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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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하루키의 여행, 그리고 나의 여행을 생각해본다. 하루키의 여행집을 읽다보면 나도 어디론가 떠나보고 싶어진다. 다른 나라, 다른 문화, 다른 풍경, 그리고 다른 공기. 하루키의 말에 따르면 여행이란 거기에 뭐가 있기 때문에 가는 것이 아니고, 거기에 가면 뭔가가 있기 때문에 가는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디로든 떠나도 좋다. 그곳에 가면 분명 우리를 감동시키는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아니면 혹은 우리를 실망시키거나 힘들게 하는 무언가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나도 여행을 좋아한다. 되도록이면 한 달 정도의 길고 자유로운 여행을 지향한다. 짧게 가는 것은 왠지 내키지 않는다. 때문에 학창시절에 방학을 이용해서 해외여행을 많이 가봤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책을 좋아하게 된 이후로는 여행 생각이 거의 없어졌다. 여행갈 시간에 책을 읽고 싶다. 여행가서 책을 읽으면 금상첨화겠지만, 그럴꺼면 차라리 집에서 편히 읽는게 낫지 않을까? 때문에 여행을 간다면 나는 분명 누군가와 함께 갈 것이다. 아직은 함께 가고 싶은 누군가가 없다. 혹은 가고 싶은 어딘가도 뚜렷치 않다. 

 가고 싶은 곳은 매우 많지만, 정말 간절히 가고 싶은 곳은 아직 없다. 대신 읽고 싶은 책은 너무 많다. 간절히 읽고 싶은 책도 매우 많다. 여유 시간은 오로지 책책책. 훗날 나는 어쩌면 또다시 후회하게 될 지도 모른다. '아아... 젊었을 때 책보다는 좀 더 여행을 다닐껄' 하고. 훗날 내가 후회할지 아니면 만족할지 어차피 모른다. 어쩌면 무엇을 하든 후회는 남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냥 지금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 최선이다.' 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그렇게 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 여행집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 하루키의 이 책을 보면서 많은 곳을 간접적으로 경험했다. 춥지만 거대하고 따뜻한 온천이 있는 '아이슬란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조깅코스와 특유의 정체성을 가진 '보스턴'. 미식 여행을 떠나고 싶다면 '오리건 주 포틀랜드와 메인 주 포틀랜드'. 재즈애호가라면 '뉴옥의 재즈클럽', 거대한 메콩 강과 종교적인 무언가를 느끼고 싶다면 '라오스', 하얀 길과 붉은 와인의 '이탈리아'. 그 외 핀란드와 일본 구마모토까지. 다양한 곳을 하루키끼와 함께 했다.

 하루키씨의 인생과 삶이 정말 부럽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여행도 맘껏 다니고, 그 여행을 소재 삼아 글을 쓰고 책을 내고. 정말 꿈같은 삶이다. 내게도 그런 재능, 열정이 있다면 글을 쓸텐데. 아쉽게도 내겐 그런 열정도 재능도 없다. 글을 쓰는 것보다 읽는 것이 훨씬 좋다. 

 하루키씨처럼 인생을 제대로 즐긴 사람은 드물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글쓰기, 책읽기, 음악감상, 달리기를 맘껏 하고, 그가 하는 모든 것들은 글이 되고 책이 된다. 글쓰는 직업이란 정말 멋진 직업이다. 나도 내가 좋아하는 일들을 하고 있으니 만족해야하는데, 항상 무언가가 조금씩 불만족스럽다. 그 불만족스러운 무언가를 계속 줄여나가는 것이 내가 앞으로 추구하고 가야할 길이다. 내가 원하는 삶이 내가 사는 삶이 되도록, 그렇게 살도록 노력해야겠다.


일본에서 라오스 루앙프라방으로 가는 직항편은 없으므로 어딘가에서 비행기를 갈아타야 한다. 방콕이나 하노이를 경유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내 경우는 중간에 하노이에서 1박을 했는데, 그 때 한 베트남사람이 미심쩍은 표정으로 물었다. "왜 하필 라오스같은 곳에 가시죠?" 그 말의 이면에는 `베트남에는 없고 라오스에만 있는 것이 대체 뭐길래요?` 라는 뉘앙스가 묻어 있었다.

자, 대체 라오스에 뭐가 있단 말인가? 좋은 질문이다. 아마도. 하지만 내게는 아직 대답할 말이 없다. 왜냐하면, 그 `무언가` 를 찾기 위해 지금 라오스에 가려는 것이니까. 여행이란 본래 그런 것이 아니겠는가. 때로 지치기도 하고 실망하기도 하지만, 그 곳에는 반드시 무언가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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