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한 폭의


 한 폭의 동양화 → 동양화 한 폭

 한 폭의 수채화 같은 → 마치 수채화 같은


  ‘폭(幅)’은 “1. = 너비 2. 자체 안에 포괄하는 범위 3. 하나로 연결하려고 같은 길이로 나누어 놓은 종이, 널, 천 따위의 조각 4. 하나로 연결하려고 같은 길이로 나누어 놓은 종이”를 가리킨다고 합니다. 길이를 잴 적에는 ‘너비’로 쓰면 되고, 천이나 종이를 살필 적에는 ‘조각’이나 ‘자락’으로 쓰면 돼요. 그리고 “그림 한 폭”이나 “그림 두 폭”처럼 쓸 수 있을 테지요.


  흔히 쓰이는 말투 “한 폭의 그림 같다”를 헤아리면 “아름답게 그린 그림과 같다”이지 싶습니다. 단출히 손보자면 “그림 한 폭 같다”처럼 쓸 만합니다. 여기에서 생각을 펼쳐 본다면 “그림처럼 아름답다”라든지 “그림같이 아름답다”처럼 말할 만해요. 더 단출하게 “아름다웠다”나 “곱다”나 “멋지다”나 “훌륭하다”처럼 말할 수 있고요. 2016.7.3.해.ㅅㄴㄹ



나무들은 한 폭의 그림처럼 둘러서서 아무 행동도 하지 못하고 참고 있었다

→ 나무들은 마치 그림처럼 둘러서서 아무 짓도 하지 못하고 참았다

→ 나무들은 그저 그림처럼 둘러서서 아무 짓도 하지 못하고 참기만 했다

《윌리엄 스타이그/서애경 옮김-도미니크》(아이세움,2003) 187쪽


한 폭의 그림 같았다

→ 그림 한 폭 같았다

→ 그림과 같았다

→ 그림 같았다

→ 그림같이 아름다웠다

→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 그림을 보듯 아름다웠다

→ 그림으로 그려지듯 아름다웠다

→ 아름다운 그림과 같았다

→ 아름다운 그림이라고 느꼈다

→ 아름다웠다

《이하영-열다섯 살 하영이의 스웨덴 학교 이야기》(양철북,2008) 146쪽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이 만들어졌다

→ 아름다운 그림 한 폭이 나왔다

→ 아름다운 그림을 이루었다

→ 아름다운 그림을 빚었다

→ 아름다운 그림을 지었다

《얀 아르튀스 베르트랑/편집부 옮김-하늘에서 본 한국》(새물결) 332쪽


창문을 열면 한 폭의 들판이 풍경화가 되던 집

→ 창문을 열면 한 폭 들판이 풍경화가 되던 집

→ 창문을 열면 들판이 마치 풍경그림이 되던 집

《여림-비 고인 하늘을 밟고 가는 길》(최측의농간,2016) 29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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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행여 幸-


 행여 도움이 될까 → 어쩌면 도움이 될까 / 그래도 도움이 될까

 행여 돌아올까 → 어쩌면 돌아올까 / 설마 돌아올까

 행여 감기 들까 → 어떠면 감기 들까 / 이러다가 감기 들까

 행여 기회를 놓칠까 → 어쩌면 기회를 놓칠까 / 자칫 기회를 놓칠까

 행여 남이 볼까 → 어쩌다 남이 볼까 / 자칫 남이 볼까


  ‘행여(幸-)’는 “어쩌다가 혹시”를 뜻한다고 합니다. ‘혹시(或是)’는 “1. 그러할 리는 없지만 만일에 2. 어쩌다가 우연히 3. 짐작대로 어쩌면”을 뜻한다고 해요. 그러니 한국말사전 뜻풀이는 겹말입니다. ‘어쩌다가’나 ‘어쩌면’을 뜻하는 ‘혹시’라는 한자말을 빌어서 ‘행여’를 “어쩌다가 혹시”로 풀이한다면 “어쩌다가 어쩌다가”로 풀이한 셈이기 때문입니다. ‘행여’이든 ‘혹시’이든 손쉽게 ‘어쩌다가’나 ‘어쩌다’나 ‘어쩌면’으로 손질하면 됩니다. 2016.7.3.해.ㅅㄴㄹ



행여나 그 토끼들이 돌아올까 싶어

→ 어쩌면 그 토끼들이 돌아올까 싶어

→ 앞으로 그 토끼들이 돌아올까 싶어

→ 설마 그 토끼들이 돌아올까 싶어

《마저리 윌리엄즈/이옥주 옮김-인형의 꿈》(비룡소,1998) 29쪽


행여 끝나지 않을까

→ 어쩌면 끝나지 않을까

→ 설마 끝나지 않을까

→ 이제 끝나지 않을까

《김진-밀라노…11월 1》(허브,2004)  131쪽


행여 누가 뒤쫓아 오기라도 하는 것처럼

→ 설마 누가 뒤쫓아 오기라도 하는듯이

→ 마치 누가 뒤쫓아 오기라도 하는듯이

《카롤린 필립스/전은경 옮김-커피우유와 소보로빵》(푸른숲주니어,2006) 51쪽


행여 농사꾼 흉내 같은 건 내지 마라

→ 짐짓 농사꾼 흉내 따위는 내지 마라

→ 앞으로 농사꾼 흉내는 내지 마라

→ 이제 농사꾼 흉내는 내지 마라

《오제 아키라/최윤정 옮김-나츠코의 술 9》(학산문화사,2011) 43쪽


행여 셔터소리가 연주가를 방해할까 봐

→ 자칫 셔터소리가 연주가를 헤살할까 봐

→ 어쩌다 셔터소리가 연주가를 성가시게 할까 봐

《이은주-인연의 향기》(오픈하우스,2012) 81쪽


그러다 행여 지나는 사람이

→ 그러다 문득 지나는 사람이

→ 그러다 어쩌다 지나는 사람이

《여림-비 고인 하늘을 밟고 가는 길》(최측의농간,2016) 78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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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말 손질 403 : 속요량으로 헤아려



속요량으로 헤아려

→ 속으로 헤아려

→ 속셈을 해


요량(料量) : 앞일을 잘 헤아려 생각함

속요량(-料量) : 앞일에 대하여 마음속으로 생각하여 헤아림



  ‘요량’이든 ‘속요량’이든 ‘헤아림’을 가리킵니다. 그런데 한국말사전을 보면 두 낱말을 “헤아려 생각함”으로 풀이하는군요. 이 풀이는 겹말입니다. ‘헤아리다’나 ‘생각하다’는 모두 같은 뜻을 나타내니까요. 이 글월에서 글쓴이가 ‘속요량’이라는 낱말을 쓰고 싶다면 “속요량을 해 보았다”처럼 써야 올바릅니다. 굳이 ‘요량’ 같은 한자말을 안 써도 된다면 “속으로 헤아려”나 “속셈을 해”처럼 쓰면 돼요. ‘셈’은 ‘헤아림’하고 같은 낱말입니다. ‘세다’와 ‘헤다’는 말밑이 같아요. 2016.7.3.해.ㅅㄴㄹ



슬그머니 속요량으로 헤아려 보았었다

→ 슬그머니 속으로 헤아려 보았다

→ 슬그머니 속셈을 해 보았다

《여림-비 고인 하늘을 밟고 가는 길》(최측의농간,2016) 59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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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227] 손낯


  “손 좀 씻으렴” 하고 말할 적에 손만 씻는 사람이 있고, 손이랑 낯을 함께 씻는 사람이 있어요. “낯을 씻으렴” 하고 말할 적에 낯만 씻는 사람이 있으며, 낯이랑 손을 나란히 씻는 사람이 있어요. “손 씻고 밥을 먹자” 하고 말할 적에는 손만 씻자는 뜻일 수 있지만, 손하고 낯을 깨끗이 씻자는 뜻일 수 있어요. ‘손씻기’나 ‘낯씻기’는 손이나 낯을 씻는 일이나 손낯을 씻는 일을 가리켜요. ‘발씻기’라면 따로 발을 씻는 일을 가리키기도 하고, ‘몸씻기’라면 몸을 씻는 일을 나타내기도 해요. ‘손낯씻기’처럼 ‘손낯’이라는 낱말을 지어 본다면, 이때에는 손하고 낯을 모두 씻자고 하는 뜻을 또렷하게 드러낼 테지요. 이 얼거리처럼 ‘손발씻기’처럼 말할 수 있을 테고요. 2016.6.7.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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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 없애야 말 된다

 호의적


 호의적 반응 → 좋은 반응 / 반가운 반응

 호의적 태도 → 좋은 몸짓 / 좋아하는 몸짓

 호의적으로 대하다 → 좋게 마주하다 / 반가이 맞다


  ‘호의적(好意的)’은 “좋게 생각해 주는”을 뜻한다고 해요. 곧 이러한 말뜻처럼 “좋게 생각하는”이나 “좋게 보는”이나 “좋게 여기는”으로 손보면 됩니다. 좋게 본다고 할 적에는 ‘반긴다’고 할 만해요. ‘좋아한다’고 할 수 있어요. ‘내키다’ 같은 낱말도 어울리는데, “호의적이지 않다”라면 “못마땅히 여긴다”처럼 손보아도 잘 어울립니다. 2016.7.2.흙.ㅅㄴㄹ



비교적 호의적으로 보고 있는 사람들

→ 퍽 좋게 보는 사람들

→ 꽤 괜찮다고 생각해 주는 사람들

《호리 신이치로/김은산 옮김-키노쿠니 어린이 마을》(민들레,2001) 22쪽


산에 있는 모든 것이 호의적이지는 않았다

→ 산에 있는 모든 것이 좋아해 주지는 않았다

→ 산에 있는 모든 것이 반기지는 않았다

→ 산에 있는 모든 것이 즐거워하지는 않았다

→ 산에 있는 모든 것이 내켜해 하지는 않았다

→ 산에 있는 모든 것이 아름답지는 않았다

《에드워드 사이덴스티커/권영주 옮김-나는 어떻게 번역가가 되었는가》(씨앗을뿌리는사람,2004) 22쪽


치과의사는 불소에 대해서는 대부분 호의적인 편이다

→ 치과의사는 거의 다 불소를 좋게 생각한다

→ 치과의사는 거의 모두 불소를 좋게 본다

→ 치과의사는 으레 불소를 좋은 쪽으로 여긴다

《정인자-홈메이드 천연 치약》(넥서스북스,2012) 13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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