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읽으면서 너무나 행복하고 감사했던 책이었습니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속의 좋은 글과 책들을 소개합니다.

 

 폴란드 시인 즈비그니에프 헤르베르트는 말했습니다. '원천에 가 닿기 위해서는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야만 한다. 흐름을 타고 내려가는 것은 쓰레기뿐이다.' 라고. 상당히 용기를 주는 말이지요(로버트 해리스의 <아포리즘>에서 인용) -p103

 

 저도 조금은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고 있는 편에 속합니다. 남들과는 조금 다른 방식, 다른 길을 택했는데요. 용기를 주는 글입니다.

 

 그럼 책소개를 시작해보겠습니다.

 

 

 

 

 

 

 

 

 

 

 

 

 

 

 

 먼저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영화 <KAFKA/미궁의 악동>과 프란츠 카프카의 <성> 입니다. 하루키씨가 꽤 흥미로운 영화라고 해서 보고 싶어진 영화입니다.

 

 

 

 

 

 

 

 

 

 

 

 

 

 

 

 다음은 도스토예프스키의 <악령> 입니다. 열린책들에서 상, 중, 하로 나와있군요. 무라카미 하루키씨가 좋아하는 소설 중에 흥미로운 조역들이 많이 나오는 소설이라고 합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은 어차피 전작을 다 읽을 계획이지만 현재 <백치 하>권을 읽고 있는데, 어서 읽고 다음으로는 <악령>을 읽어봐야겠습니다. 벌써 기대가 됩니다. 

 

 읽어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 소설에는 아무튼 괴팍한 조역들이 줄줄이 나옵니다. 긴 소설인데도 읽으면서 싫증이 나지 않아요. 저절로 '어떻게 이런 놈이' 라는 생각이 드는 컬러풀한 인물들, 괴상망측한 인간들이 차례차례 모습을 드러냅니다. 도스토옙스키라는 사람은 분명 엄청나게 거대한 뇌 내 캐비닛을 갖고 있었던 모양이지요. -p240

 

 

 

 

 

 

 

 

 

 

 

 

 

 

 

 하루키씨가 무라카미 류의 장편소설 <코인로커 베이비스>를 읽고 '와아, 대단하다' 라고 감탄했다고 합니다. 예전에도 다른 책에서 하루키씨가 무라카미 류씨의 애기를 하는 것을 듣고 무라카미 류의 책도 한 번 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보게 된다면 이 책부터 봐야겠네요.

 

  그리고 마지막은 제가 읽고 감동받은 글입니다. 여러분도 한 번 꼭 읽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씨의 팬이라면 꼭이요!

 

 그래도 '당신은 정말 자신만 생각하며 소설을 쓰느냐' 고 다시금 정면으로 질문한다면 나 역시 "아뇨, 물론 그렇지는 않습니다." 라고 대답합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나는 한 사람의 직업적인 작가로서 항상 독자를 염두에 두고 글을 씁니다. 독자의 존재를 잊는 건-잊어버리자고 생각해봤자-불가능한 일이고 또한 바람직한 일도 아닙니다.

 그러나 독자를 염두에 둔다고 해도, 이를테면 기업에서 상품을 개발할 때처럼 시장조사를 하고 소비자층을 분석하고 타깃을 구체적으로 상정하고, 그런 것은 아닙니다. 내가 머릿속에 떠올리는 것은 어디까지나 '가공의 독자' 입니다. 그 사람은 나이도 직업도 성별도 없습니다. 물론 실제로는 있겠지만 그런 건 얼마든지 교환 가능합니다. 요컨대 딱히 중요한 요소가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중요한 것, 교환 불가능한 것은 나와 그 사람이 이어져 있다. 라는 사실입니다. 어디서 어떤 상태로 이어져 있는지, 세세한 것까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한참 저 아래쪽, 어두컴컴한 곳에서 나의 뿌리와 그 사람의 뿌리가 이어져 있다는 감촉입니다. 그것은 너무도 깊고 어두운 곳이라서 잠깐 내려가 상황을 살펴본다거나 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이야기라는 시스템을 통해 우리는 그것이 이어졌다고 감지합니다. 양분이 오고 간다고 실감합니다.

 그렇지만 나와 그 사람은 뒷골목을 걷다가 마주치더라도, 지하철 바로 옆자리에 앉아 있더라도, 슈퍼마켓 계산대에서 앞뒤로 줄을 서 있더라도, 서로의 뿌리가 이어진 것은 (대부분의 경우) 깨닫지 못합니다. 우리는 서로 낯선 이들로서 그냥 스쳐 지나가고, 아무것도 모른 채 각자 갈 길을 갈 뿐입니다. 아마 두 번 다시 마주칠 일도 없겠지요. 하지만 실제로는 땅속에서, 일상생활이라는 단단한 표층을 뚫고 들어간 곳에서, '소설적으로' 이어져 있습니다. 우리는 공통의 이야기를 마음속 깊은 곳에 간직합니다. 내가 상정하는 것은 아마도 그런 독자입니다. 나는 그런 독자들이 조금이라도 즐겁게 읽어주기를, 뭔가 느껴주기를 희망하면서 매일매일 소설을 씁니다.  -p272

 

 

 어떻습니까? 너무나 감동적이지 않습니까? 감동적이지 않다고 하면 어쩔 수 없지만요. 하지만 만약 당신이 이 글을 읽고 감동을 받았다면 당신과 저도 저 땅속 깊숙한 곳 어딘가에서 이어져 있습니다. 분명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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