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나중의


 나중의 가치에 대하여 → 이다음 가치를 놓고 / 나중 가치와 얽혀

 나중의 노래를 들으면 → 나중 노래를 들으면 / 나중에 흐르는 노래를 들으면

 나중의 승리 → 마지막 승리 / 나중에 이김

 나중의 일이었다 → 나중 일이었다 / 나중이었다


  ‘이다음’이나 ‘뒤’나 ‘끝’을 가리키는 자리에 쓰는 한국말 ‘나중’에는 ‘-의’를 붙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영어사전을 살피면 ‘after’를 풀이하면서 “[형용사] 뒤의, 나중의”처럼 적기도 해요. 한국말사전에서도 ‘나중’을 “1. 얼마의 시간이 지난 뒤 2. 다른 일을 먼저 한 뒤의 차례 3. 순서상이나 시간상의 맨 끝”처럼 풀이하면서 ‘-의’를 자꾸 붙입니다. 이 말풀이는 “얼마쯤 시간이 지난 뒤”나 “다른 일을 먼저 한 뒤에 오는 차례”나 “순서나 시간에서 맨 끝”으로 손질해 주어야지 싶습니다. 2016.2.26.쇠.ㅅㄴㄹ



곡소리들을 개발한 것은 나중의 일이었다

→ 곡소리들은 나중에야 지었다

→ 곡소리들은 나중에 가서야 지었다

→ 곡소리들을 지은 때는 나중이었다

《자케스 음다/윤철희 옮김-곡쟁이 톨로키》(검둥소,2008) 182쪽


맨 나중의 문제였다

→ 맨 나중 문제였다

→ 맨 나중이었다

→ 맨 나중에 따질 일이었다

→ 맨 나중에 생각할 일이었다

《그레그 마리노비치·주앙 실바/김성민 옮김-뱅뱅클럽》(월간사진,2013) 233쪽


‘링과 불가리스’라는 말을 쓴 것은 나중의 일이다

→ ‘링과 불가리스’라는 말을 쓴 때는 나중이다

→ ‘링과 불가리스’라는 말은 나중에 썼다

→ ‘링과 불가리스’라는 말은 나중에 이르러 썼다

→ ‘링과 불가리스’라는 말은 나중에서야 썼다

《이반 일리치/노승영 옮김-그림자 노동》(사월의책,2015) 107쪽


(최종규/숲노래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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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납득 納得


 납득이 가도록 설득하다 → 알 수 있도록 설득하다

 납득이 안 가는 행동을 한다 → 알 수 없는 몸짓을 한다

 누구에게나 납득될 수 있도록 → 누구한테나 알아들을 수 있도록

 아무래도 납득되지 않는다는 → 아무래도 알 수 없다는

 만인이 납득할 만한 → 누구나 알아들을 만한


  ‘납득(納得)’은 “다른 사람의 말이나 행동, 형편 따위를 잘 알아서 긍정하고 이해함. ‘이해’로 순화”를 뜻한다고 해요. ‘이해(理解)’는 “1. 사리를 분별하여 해석함 2. 깨달아 앎. 또는 잘 알아서 받아들임”을 뜻한다고 합니다. ‘긍정(肯定)’은 “그러하다고 생각하여 옳다고 인정함”을 뜻한다고 하며, ‘인정(認定)’은 “확실히 그렇다고 여김”을 뜻한다고 해요. 그러니 ‘납득’은 “잘 알아서 그러하다고 생각하여 그렇다고 여겨 잘 알아서 받아들임”을 가리키는 셈입니다. 여러모로 말이 안 되는 풀이입니다. 다만, ‘알다’나 ‘받아들이다’나 ‘알아듣다’를 가리키는 줄 헤아릴 만합니다. 2016.2.26.쇠.ㅅㄴㄹ



왜 그래야 하는지 납득할 수 없었지만

→ 왜 그래야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 왜 그래야 하는지 알아낼 수 없었지만

→ 왜 그래야 하는지 헤아릴 수 없었지만

《정청라-할머니 탐구생활》(샨티,2015) 176쪽


저래 가지곤 납득할 수 없어요. 다시 닦아 주세요

→ 저래 가지곤 받아들일 수 없어요. 다시 닦아 주세요

→ 저래 가지곤 안 되겠어요. 다시 닦아 주세요

《이와오카 히사에/송치민 옮김-토성 맨션 5》(세미콜론,2015) 36쪽


독자에게 납득시키려면

→ 독자한테 알아듣게 하려면

→ 독자가 알아듣도록 하려면

→ 독자가 알도록 하려면

→ 독자가 알아차리게 하려면

《이반 일리치/노승영 옮김-그림자 노동》(사월의책,2015) 145쪽


(최종규/숲노래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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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의 : 이분의 주선


이분의 주선으로

→ 이분이 주선하여

→ 이분이 힘써서

→ 이분이 애써서

→ 이분이 다리를 놓아

→ 이분이 힘을 써서

《이계삼-고르게 가난한 사회》(한티재,2016) 139쪽


  ‘주선(周旋)’이라는 한자말을 그대로 쓰려면 “이분이 주선하여”로 손보고, 이 한자말을 덜려 하면 “이분이 힘써서”나 “이분이 다리를 놓아”로 손보면 됩니다.


《밀리턴트》의 독자가 매우 적기는 했지만

→ 《밀리턴트》는 독자가 매우 적기는 했지만

→ 《밀리턴트》를 보는 사람이 매우 적기는 했지만

→ 《밀리턴트》를 읽는 사람이 매우 적기는 했지만

《피터 싱어/김상우 옮김-모든 동물은 평등하다》(오월의봄,2013) 68쪽


  ‘독자(讀者)’는 “읽는 사람”을 뜻해요. 이 한자말을 살리려 한다면 “-는 독자가 매우 적지만”으로 손봅니다. 이 한자말을 굳이 안 써도 된다면 “-를 보는 사람이 매우 적지만”으로 손봅니다.


헨리의 생각은 달랐다

→ 헨리는 생각이 달랐다

→ 헨리는 달리 생각했다

→ 헨리는 다르게 생각했다

《피터 싱어/김상우 옮김-모든 동물은 평등하다》(오월의봄,2013) 206쪽


  이 자리에서는 ‘-의’가 아니라 ‘-는’을 붙여야 합니다.


꽃의 향기가 내 눈꺼풀을 올리고

→ 꽃 내음이 내 눈꺼풀을 올리고

→ 꽃 냄새가 내 눈꺼풀을 올리고

→ 꽃 내가 내 눈꺼풀을 올리고

《여정-몇 명의 내가 있는 액자 하나》(민음사,2016) 36쪽


  꽃에서 나는 ‘향기(香氣)’라면 ‘꽃 향기’이고, 한 낱말처럼 붙여서 써도 돼요. ‘꽃 내음·꽃 냄새·꽃 내’나 ‘꽃내음·꽃냄새·꽃내’처럼 쓰면 ‘-의’가 들러붙는 걱정은 말끔히 사라져요. 2016.2.26.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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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고려 考慮


 아직 고려 중이다 → 아직 생각해 본다

 진지하게 고려를 좀 해 줘 → 차분하게 생각을 좀 해 줘

 전혀 고려되지 않은 → 조금도 살피지 않은

 현실을 고려해서 계획을 세우다 → 현실을 헤아려서 계획을 세우다


  ‘고려(考慮)’는 “생각하고 헤아려 봄”을 뜻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한국말사전을 더 들추면 ‘생각하다’를 “사람이 머리를 써서 사물을 헤아리고 판단하다”로 풀이하고, ‘헤아리다’를 “짐작하여 가늠하거나 미루어 생각하다”로 풀이해요. ‘판단(判斷)’은 “사물을 인식하여 논리나 기준 등에 따라 판정을 내림”으로 풀이하는데, ‘인식(認識)’은 “사물을 분별하고 판단하여 앎”으로 풀이하고, ‘판정(判定)’은 “판별하여 결정함”으로 풀이하며, ‘판별(判別)’은 “옳고 그름이나 좋고 나쁨을 판단하여 구별함”으로 풀이합니다. 자, 이러한 말풀이를 살피면 ‘고려 = 생각하기 + 헤아리기 = 헤아리기 + 판단 + 헤아리기 = 헤아리기 + 판단 + 판정 + 생각하기’인 꼴입니다. 더우기 ‘판단·인식·판정·판별’까지 돌림풀이로 빙글빙글 어지럽습니다.


  한국말사전에는 ‘고사(考思)’라는 한자말도 싣는데, “고사 = 고려(考慮)”로 풀이해요. 곰곰이 돌아본다면, ‘고려·고사’를 비롯해서 ‘판단·인식·판정·판별’은 거의 덧없다고 할 만하지 싶습니다. ‘생각하다’와 ‘헤아리다’를 알맞게 쓸 노릇이고, ‘살피다·가누다·가리다·가늠하다·보다·판가름하다·돌아보다’ 같은 낱말을 찬찬히 쓰면 돼요. 2016.2.26.쇠.ㅅㄴㄹ



헨리에게 고려해 달라고 했지만

→ 헨리한테 봐주라고 했지만

→ 헨리한테 헤아려 달라고 했지만

→ 헨리한테 살펴 달라고 했지만

《피터 싱어/김상우 옮김-모든 동물은 평등하다》(오월의봄,2013) 206쪽


식물을 맛볼 때 고려할 또 다른 것은

→ 풀을 맛볼 때 헤아릴 또 다른 것은

→ 풀을 맛볼 때 생각할 또 다른 대목은

→ 풀을 맛볼 때 살필 또 다른 대목은

《팸 몽고메리/박준신 옮김-치유자 식물》(샨티,2015) 181쪽


전문가가 결코 고려하지 않는 것은

→ 전문가가 조금도 살피지 않는 것은

→ 전문가가 하나도 헤아리지 않는 것은

→ 전문가가 거의 생각하지 않는 것은

→ 전문가가 도무지 돌아보지 않는 것은

《웬델 베리/이승렬 옮김-소농, 문명의 뿌리》(한티재,2016) 151쪽


(최종규/숲노래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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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파도 波濤


 높은 파도 → 높은 물결

 파도가 밀려오다 → 물결이 밀려오다

 혁명의 파도 → 혁명 물결

 기쁨의 파도 → 기쁨 물결 / 기쁨 어린 물결

 웃음의 파도 → 웃음 물결 / 웃음 넘치는 물결


  ‘파도(波濤)’는 “1. 바다에 이는 물결 2. 맹렬한 기세로 일어나는 어떤 사회적 운동이나 현상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3. 강렬한 심리적 충동이나 움직임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합니다. ‘물결’은 “물이 움직여 그 표면이 올라갔다 내려왔다 하는 운동 2. 파도처럼 움직이는 어떤 모양이나 현상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해요. 그러니까 ‘파도 = 물결’이요 ‘물결 = 파도’라고 하는 셈입니다.


  한국말사전을 더 들추면 ‘수파(水波)·도란(濤瀾)·도파(濤波)’ 같은 한자말이 나오는데 이 세 가지 한자말은 “= 파도”로 풀이합니다. 다시 말하자면, 한국말 ‘물결’을 가리키는 한자말이 한국말사전에 네 가지가 실렸다는 뜻입니다. 2016.2.25.나무.ㅅㄴㄹ



파도가 흥얼거리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 물결이 흥얼거리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 바닷물이 흥얼거리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엘릭스 바즐레이/김서정 옮김-제미 버튼》(다섯수레,2013) 42쪽


갑자기 큰 파도가 쏴아아 밀려오는데

→ 갑자기 큰 물결이 쏴아아 밀려오는데

→ 갑자기 너울이 쏴아아 밀려오는데

《서정홍-주인공이 무어, 따로 있나》(문학동네,2014) 17쪽


거친 파도에도 바위에 단단하게 붙어 있는

→ 거친 물살에도 바위에 단단하게 붙은

→ 거친 물결에도 바위에 단단하게 붙은

→ 거친 너울에도 바위에 단단하게 붙은

《이주희·노정임-동물과 식물 이름에 이런 뜻이》(철수와영희,2015) 99쪽


(최종규/숲노래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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