때문에 가는 것이 아니고, 거기에 가면 뭔가가 있기 때문에 가는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디로든 떠나도 좋다. 그곳에 가면 분명 우리를 감동시키는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아니면 혹은 우리를 실망시키거나 힘들게 하는 무언가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나도 여행을 좋아한다. 되도록이면 한 달 정도의 길고 자유로운 여행을 지향한다. 짧게 가는 것은 왠지 내키지 않는다. 때문에 학창시절에 방학을 이용해서 해외여행을 많이 가봤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책을 좋아하게 된 이후로는 여행 생각이 거의 없어졌다. 여행갈 시간에 책을 읽고 싶다. 여행가서 책을 읽으면 금상첨화겠지만, 그럴꺼면 차라리 집에서 편히 읽는게 낫지 않을까? 때문에 여행을 간다면 나는 분명 누군가와 함께 갈 것이다. 아직은 함께 가고 싶은 누군가가 없다. 혹은 가고 싶은 어딘가도 뚜렷치 않다. 

 가고 싶은 곳은 매우 많지만, 정말 간절히 가고 싶은 곳은 아직 없다. 대신 읽고 싶은 책은 너무 많다. 간절히 읽고 싶은 책도 매우 많다. 여유 시간은 오로지 책책책. 훗날 나는 어쩌면 또다시 후회하게 될 지도 모른다. '아아... 젊었을 때 책보다는 좀 더 여행을 다닐껄' 하고. 훗날 내가 후회할지 아니면 만족할지 어차피 모른다. 어쩌면 무엇을 하든 후회는 남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냥 지금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 최선이다.' 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그렇게 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 여행집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 하루키의 이 책을 보면서 많은 곳을 간접적으로 경험했다. 춥지만 거대하고 따뜻한 온천이 있는 '아이슬란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조깅코스와 특유의 정체성을 가진 '보스턴'. 미식 여행을 떠나고 싶다면 '오리건 주 포틀랜드와 메인 주 포틀랜드'. 재즈애호가라면 '뉴옥의 재즈클럽', 거대한 메콩 강과 종교적인 무언가를 느끼고 싶다면 '라오스', 하얀 길과 붉은 와인의 '이탈리아'. 그 외 핀란드와 일본 구마모토까지. 다양한 곳을 하루키끼와 함께 했다.

 하루키씨의 인생과 삶이 정말 부럽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여행도 맘껏 다니고, 그 여행을 소재 삼아 글을 쓰고 책을 내고. 정말 꿈같은 삶이다. 내게도 그런 재능, 열정이 있다면 글을 쓸텐데. 아쉽게도 내겐 그런 열정도 재능도 없다. 글을 쓰는 것보다 읽는 것이 훨씬 좋다. 

 하루키씨처럼 인생을 제대로 즐긴 사람은 드물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글쓰기, 책읽기, 음악감상, 달리기를 맘껏 하고, 그가 하는 모든 것들은 글이 되고 책이 된다. 글쓰는 직업이란 정말 멋진 직업이다. 나도 내가 좋아하는 일들을 하고 있으니 만족해야하는데, 항상 무언가가 조금씩 불만족스럽다. 그 불만족스러운 무언가를 계속 줄여나가는 것이 내가 앞으로 추구하고 가야할 길이다. 내가 원하는 삶이 내가 사는 삶이 되도록, 그렇게 살도록 노력해야겠다.


일본에서 라오스 루앙프라방으로 가는 직항편은 없으므로 어딘가에서 비행기를 갈아타야 한다. 방콕이나 하노이를 경유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내 경우는 중간에 하노이에서 1박을 했는데, 그 때 한 베트남사람이 미심쩍은 표정으로 물었다. "왜 하필 라오스같은 곳에 가시죠?" 그 말의 이면에는 `베트남에는 없고 라오스에만 있는 것이 대체 뭐길래요?` 라는 뉘앙스가 묻어 있었다.

자, 대체 라오스에 뭐가 있단 말인가? 좋은 질문이다. 아마도. 하지만 내게는 아직 대답할 말이 없다. 왜냐하면, 그 `무언가` 를 찾기 위해 지금 라오스에 가려는 것이니까. 여행이란 본래 그런 것이 아니겠는가. 때로 지치기도 하고 실망하기도 하지만, 그 곳에는 반드시 무언가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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