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랭 드 보통의 <철학의 위안>은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의 개정판입니다. 전 제목인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이 먼가 더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어보이지만 책 내용을 잘 나타내는 제목은 <철학의 위안> 입니다. 알랭 드 보통이 건네는 '철학의 위안' 너무나 고맙게 잘 받았습니다. 지금껏 읽었던 알랭 드 보통의 책 중에 최고였습니다. 


 이 책에서 알랭 드 보통이 소개하는 철학자들은 소크라테스, 에피쿠로스, 세네카, 몽테뉴, 쇼펜하우어, 니체 입니다. 철학자들의 생애와 사상을 빌려서 자신의 생각을 전합니다. 


 첫번째로 소크라테스의 철학을 빌려서 인기없는 존재들을 위로해줍니다.


 비판의 가치는 비평가들의 숫자나 지위 고하가 아닌, 그들의 사고 과정에 달려 있다.

 

 "모든 이의 의견을 다 존중할 필요 없이 단지 몇 명만 존중하고 다른 사람들의 의견은 무시해도 된다는 사실, 훌륭한 의견은 존중하되 나쁜 의견은 그렇게 하지 않아도 좋다는 사실, 그것 참 멋진 원칙이라고 자네는 생각하지 않는가? 훌륭한 의견은 이해력을 가진 사람들의 것인 반면, 나쁜 의견은 이해력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의 것이지......

 그러니 훌륭한 나의 친구여, 우리는 민중이 우리에 대해 어떤 말을 하든 마음 쓸 필요가 없소. 하지만 전문가들이 정의와 불공평의 문제에 대해 하는 말에는 신경을 써야 하오." -소크라테스, p57


 멋진 가르침입니다. 우리는 남들의 모든 비난과 비판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습니다. 모든 이의 의견을 존중할 필요가 없습니다. 좋은 비판은 받아들여야 겠지만, 나쁜 의견은 무시해도 상관없습니다. 이로서 우리는 남들의 시선, 판단에 좀 더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알랭 드 보통은 소크라테스의 죽음을 상상하다가 <엘리펀트 맨> 이라는 비디오를 보다가 흐느껴 울었던 어느 날 오후를 떠올립니다. 


 "소크라테스와 그 영화의 주인공은 가장 슬픈 운명으로, 말하자면 선한 존재인데도 다른 사람들로부터 악한 존재라고 비난받는 고통을 감내해야 했던 것이다." -p67

 

 소크라테스는 대중에게 오해를 받고 재판에서 패해 죽음을 맞이합니다. 하지만 그에게는 철학이란 친구가 있었기 때문에 대중의 비난에도 전혀 흔들림없이 초연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들 또한 남들의 비난을 이성적으로 분별해서 받아들인다면 나쁜 의견에 대해 신경쓰지 않을 수 있습니다. 


 두번째로, 에피쿠로스를 통해서 물질적인 쾌락보다 우정, 사색, 예술, 자연, 소박함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줍니다.


 세번째는 세네카를 통해 좌절에 대한 위안을 줍니다. '가벼운 슬픔은 말이 많고 큰 슬픔은 말이 없다.' 등 수많은 격언으로 기억되는 로마의 철학자 세네카. 그는 네오 황제의 광기로 인해 죽음을 선고받았지만 소크라테스와 마찬가지로 초연하게 받아들입니다. 세네카는 운명에 순응하는 체념의 기술을 알려줍니다.


  삶의 단편들을 놓고 흐느껴봐야 무슨 소용 있겠어?

  온 삶이 눈물을 요구하는 걸. -p179

 

 네번째로, 몽테뉴를 통해 부적절한 존재들에게 위안을 줍니다. 몽테뉴는 인간의 하찮음, 평범함에 주목했습니다. 그동안 철학자들이 그렸던 이성적이고 완벽한 인간의 모습이 아닌 방귀 뀌고, 트름하는 보통의 자연적인 인간의 모습을 이야기했습니다.


 


 

 

 











 그의 <수상록> 을 사놓고 읽다가 말았는데, 다시 꺼내서 읽어보고 싶어졌습니다.


 다섯번째로, 쇼펜하우어는 사랑에 실패하고 상심한 마음을 위로해줍니다. 그는 염세주의 철학자로 유명한데요, 그런 그에게 위안을 받다니 조금 아이러니하기도 합니다. 쇼펜하우어에 대해서 알게 되어서 기뻤습니다. 어서 빨리 그의 저서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를 읽어보고 싶습니다.

 

 잠시 쇼펜하우어의 인생을 들여다보겠습니다.


 1818년 쇼펜하우어는 스스로 걸작이 될 것으로 믿은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의 집필을 끝낸다. 그 책에서 그는 자신에게 친구가 없는 것을 이렇게 설명한다. "천재성을 타고난 사람은 좀처럼 사교적이기 어려운데, 어떤 대화가 있어 그 자신의 독백만큼 지적이고 유쾌하겠는가?" -p276


 1840년 그는 하얀 암컷 푸들을 새로 한 마리 얻어 이름을 브라만의 우주령을 본따서 '아트마' 로 짓는다. 그는 대체로 동양 종교에, 그 중에서도 브라만교(그는 매일 밤 <우파니샤드> 몇 쪽을 읽는다)에 특별히 이끌린다. 그는 브라만을 '가장 고귀하고, 가장 오래된 사람들' 이라고 묘사하며, 자신의 청소부인 마가레타 슈네프가 그의 서재에 놓여 있던 불상의 먼지를 털지 말라는 자신의 지시를 무시할 때면 그녀를 해고하겠다고 협박한다. -p282


 1851년 그는 에세이와 금언을 골라 엮은 <소논문과 보충 논문>(국내에는 <쇼펜하우어의 인생론> 이라는 제목으로 분역 출간되었다.) 을 출간한다. 작가 본인도 깜짝 놀라게끔, 이 책은 뜻밖에 베스트셀러가 된다. -p284 


 쇼펜하우어는 자기 어머니의 친구인 괴테가 사랑이 안겨주는 고통의 상당 부분을 지식으로 승화시켰다는 점에서 그를 무척 존경했다. -p317

 


















 사랑에 실패하신 분들은 아래의 글을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그러나 비극적인 사랑의 이야기를 읽음으로써, 사랑을 거부당한 사람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극복한다. 그는 더 이상 혼자서만 고통받고 외로워하고 혼란을 겪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게 된다. 마침내 그는 인류사를 내려오면서 종의 번식을 위해서 애를 쓰느라 다른 인간과 사랑에 빠졌던 수많은 인간군의 일원이 되는 것이다. 그의 고통은 약간 통증이 누그러지면서 보다 이해할 수 있는 것이 되고, 개인적인 저주는 조금씩 빛을 잃게 된다. 이런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는 사람에 대해, 쇼펜하우어는 이렇게 말한다.


 "그 자신이 삶의 여정에서, 그리고 삶의 불행에서 그 사람은 이제 자신의 개인적인 운명보다는 전체로서 인류의 운명을 더 돌아볼 것이다. 따라서 그 사람은 고통받는 존재보다는 뭔가를 아는 사람(knower)으로서 행동할 것이다."


 어둠 속에서 땅을 파는 사이사이에 우리는 자신의 눈물을 지식(knowledge)으로 바꾸도록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p321


 어쩌면 저의 지식욕도 눈물을 지식으로 바꾸기 위한 욕망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지막 여섯번째는 제가 좋아하는 니체입니다. 니체는 곤경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니.체.는.. 이.렇.게.. 말.했.다.


 나와 약간이라도 인연을 맺고 있는 인간 존재들에게 나는 고통과 절망, 질병, 냉대, 경멸이 내려지기를 바란다. 나는 그 사람들이 지독한 자기경멸과 자기불신의 고문, 패배당한 자의 열등감과 동떨어져 지내지 않기를 희망한다. 


 가장 훌륭하고 가장 풍부한 결실을 남긴 사람들의 삶을 찬찬히 뜯어보면서, 그대 자신에게 악천후와 폭풍을 견디지 못하는 나무들이 앞으로 거목으로 훌쩍 자랄 수 있을지를 한번 물어보라. 불운과 외부의 저항, 어떤 종류의 혐오, 질투, 완고함, 불신, 잔혹, 탐욕, 그리고 폭력, 이런 것들이 사실은 호의적인 조건에 속하지 않는지 곰곰 따져보라. 이런 것들을 경험하지 않고는 어떠한 위대한 미덕의 성장도 좀처럼 이룰 수 없지 않은가 말이다. -p322


 곤경은 우리를 더욱 강하고 단단하게 만들어줍니다. '비온 뒤에 땅이 굳는다.' 라는 말도 있고, 니체는 "우리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우리를 강하게 만든다." 라고도 말했습니다.


  니체는 우리가 좌절에 봉착했을 때 어떤 식으로 접근하기를 원했을까? 원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심지어 우리가 그것을 갖지 않았을 때라도, 아니 결코 가질 수 없을지라도 그것을 손에 넣을 수 있다고 계속 굳게 믿으라고 가르쳤다. 달리 표현하면, 어떤 선한 것들을 손에 넣기가 무척 어렵다는 사실만으로 그것들을 모욕하고 악으로 치부하고픈 유혹에 굴하지 말라는 뜻이다. 그런 행동 방식의 가장 좋은 모델을 우리는 끝없이 비극적이었던 니체 자신의 삶에서 엿볼 수 있다. -p377


 인간의 병 중에서 가장 나쁜 병은 사람들이 자신의 병을 다스리는 방식에서 비롯되었다. 치유로 보이는 것이 결국에는 그 치유의 대상이 되었던 병보다 더 독한 무엇인가를 낳았다. 즉각적으로 효과를 나타내는 수단들, 마취와 도취, 소위 말하는 위안들은 무지하게도 치유책으로 여겨졌다. 여기에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이 간과되고 있다. 고통을 즉각 진정시키는 방법들은 그 고통을 낳은 불만을 더욱 악화시키는 대사를 치른다는 사실 말이다. -p385

 

 아! 너무나 멋진 말들입니다. 특히 마지막 문단은 여러 생각을 떠올리게 합니다. 근본적인 치료를 하지 않고 증상을 숨기는 치료는 훗날 더 큰 질병을 불러옵니다. 자신의 힘, 자생력으로 병을 물리쳐야 진정으로 질병을 물리치는 것입니다. 예를들면, 잠이 안 온다고 계속 수면제를 복용하면 훗날 더 큰 재앙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수면제는 치매의 위험도를 높입니다. 수면제는 잠이 못 드는 정신과 신체의 원인을 살피기 보다는 당장의 눈가리는 식의 치료입니다. 계속 수면제를 복용하면서 정신과 신체를 돌보지 않으면 병은 악화될 뿐입니다. 


 이 책 추천드리고 싶은 책입니다. 인기없음, 가난, 좌절, 상심, 어려움 등의 문제를 갖고 계시는 분은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철학을 통해 자신의 문제를 성찰하고 위안을 얻을 수 있습니다. 문제를 이겨내고 극복해낼 힘을 얻으실 겁니다. 니체가 당신에게 힘과 용기를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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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프리쿠키 2016-11-03 18:2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고양이라디오님 덕분에 또 책탑은
높아만 갑니다요
지름신 영접할 듯ㅎㅎㅎ

고양이라디오 2016-11-03 18:59   좋아요 2 | URL
죄송합니다ㅎ 저도 저때문에 힘듭니다. 여기 소개된 책들은 저도 꼭 읽어보고 싶은 책들입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요ㅠㅋ

책을 여러 권 사면 몇 권은 읽게 되고 몇 권은 안 읽게 되는 것 같습니다. 1~2권씩 사서 읽는게 가장 좋은 것 같습니다. 너무 지르지 마세요~ㅎㅎ

매너나린 2016-11-03 19: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쩜 이리도 자상하게 소개를 해주시는지..북프리쿠키님 말씀처럼 책욕심을 마구마구 부추켜 주시는군요^^

고양이라디오 2016-11-03 19:19   좋아요 3 | URL
칭찬감사합니다^^ 알랭 드 보통의 위안보다 매너나린님의 칭찬이 더 기분좋습니다ㅎ 좋은 책들은 욕심내셔도 괜찮지 않을까요ㅎ?

AgalmA 2016-11-04 02: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비극적인 시랑이야기로 상황을 극복하는 것도 개인차라고 할 수 있겠죠.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고 많은 젊은이들이 자살했던 걸 생각하면... 그러고보니 알랭 드 보통 사랑 소설들은 그 계보를 잇는 것이었다 하겠군요.
몽테뉴가 수상록에서 세네카를 하도 극찬해서 세네카를 읽어보고 싶긴 하던데 책탑이 줄어들지 않으니^^;;

고양이라디오 2016-11-04 09:22   좋아요 1 | URL
네 저도 그 생각했어요... 비극적인 사랑이야기도 시간이 흐른 뒤에 봐야하나봐요. 알랭 드 보통 소설도 읽어봐야겠고, 세네카의 책도 읽어보고 싶습니다. 세네카도 맘에 들었어요ㅎ

저도 책탑이 줄어들지는 않고 점점 쌓여갑니다. 그래서 요즘 도서관에서 빌리는 권수를 줄이고 있어요ㅠ 왜 산 책보다 도서관에서 빌린 책이 더 잼있을까요?ㅎㅎㅎ

AgalmA 2016-11-04 09:43   좋아요 1 | URL
맞아요ㅎㅎ 도서관에서 빌려 읽고 너무 좋아 사면 그 책이 시들해서 괜히 샀나 할 때도 있어서^^;;
요즘은 도서관에서도 바로 읽을 책만 빌려요. 무리하게 빌려서 다 못 읽고 반납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책 여러 권 샀다가 안 읽고 미뤄두는 책이 생기는 것과 비슷한 상황ㅎ

고양이라디오 2016-11-04 09:51   좋아요 1 | URL
과유불급이라고 빌릴 때나 살때나 딱 읽을 책만 빌리거나 사면 좋을텐데요ㅠ 욕심이 많아서 그게 잘 안됩니다ㅎ
어제도 중고등록 해놓은 책이 하나 떠서 다른 책들도 함께... 사버렸어요ㅠㅋ

AgalmA 2016-11-04 10:08   좋아요 1 | URL
알라딘 중고도서는 정말 치명적이죠ㅎ;; 읽고 싶었던 책 알람을 받고 안 사긴 참 어려우니... 그저께 샀는데 오늘도 사야 하나ㅜㅜ 갈등하다가 누군가 잽싸게 채어가면 운명이야...하며 안도의 한숨을 쉴 때도ㅎㅎ;;

고양이라디오 2016-11-04 12:35   좋아요 1 | URL
맞아요... 알라딘 중고도서 너무 치명적입니다. 안 사면 금방 없어져버려요ㅠ 홈쇼핑 시간제한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마음이 이랬었겠군요ㅠ

머피의 법칙처럼 꼭 사고 싶었던 중고도서는 책 구입 후 몇일 후에 알람이 뜹니다. 책 사고 이틀 후에 중고도서 때문에 또 책 권을 샀어요ㅠㅋㅋ

sb 2016-11-29 13: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리뷰 잘 읽었습니다~^^

고양이라디오 2016-11-29 15:59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