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8.10.17.


《목욕탕에서 첨벙첨벙》

 마쓰타니 미요코 글·이와사키 치히로 그림, 프로메테우스출판사, 2007.4.30.



물에서 첨벙거리며 놀면 왜 이리 재미날까요? 어른이 되었대서 첨벙질을 하지 말란 법이란 없습니다. 물놀이터에서든 바다에서든 냇물에서든 첨벙첨벙 헤엄을 치든 물장구를 치든 저절로 신납니다. 그림책 《목욕탕에서 첨벙첨벙》은 몇 마디 말을 살짝 곁들여 ‘씻기놀이’를 들려줍니다. 씻어야 몸에 좋다는 말을 하지 않습니다. 잊지 말고 씻자는 말도 하지 않습니다. 그저 첨벙첨벙 놀면 재미있다고, 첨벙놀이를 혼자 하기보다 물놀이벗을 찾아서 함께 하자고 이야기해요. 부드러운 몇 마디는 상냥한 목소리요, 따스한 그림 몇 칸은 즐거운 노래입니다. 아기라면 이 그림책을 보다가 얼른 씻자며 옷을 몽땅 벗어던지고 씻는방으로 달려가겠지요. 어릴 적부터 첨벙놀이를 누리며 씻던 버릇이 몸에 배다 보면 어느새 이 즐거운 손길로 어른이 될 테고, 새롭게 어버이가 될 즈음 제 아이한테도 상냥하면서 즐겁게 씻기놀이를 물려줄 만하지 싶습니다. 삶은 놀이입니다. 배움도 놀이입니다. 놀면서 살고, 놀면서 배워요. 살면서 놀고, 살면서 배우지요. 놀면서 배우고, 배우면서 살아갑니다. 아이들이 하루하루 자라는 걸음결이란, 날마다 새롭게 놀고 웃고 노래하고 뛰고 달리면서 튼튼히 배우는 너른마당입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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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10.18.


《내 사랑 모드》

 랜스 울러버 글/박상현 옮김, 남해의봄날, 2018.9.15.



인천 율목도서관으로 마실을 간다. ‘사랑스러운 인천 골목길 이야기’를 들려주는 자리를 마련했다. 곁님하고 아이들은 배다리 아벨서점 책지기님하고 이야기를 하고, 나 혼자 율목도서관으로 가서 ‘오래되며 새로운 숨결이 흐르는 골목이라는 마을에서 즐겁게 이웃이랑 어깨동무하는 살림에서 피어나는 사랑’으로 사진이랑 글을 길어올릴 수 있다는 이야기를 편다. 이에 앞서 배다리 〈나비 날다〉에 들러 《내 사랑 모드》를 장만했고, 밤에 잠자리에 들기 앞서 읽는데 몇 가지로 놀란다. 첫째 투박한 그림이 따스해서 놀라고, 이 투박하면서 따스한 그림을 알아볼 생각이 없던 글쓴이한테 놀라며, 책꼴이나 줄거리는 좋은데 번역이 매우 엉성해서 놀란다. 곁님이 나한테 늘 하는 말, 그렇게 번역이 엉성한 줄 이제는 잘 알 텐데 왜 한글로 된 책만 읽으려 하느냐고, 영어나 일본말로 된 책을 읽으라고, 하는 말을 떠올린다. 곁님 말은 참으로 옳다. 홀가분하자면 영어책을 읽으면 된다. 더구나 요새는 아마존으로 손쉽게 영어책을 살 수 있다. 그렇지만 아직 한글책을 못 놓은 핑계라면, 내가 한국이란 나라에서 태어나 한국말을 쓰는 터라, 한국말하고 한글을 쓰는 이웃이 있기 때문이지.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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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에 미래그림책 41
유리 슐레비츠 지음, 양녕자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6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그림책시렁 34


《월요일 아침에》

 유리 슐레비츠

 양녕자 옮김

 미래아이

 2006.3.24.



  토요일 새벽에 서울 강남 청담동에서 잠을 깹니다. 이웃님이 청담동에 길손집 한 곳을 알아봐 주었어요. 아직 캄캄한 하늘이면서 자동차가 끝없이 달리고, 냇가 곁으로 아파트가 높이 솟은 마을을 바라봅니다. 서울이라는 곳에서 토요일 아침은 어떤 하루일까요? 일요일이나 월요일은 얼마나 다를까요? 화요일이나 수요일이라서 다른 결이나 이야기가 흐를까요? 또는 늘 같은 쳇바퀴일까요? 《월요일 아침에》를 읽으면 요일마다 어느 아이를 찾아가는 사람들 발길이 다릅니다. 하루하루 더 긴 발길이 됩니다. 드디어 일요일에 아이랑 여러 사람들이 마주하는데, 그냥 얼굴을 보러 왔다면서 너스레를 떨어요. 마실이란 이와 같겠지요. 대단한 얘기를 하려고 마실을 하지는 않습니다.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아도 마실길이 즐겁습니다. 우리 하루는 어떠할까요? 우리 하루는 얼마나 대단하거나 놀랍다 싶은 이야기가 꽃처럼 피어나는 아침일까요? 그림책 끝자락을 보면 아이가 혼자 카드놀이를 하다가 마음으로 손님놀이랑 마실놀이를 그렸구나 싶은데요, 눈앞에서 벌어지는 하루가 아무리 고단하거나 따분해도 마음으로 새길을 지으면, 이 새길대로 하루가 달라집니다. 마음으로 새길을 짓지 않으면 앞으로 어떤 길도 새로 나타나지 못해요.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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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10.16.


《그냥 그렇다는 말이다》

 남양주 아이들, 삶말, 2018.8.5.



동시집 읽기 셋쨋날. 오늘은 남양주 어린이가 쓴 글을 모은 《그냥 그렇다는 말이다》를 읽는다. 제주하고 울산 어린이가 쓴 글에 대어 보지 않아도 된다만, 저절로 앞선 두 권하고 남양주 어린이 글하고 대 보고 만다. 제주 초등교사하고 울산 초등교사도 무척 애쓰셨다고 느낀다. 그러지 않고서야 제주 어린이 동시집이나 울산 어린이 동시집이 태어날 수 없다. 아프거나 괴로운 이야기라 하더라도 이를 찬찬히 털어놓을 수 있는 글을 쓰도록 했으니 두 고장 교사가 얼마나 마음을 기울여 아이들을 사랑으로 보듬으려 했는가를 엿볼 수 있다. 그러면 남양주 초등교사는 어떤 손길을 뻗었을까? 남양주 어린이가 쓴 동시로만 본다면, 남양주 초등교사는 이 아이들한테 더 크거나 너른 손길이 아닐는지 몰라도, 매우 부드러우면서 느긋한 손길이었구나 싶다. 남양주 어린이가 쓴 글은 참 느긋하고 넉넉하다. 학교 공부라든지 학원 공부 짐보다는, 스스로 무엇을 보고 무엇을 생각하며 어떤 길을 스스로 걸어가서 어떤 마음으로 받아들이면 좋을까 하고 여기면서 글을 여미었구나 싶다. 참으로 그렇다. 같은 교과서를 쓰더라도 ‘교과서를 쥔 손하고 눈’에 따라 다 다른 이야기가 흐르면서 다 다른 사랑으로 가르칠 줄 아는 마음이 된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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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10.15.


《민들레는 암만 봐도 예뻐》

 울산 아이들, 삶말, 2018.3.10.



어제는 제주 어린이 동시를 읽었고 오늘은 울산 어린이 동시를 읽는다. 울산 어린이 동시를 가만가만 읊어 보는데, 아이고 속이 쓰리다. 울산 어린이가 쓰는 글마다 울산이라는 터전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이야기가 눈앞에 그림으로 확확 떠오른다. 바깥에서 돈 버는 일만 하느라 기운이 다 빠져서 집에서는 아무 일을 안 할 뿐 아니라, 아이들하고 하나도 안 노는 아버지 이야기가 퍽 자주 흐른다. 그렇구나. 요즈음 어린이를 낳아 초등학교에 보낸 어버이라면, 나보다 훨씬 젊은 나이일 텐데, 이 젊은 아버지가 이런 모습으로 아이를 마주하는구나. 이 나라는 아직 한참 멀었을까? 《민들레는 암만 봐도 예뻐》에 흐르는 울산 어린이 넋과 삶과 말을 들여다보는 동안 가슴을 찌릿찌릿 울리는 이야기는 좀처럼 못 만나지만, 가슴이 찌릿찌릿 아픈 이야기는 자꾸자꾸 나온다. 생각해 본다. 아이다운 숨결을 고이 피어내는 동시도 아름답고, 아이다운 숨결을 자꾸 잃어버려야 하는 생채기를 그대로 드러내는 동시도 아름답다. 이 울산 어린이가 앞으로 자라서 울산 어른으로, 새 울산 어버이 자리에 설 무렵에는 집과 마을과 학교에서 서로 상냥하면서 즐겁고 아름다운 노래가 흐르는 하루로 거듭날 수 있기를 빌어 본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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