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무명의


 무수한 무명의 의인들 → 숱한 이름 모를 의인들 / 숱한 들꽃 같은 의인들

 무명의 작곡가 → 안 알려진 작곡가 / 덜 알려진 작곡가 / 새내기 작곡가

 무명의 헌신 → 소리 없는 헌신 / 조용한 도움 / 수수한 도움

 무명의 청년 → 이름 안 난 젊은이 / 흔한 젊은이 / 수수한 젊은이


  ‘무명(無名)’은 “1. 이름이 없거나 이름을 모름 2.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지 않음”을 뜻한다고 합니다. 그러니 “이름 없는”이나 “이름 모를”이나 “이름 안 난·이름이 안 알려진”처럼 알맞게 갈라서 쓸 적에 한결 나으리라 느낍니다.


  이름이 그리 알려지지 않았다면 ‘수수한’이나 ‘흔한’이나 ‘여느’ 같은 말마디를 쓸 만합니다. 때로는 “들꽃 같은”이나 “들풀 같은” 같은 말이 어울립니다. 어느 자리에는 ‘새내기’나 ‘풋내기’가 어울릴 테고요. 2016.7.4.달.ㅅㄴㄹ



수많은 무명의 사람들

→ 이름 없는 수많은 사람들

→ 들풀 같은 수많은 사람들

→ 수많은 여느 사람들

→ 수수한 수많은 사람들

《가지무라 히데키/이현무 옮김-한국사입문》(백산서당,1985) 121쪽


무명(無名)의 구체적이고 살아 있는 성찰인 것이다

→ 이름 없는 이들이 온몸으로 부대낀 살아 숨쉬는 깨달음이다

→ 들풀 같은 사람들이 온몸으로 살면서 얻은 깨달음이다

→ 수수한 사람들이 삶으로 누리면서 얻은 깨달음이다

《레오나르도 보프/김수복 옮김-해방신학 입문》(한마당,1987) 26쪽


무명의 버나드 쇼

→ 풋내기 버나드 쇼

→ 새내기 버나드 쇼

→ 아직 덜 알려진 버나드 쇼

→ 아직 이름이 안 난 버나드 쇼

《김정란-말의 귀환》(개마고원,2001) 168쪽


그 구절은 무명의 깊은 바닷속에 침몰한 채 영영 물 밖으로 떠오르지 못한다

→ 그 글월은 이름 없이 깊은 바닷속에 잠긴 채 끝내 물 밖으로 떠오르지 못한다

→ 그 대목은 조용히 깊은 바닷속에 처박힌 채 그예 물 밖으로 떠오르지 못한다

→ 그 글은 말없이 깊은 바닷속에 가라앉은 채 다시 물 밖으로 떠오르지 못한다

《폴 콜린스/홍한별 옮김-식스펜스 하우스》(양철북,2011) 270쪽


하늘빛이 된 무명의 사람들

→ 하늘빛이 된 이름 없는 사람들

→ 하늘빛이 된 수수한 사람들

→ 하늘빛이 된 들꽃 같은 사람들

《곽효환-슬픔의 뼈대》(문학과지성사,2014) 33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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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 없애야 말 된다

 형이상학적


 형이상학적 개념 → 철학 개념 / 마음으로 그리는 개념 / 생각

 형이상학적인 것 → 형태가 없는 것 / 눈으로 볼 수 없는 것

 형이상학적인 논의 → 철학 논의 / 생각 나누기

 형이상학적인 사진 → 마음을 그린 사진 / 생각을 빚은 사진


  ‘형이상학적(形而上學的)’은 “형이상학에 관련되거나 바탕을 둔”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형이하학(形而下學)’은 “형체를 갖추고 있는 사물을 연구하는 학문. 주로 자연 과학을 이른다”고 하고, ‘형이상학(形而上學)’은 “사물의 본질, 존재의 근본 원리를 사유나 직관에 의하여 탐구하는 학문”이라고 합니다. 영어로는 ‘metaphysical’이라 하는데, 영어사전은 “형이상학의, 순정[순수] 철학의; 철학적인”으로 풀이합니다.


  이를 쉽게 간추린다면 ‘형이상학적·형이상학’은 “눈에 안 보이는” 어떤 것을 가리키는 자리에서 쓰고, “생각으로 그리거나 나타내는” 어떤 것을 다루는 자리에서 씁니다. 흔히 ‘철학’이라고 하는 것을 따로 ‘형이상학적·형이상학’이라는 말마디로 다시 이야기하는 셈이라고도 할 만합니다.


  이러한 한자말을 꼭 써야 학문이 된다면 이러한 한자말을 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한자말이 아니어도 학문을 가꿀 수 있다면 ‘생각’을 북돋울 수 있습니다. ‘마음으로 지은’ 이야기요 ‘생각으로 나누는’ 이야기입니다. 2016.7.4.달.ㅅㄴㄹ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형이상학적 명제로 가장 잘 알려져 있을

→ ‘나는 생각한다. 그래서 여기 있다’라는 철학 명제로 가장 잘 알려졌을

→ ‘나는 생각한다. 그러니 여기 있다’라는 뜻있는 말로 가장 잘 알려졌을

《케네스 리브레히트/양억관 옮김-눈송이의 비밀》(나무심는사람,2003) 32쪽


그것이 형이하학적인 길이든 형이상학적인 길이든 말이다

→ 이 길이 눈에 보이는 길이든 안 보이는 길이든 말이다

→ 이 길이 이런 길이든 저런 길이든 말이다

《이지누-절터, 그 아름다운 만행》(호미,2006) 26쪽


그 전적인 타인 둘이 팔에 안긴다면, 형이상학적 의문은 절로 풀리게 된다

→ 그 아주 다른 두 사람이 팔에 안긴다면, 아리송한 수수께끼는 절로 풀린다

→ 그 매우 다른 두 아이가 팔에 안긴다면, 어렴풋한 궁금함은 절로 풀린다

→ 그 참으로 다른 두 아이가 팔에 안긴다면, 알쏭하던 대목은 절로 풀린다

《바버라 에런라이크/전미영 옮김-신을 찾아서》(부키,2015) 262쪽


이 결론은 형이상학적인 명제가 아니다

→ 이 마무리는 어려운 철학 명제가 아니다

→ 이 맺음말은 아리송한 이야기가 아니다

→ 이 끝말은 뜬구름 잡는 말이 아니다

《조 디스펜자/추미란 옮김-당신이 플라시보다》(샨티,2016) 13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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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말 손질 404 : 울울창창 우거진



울울창창 초록만 우거진 거대한 협곡

→ 빽빽하게 풀빛만 우거진 커다란 골

→ 풀빛만 우거진 커다란 골짜기


울울창창(鬱鬱蒼蒼)하다 : 큰 나무들이 아주 빽빽하고 푸르게 우거져 있다

우거지다 : 풀, 나무 따위가 자라서 무성해지다

무성(茂盛)하다 : 풀이나 나무 따위가 자라서 우거져 있다



  ‘울울창창’은 “아주 우거진” 모습을 가리킵니다. 한국말사전을 살피면 한국말 ‘우거지다’를 한자말 ‘무성하다’를 빌어 풀이하는데, 한자말 ‘무성하다’는 다시 한국말 ‘우거지다’를 빌어 풀이하지요. 오락가락합니다. 더구나 ‘울울창창’이 ‘우거진’ 모습을 가리키니 이래저래 뒤죽박죽입니다. ‘울울창창’이라는 한자말을 쓰고 싶다면 이 글월에서 ‘우거진’을 덜어야 합니다. 두 낱말을 함께 쓸 수 없습니다. 이밖에 이 글월을 보면 “거대한 협곡”이라는 대목이 있는데, ‘협곡(峽谷)’은 “좁은 골짜기”를 가리켜요. 좁은 골짜기가 ‘거대’하다고 하는 말은 어쩐지 안 어울립니다. “커다랗게 좁은 골짜기”란 무엇일까요? 2016.7.4.달.ㅅㄴㄹ



꽃은 지고 울울창창 초록만 우거진 거대한 협곡 아스라한 절벽

→ 꽃은 지고 풀빛만 짙게 우거진 크고 거친 골짜기 아스라한 벼랑

→ 꽃은 지고 풀빛만 빽빽하게 우거진 큰골 아스라한 벼랑

→ 꽃은 지고 풀빛만 몹시 우거진 큰골 아스라한 벼랑

《곽효환-슬픔의 뼈대》(문학과지성사,2014) 89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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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평평/편평 平平/扁平


 땅을 평평하게 다지다 → 땅을 고르게 다지다

 바위가 평평하다 → 바위가 판판하다

 바닥은 평평했다 → 바닥은 반반했다

 편평한 들판이 나왔다 → 넓고 고른 들판이 나왔다


  ‘평평(平平)하다’는 “1. 바닥이 고르고 판판하다 2. 예사롭고 평범하다”를 뜻한다고 해요. 이와 비슷하게 ‘편평(扁平)하다’는 “넓고 평평하다”를 뜻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평평하다 = 고르다’나 ‘평평하다 = 판판하다’인 셈이고, ‘편평하다’도 ‘고르다’나 ‘판판하다’로 손볼 만하지 싶습니다. 그런데 한국말 ‘고르다’는 “여럿이 다 높낮이, 크기, 양 따위의 차이가 없이 한결같다”를 뜻한다 하고, ‘판판하다’는 “물건의 표면이 높낮이가 없이 평평하고 너르다”를 뜻한다고 합니다. 이 뜻풀이를 살피면 ‘판판하다 = 평평하다 + 너르다’인 셈이니, 이는 ‘편평하다’하고 뜻이 같아요. 얄궂게 돌림풀이가 되기도 합니다만, 한국말로 ‘고르다’나 ‘판판하다’를 쓰면 넉넉하다는 소리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판판하다 < 펀펀하다’처럼 쓰고, ‘판판하다 > 반반하다’처럼 쓰며, ‘반반하다 < 번번하다’처럼 씁니다. 느낌과 결을 살펴서 여러모로 알맞게 쓸 수 있습니다. 2016.7.3.해.ㅅㄴㄹ



작고 평평한 결정

→ 작고 판판한 결정

→ 작고 반반한 결정

→ 작고 고른 결정

《케네스 리브레히트/양억관 옮김-눈송이의 비밀》(나무심는사람,2003) 41쪽


그런 다음, 땅을 평평하게 갈았어

→ 그런 다음, 땅을 판판하게 갈았어

→ 그런 다음, 땅을 반반하게 갈았어

→ 그런 다음, 땅을 고르게 갈았어

《우치다 리사코/고향옥 옮김-빵을 훔친 꼬마 악마》(비룡소,2014) 14쪽


아주 평평한 경우

→ 아주 고를 때에

→ 아주 판판할 적에

→ 아주 판판하면

→ 아주 반반하면

《얀 리고/이충호 옮김-바다가 아파요》(두레아이들,2015) 35쪽


편평한 곳에서 자전거를 탈 때는

→ 반반한 곳에서 자전거를 탈 때는

→ 판판한 곳에서 자전거를 탈 때는

《라파엘 로젠/김성훈 옮김-세상을 움직이는 수학 개념 100》(반니,2016) 42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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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한 폭의


 한 폭의 동양화 → 동양화 한 폭

 한 폭의 수채화 같은 → 마치 수채화 같은


  ‘폭(幅)’은 “1. = 너비 2. 자체 안에 포괄하는 범위 3. 하나로 연결하려고 같은 길이로 나누어 놓은 종이, 널, 천 따위의 조각 4. 하나로 연결하려고 같은 길이로 나누어 놓은 종이”를 가리킨다고 합니다. 길이를 잴 적에는 ‘너비’로 쓰면 되고, 천이나 종이를 살필 적에는 ‘조각’이나 ‘자락’으로 쓰면 돼요. 그리고 “그림 한 폭”이나 “그림 두 폭”처럼 쓸 수 있을 테지요.


  흔히 쓰이는 말투 “한 폭의 그림 같다”를 헤아리면 “아름답게 그린 그림과 같다”이지 싶습니다. 단출히 손보자면 “그림 한 폭 같다”처럼 쓸 만합니다. 여기에서 생각을 펼쳐 본다면 “그림처럼 아름답다”라든지 “그림같이 아름답다”처럼 말할 만해요. 더 단출하게 “아름다웠다”나 “곱다”나 “멋지다”나 “훌륭하다”처럼 말할 수 있고요. 2016.7.3.해.ㅅㄴㄹ



나무들은 한 폭의 그림처럼 둘러서서 아무 행동도 하지 못하고 참고 있었다

→ 나무들은 마치 그림처럼 둘러서서 아무 짓도 하지 못하고 참았다

→ 나무들은 그저 그림처럼 둘러서서 아무 짓도 하지 못하고 참기만 했다

《윌리엄 스타이그/서애경 옮김-도미니크》(아이세움,2003) 187쪽


한 폭의 그림 같았다

→ 그림 한 폭 같았다

→ 그림과 같았다

→ 그림 같았다

→ 그림같이 아름다웠다

→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 그림을 보듯 아름다웠다

→ 그림으로 그려지듯 아름다웠다

→ 아름다운 그림과 같았다

→ 아름다운 그림이라고 느꼈다

→ 아름다웠다

《이하영-열다섯 살 하영이의 스웨덴 학교 이야기》(양철북,2008) 146쪽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이 만들어졌다

→ 아름다운 그림 한 폭이 나왔다

→ 아름다운 그림을 이루었다

→ 아름다운 그림을 빚었다

→ 아름다운 그림을 지었다

《얀 아르튀스 베르트랑/편집부 옮김-하늘에서 본 한국》(새물결) 332쪽


창문을 열면 한 폭의 들판이 풍경화가 되던 집

→ 창문을 열면 한 폭 들판이 풍경화가 되던 집

→ 창문을 열면 들판이 마치 풍경그림이 되던 집

《여림-비 고인 하늘을 밟고 가는 길》(최측의농간,2016) 29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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